사이코패스 이거나 혹은 소시오패스

2022년 대선 정국, 정치판을 생각한다

by 황규호

“남이 들으면 오히려 이해 안 가는 일이지만, 그건 사체를 훼손하는 와중에 아들 녀석에게 전화가 온 순간이었어요. 전화벨 소리에 놀란 게 아니라, 당황해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아들이 "감기 아직 안 나았어. 아빠?" 하며 물어보는 말이 "아빠, 난 다 알고 있어. 그러지 마" 그러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했어요."


20명을 살해한 살인마 유영철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런 말을 하는 그는 과연, 자신의 엽기적인 범죄에 대한 죄책감을 지니고 있을까?


시인 권성훈 씨는 '유영철 글쓰기에 나타난 사이코패스 성격 연구'라는 글에서 유영철의 살인 행각에서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전환할 수 없는 '공감 무능력자'라는 사실과 '후회 혹은 죄책감 결여' 등 사이코패스로서 전형적인 특징을 유영철은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살인마는 끝내 자신의 범죄를 미화시키고 참회를 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인 액트 오브 킬링 (The Act of Killing/조슈아 오펜하이머/2012)은 1965년 인도네시아 쿠데타 당시에 군이 ‘반공’을 명분으로 100만 명이 넘는 공산주의자, 지식인, 중국인들을 비밀리에 살해했던 대학살을 주도하게 되는 상황에서 이 학살에 앞장선 '판차실라 청년단'이라는 극우세력 암살단의 주범 '안와르 콩고’와 그 동료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기존 다큐멘터리의 방식과는 정반대로 피해자의 시각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가해자 입장에서 연출하였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영화에서는 대학살의 리더 안와르 콩고와 그의 친구들이 한껏 들뜬 맘으로 직접 자신들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직접 하며 자랑스럽게 그 당시 행해졌던 살인을 재연하는데 열중한다.



영화 초반 옥상의 살인 장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 남자가 어느 건물의 옥상에서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체포해온 한 남자의 목을 철사줄로 감아 조르는 시늉을 하고 있다. 그는 "칼이나 낫으로 찌르면 피비린내가 너무 심하게 나기 때문에" 철사로 목을 졸라 사람을 신속하게 죽였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이 살해 방법을 '효율적인 처리법'이라고 불렀다고 설명한다.


모든 살인 재연 과정을 즐기는 듯한 그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젊은 시절 극장 앞에서 암표를 팔던 평범한 청년 안와르 콩고는 쿠데타 당시에 혼자서 사람을 1,000명 넘게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영화를 촬영하던 당시, 그는 집에서는 손주들에게 자상한 할아버지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50년 전 과거의 그는, 1,000여 명을 직접 학살한 살인마 안와르 콩고였다.


한나 아렌트가 주장했던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하나의 사례 같기도 한데,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평범한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50년 전 1,000명을 살해한 학살자들, 그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영화 촬영이 진행되면서 점점 과거 학살의 기억은 그들을 낯선 공포와 악몽에 시달리게 만들어 간다. 그리고 영화는 예기치 못한 반전을 맞는다. 촬영 초기에는 기고만장해 춤까지 추며 천연덕스럽게 웃고 떠들며 영화 장면들을 찍던 그들이,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말수가 적어지고 웃음기가 사라지고 굳은 얼굴이 되어간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다시 옥상으로 올라간 학살자 안와르 콩고, 그는 자신의 위대한 '업적'이자 인도네시아의 찬란한 '역사'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피살자 역할까지 대역을 맡는다. 자신이 피살자로 연기한 피살 장면을 촬영한 후에 안와르 콩고는 자신이 목을 졸리는 상황을 연기한 모습을 모니터로 보고는


“정말 저 때 많은 감정을 느꼈다”면서 “내가 죽였던 사람들도 그 당시에 이런 걸 비슷하게 느꼈을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라고 말하며 결국 눈물을 흘린다.



이때 감독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에게 말한다. “그때 고문과 살해를 당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 죽을 걸 알고 있었으니 훨씬 더 무서웠겠죠?”라고 그를 채근하며 다그친다. 그때 비로소 안와르 콩고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첫 번째 살인 장면을 재연했던 옥상에서 그는 끝내 구토를 한다. 그러다가도 금세 구토하던 입을 닦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당시에) 양심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시도하는 과거의 학살자.


그는 “더 이상은 재연을 못하겠어.” “내가 정말 죄를 지은 건가요?”라는 질문과 고백을 하지만, 과연 1,000명을 죽인 학살자, 그는 진정으로 공감하고 뉘우치고 속죄한 것일까?



영국의 킹스 칼리지 런던 정신의학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사이코패스는 전문측 전두피질과 측두극의 회색질이 정상인보다 현저히 적어서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죄책감이나 수치심 같은 자아의식적인 감정 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한 마디로 ‘공감 결여’.


인간이 지닌 가장 뛰어난 사회능력은 공감능력이다. 피상적으로 남의 불행에 대해 '불쌍하다.' ‘가슴이 아프다.’ '유감이다.' 정도의 말로 끝낼 수 없는 것이 공감이며 인간의 본성이다. 사이코패스는 이런 인간의 본성이 결여된 사람을 지칭한다.



현대 민주정치의 비극은 국민과 정치인 간의 불통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은 항상 입버릇처럼 소통과 공정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소통과 공정을 내세운 정권이 거의 예외 없이 불통과 불공정의 늪에 빠지고 마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불통과 불공정의 정치가 소위 사이코패스 정치로 옮겨갈 치명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로 낙인찍히는 것은 정치인과 정권에 대한 최고의 모욕이 아닐까 싶다. 사이코패스 성향의 정치인이 권력을 얻고 위세를 떨치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무섭다.



정치인과 사이코패스의 유사성에 관한 연구 결과가 있다. 대개 사이코패스 하면 무조건 연쇄살인범을 떠올리는 경향이 많지만,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는 유형도 많다고 한다. 2009년에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와 정치인의 특성을 분석한 전미 경찰청장협회 짐 코리 부회장의 논문을 살펴보자. 그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이 이런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라고 주장했다.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사이코패스 정치 지도자 히틀러와 스탈린이 그렇고 세계 각국 독재자 중에 사이코패스가 다수 건재한다.


공감 능력이 없는 후안무치 뻔뻔함이 사이코패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우리는 수십억의 뇌물을 받아먹고 50억 클럽 명단이 나와도, 범죄 혐의가 밝혀져 줄줄이 감옥에 들어가도 혐의를 뻔뻔하게 부인하고 모르쇠와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모습, 우리는 그런 사이코들을 헤아릴 수 없이 지켜보고 있다.


수 조 원의 국고 손실을 내고도 해외로 이민 가서 잘살고 있는 자, 천문학적인 돈을 횡령하거나 무모한 투자로 기업· 은행을 망하게 한 자, 처가의 사익을 위해 권력을 악용해 보호하고 은폐하여 공익을 저버리는 공직자, 내로남불의 정치인과 공직자, 자국민 수 백여 명이 바다에 빠져 죽어가는데 모습을 보이지 않는 채 제시간에 맞춰 두 끼의 식사를 챙겨 먹으면서 머리를 다듬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던 자, 그리고 슬픔에 젖은 국민에게 진심 어린 위로도 할 줄 모르는 자.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는 이미 사이코패스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2년 한국 대선 정국,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누적된 불신으로 인해 이제는 국민들은 그들이 제발 사이코패스가 아니기를 바라야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있다.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이코패스는 반복적인 반사회적 행동과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충동성, 자기 중심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성격 장애이며 위험한 정신질환이다. 신속한 대처와 치료가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