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대개 말보다 먼저 눈에 닿는다.
십여 년 전, 나보다 직급이 높은 직원을 면담해야 했던 날이 있었다. 아직은 인사라는 일을 지금만큼 내 몸처럼 다루지 못하던 때였다. 회의실로 들어가기 전부터 괜히 어깨가 굳었다. 상대는 나보다 연차도 높았고, 말 한마디를 건네는 일조차 조심스러웠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보다, 내가 과연 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인가를 먼저 확인하고 싶을 만큼 마음이 흔들리던 시기였다. 그때 한 선배가 내게 말했다.
쫄지 마. 면담은 기세야. 눈을 피하지 말고 들여다봐. 그리고 깊은 마음을 공감해.
당시의 나는 그 말을 꽤 단순하게 받아들였다. 주눅 들지 말라는 뜻으로, 밀리지 말라는 뜻으로, 면담의 주도권을 놓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말은 점점 다른 얼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눈을 피하지 말라는 것은 상대를 압도하라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사람의 감정 앞에서 도망치지 말라는 뜻에 가까웠다. 겉으로 드러난 말만 듣고 끝내지 말고, 그 말 뒤에 있는 마음을 한 번 더 보라는 뜻.
그러니까 면담의 기세란 상대를 누르는 힘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 앞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 태도였는지 모른다.
그 뒤로 나는 사람의 눈을 자주 보게 되었다. 면담 자리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회의 중에도 그렇고, 복도에서 마주칠 때도 그렇고, 짧게 인사를 나누는 순간에도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눈을 먼저 보게 되었다. 습관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자연스럽다. 처음에는 그저 상대의 반응을 읽기 위한 버릇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너무 빨리 누군가를 해석해버리지 않기 위해서 사람의 눈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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