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6부 여운 <다 끄지 않은 밤>

by 삶을 읽는 조직문화연구자 이지연

<잔광, 사라진 후 내게 남은 것들>

6부 여운


<다 끄지 않은 밤>


밤이 오면

나는 모든 것을 다 끄지 않는다.


하루는

한꺼번에 접히지 않고,

사람의 마음도

불을 끈다고 바로 잠들지 않는다.


식탁 위에 남은 컵 하나,

끝내 읽지 못한 문장 하나,

창가 쪽으로 조금 밀려난 의자 하나.


그런 것들이

오늘을 완전히 밖으로 내보내지 않은 채

제자리를 더듬는다.


나는 자주

하루를 정리하는 척하며

사실은 버틴 자국들을 만져 보았다.


넘어진 적 없는 얼굴로

다음 날을 맞기 위해

작은 불빛 하나쯤은

남겨 두어야 하는 날들이 있었다.


내일이 들어올 자리를 잃지 않도록,

방 안 어디쯤

아주 약한 밝음 하나.


그것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불빛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가장 늦은 정리였다.


밤은

모든 것을 끝내는 시간이 아니라,

끝내지 못한 것들이

조용히 제 모양을 되찾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스위치 앞에서

늘 한 번쯤 멈춘다.


다 꺼진 뒤보다

조금 남겨 둔 빛 속에서

사람은 더 정확히

내일을 믿게 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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