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오늘과 내일 사이에 남기는 점(알람)

[오늘의 단어] 알람(내일의 나에게 보내는 작은 쪽지)

[오늘의 단어] 알람(내일의 나에게 보내는 작은 쪽지)


늦은 밤, 하루를 거의 다 써버린 뒤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손 대는 건 대개 이거다.


휴대폰 화면을 켜고 내일 아침 알람 시간을 고르는 일.

몇 시에 울릴지, 몇 개를 켜둘지,

주말 알람이 실수로 켜져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더 훑어보고서야 비로소 폰을 뒤집어 둔다.


3040 직장인들의 알람 목록은 참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06:00, 06:05, 06:10, 06:15... 줄줄이 늘어선 시간들 옆에

‘진짜 기상’, ‘마지막 경고’, ‘아이 깨우기’....

같은 메모가 조그맣게 달려 있다.


화면만 보면 조금 과장된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루의 무게를 조금씩 쪼개서 나눠 들려고 애쓰는 마음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알람은 그냥 “깨워주는 도구”라기보다 내일의 나에게 보내는 쪽지 같다.

“이 시간에는 꼭 일어나 줘.”

“이때부터는 진짜 움직이자.”

“여기 넘으면 회사에 늦어.”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은근히 부탁하고, 기대하고, 가끔은 압박하는 말들이 그 안에 섞여 있다.


문제는 알람이 울리는 시간과 우리가 정말 일어나고 싶은 마음의 시간 사이에 늘 간격이 있다는 점이다.

알람이 울리면 손가락은 거의 반사적으로 스누즈를 찾는다.

“5분만 더.”

5분으로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5분이 없으면 오늘 하루를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버튼을 한 번 더 누른다.


그리고 또 이상한 죄책감이 살짝 따라온다.

‘역시 나는 첫 알람에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點心〉은 하루 중 잠깐 멈춰 서서 그날의 마음을 다시 바라보는 기록이다.

일과 중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도 사실 오늘 아침의 알람 풍경이 떠오른다.


어젯밤에 분명 “내일은 꼭 첫 알람에 일어나야지”라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아침이 되니 다섯 번째 알람에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던 순간.


조금은 웃기고, 조금은 안쓰러운 장면.


돌이켜 보면 우리는 알람을 맞출 때마다 내일의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이 시간에 일어나면 “오늘은 성공”, 스누즈를 몇 번 누르면 “오늘도 실패”라고 적어 버리는 식이다.

같은 소리인데도 어떤 날은 고마운 출발 신호처럼 들리고

어떤 날은 “또 못 지켰네”라는 낙인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그래서 요즘은 알람을 맞추기 전에 짧은 질문 하나를 끼워 넣어 보려고 한다.

“이 시간은 나를 다그치는 알람일까, 아니면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알람일까.”

내일의 나를 몰아붙이기 위해 울리는 소리인지,

“이 정도면 충분해, 이 시간에만 일어나도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소리인지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 보는 일.


현실적으로 회사 출근 시간, 아이 등교 시간,

회의와 마감이 정해져 있으면 알람을 마음대로 고칠 수는 없다.


그래도 그 안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여백이 아주 조금은 있다.

첫 알람은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해도 괜찮은 여분의 시간”으로 두고

정말 넘기면 안 되는 시간은 따로 하나만 정해 두는 것.

내가 나에게 들이대는 기준과 정말 지켜야 하는 선을 조금 떼어 놓는 것.

오늘과 내일 사이에 남기는 점은 어쩌면 그 지점에서 찍힌다.


“내일의 나는 오늘 내가 기대한 것만큼 완벽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일어나서 또 하루를 시작할 사람이다.”

이 정도의 신뢰를 담아서 알람을 맞출 수 있다면

내일 아침 스누즈를 누르는 손가락에도 조금 다른 마음이 실릴 것이다.


‘또 실패했다’가 아니라 ‘오늘은 이 리듬이 필요한가 보다’라고 조금은 다정하게 말해 줄 수 있을 테니까.

오늘 밤, 알람을 맞추다가 문득 이 글이 떠오른다면 시간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좋다.

그저 알람 옆에 마음속으로 이런 문장 하나만 살짝 붙여 두었으면 한다.

“내일의 나에게 기대도 하지만, 조금은 봐주기도 하자.”


그리고 내일 점심쯤,

하루를 절반쯤 지나 온 당신이 아침의 그 알람을 떠올리며 이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좋겠다.

“그래도 결국 일어나서 여기까지 왔구나.”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의 점심과, 오늘의 나에게 작지만 포근한 점 하나가 찍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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