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나에게 쉬어가는 점(연락)

[오늘의 단어] 연락(오늘이 혼자가 아니라는 짧은 신호)

[오늘의 단어] 연락(오늘이 혼자가 아니라는 짧은 신호)


하루 종일 휴대폰은 조용할 틈이 없다.

업무 메신저 알림, 단체방 공지, 광고 문자, 쿠폰 만료 안내까지.

그 사이에서 정말 나에게 온 연락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 본 적이 있다.


일은 나를 계속 부르고, 세상은 끊임없이 뭔가를 추천하지만,

가끔은 “너, 오늘은 어때?”라고 나라는 사람에게 직접 묻는 연락이 왠지 더 드물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점심 무렵,

잠깐 숨을 고르려고 휴대폰을 열었다가 알림들 사이에 끼어 있는 짧은 메시지 하나를 발견하면

그게 오늘의 기분을 살짝 바꿔 놓을 때가 있다.


“밥은 먹고 있어?”

“아침에 표정이 좀 피곤해 보이던데.”

“감기 조심하세요.”


길지 않은 문장인데도 손에 쥔 젓가락보다 마음이 먼저 조금 풀린다.


연락은 때때로 의무처럼 느껴진다.

답해야 할 메시지, 미처 읽지 못한 카톡 숫자, ‘읽음’ 표시가 주는 묘한 압박.

그래서 어떤 날은 알림창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지쳐 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건,

사실 그 안에 작은 안부와 위로가 섞여 있다는 걸 어딘가에서 알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연락도 일종의 점 같다.

바쁜 선처럼 흘러가는 하루 중 어딘가에 톡, 하고 찍히는 표시.


“여기, 우리 둘이 잠깐 만났어요.”

“오늘의 너를 한 번 떠올렸어요.”


그 흔적이 남는 자리마다 나도 모르게 숨이 조금 고르게 된다.


연락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길게 근황을 털어놓는 대신 점 하나 찍듯 보내는 이모티콘,

“지금 이 글, 네가 떠올라서.” 하며 건네는 링크 하나,

퇴근길 지하철에서 “오늘도 수고했다”는 말 한 줄.


그런 것들이 오가는 사이에 우리는 서로의 하루에 아주 작은 의자를 하나씩 놓아준다.

힘들면 잠깐 앉으라고, 말하고 싶으면 여기 앉아서 하라고.


나 역시 업무 특성상 ‘연락’은 업무와 삶의 경계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다.

공적인 소식도 전해야 하고, 시스템 공지도 보내야 하고, 문자로 안내해야 할 일도 많지만

가끔은 그런 것들과 전혀 상관없는 짧은 안부를 더 자주 떠올리게 된다.


“어제는 얼굴이 많이 지쳐 보였어요.”

“요즘은, 진짜 괜찮아요?”


정식 면담이 아니라 메신저로 조심스럽게 묻는 그 한 문장이 상대의 하루뿐 아니라

나의 하루도 동시에 부드러워지게 한다.


언젠가부터 휴대폰 안에는 일 때문에 만들어진 대화창보다는 나를 사람으로 기억해 주는 대화창이 더 소중해졌다.


밥을 먹다가 떠오르면 사진 한 장을 보내도 되는 사람,

설명하지 않아도 문장 몇 줄만으로 “아, 오늘은 이런 마음이구나”를 함께 걸어가 주는 사람.


그 채팅방 하나가 하루의 끝을 달콤하게 만들 때가 있고, 어쩐지 버티기 힘든 날에는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작은 동력이 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연락이 기분 좋은 건 아니다.

답장을 미뤄 둔 채로 하루가 끝나 버리면 괜히 미안함이 쌓이고, 읽고도 답하지 못한 메시지가 머릿속 한쪽에 계속 남아 나를 찔러 댈 때도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연락을 더 부담스럽게 느끼곤 한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른 기준을 붙여 보려고 한다.

“오늘 내가 꼭 답해야 할 연락”과 “조금 늦게 답해도 괜찮은 연락”,

그리고 “오늘은 답하지 못해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관계”를 내 마음속에서 살짝 구분해 본다.


그렇게 나누고 나면 연락은 의무 목록에서 조금 내려와 사람 목록에 더 가까워진다.


점심시간에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오늘 당신의 알림창에도 읽지 않은 숫자, 단체방 멘션, 업무 메신저가 여럿 쌓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가운데에서 단 한 사람만 떠올려 보자.

지금 이 순간 한 줄 쯤은 건네고 싶은 사람.


“밥은 먹고 있어?”

“오늘도 잘 버티고 있지?”

"응원할게. 힘내."


그런 문장이라면 길지 않아도 충분하다.


그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상대에게는 안부가 되겠지만,

어쩌면 나에게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조용한 확인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의 연락을 이렇게 정의해 두고 싶다.


연락.

하루의 중간중간, 서로의 마음에 찍어 두는 작은 점.

오늘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잠깐 알려 주는 신호.


그 점 하나가 당신의 점심에도,

당신의 남은 하루에도

작지만 포근한 온기를 살짝 남겨 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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