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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세를 숫자로 읽는 가장 쉬운 방법, RSI

주식 지표를 비즈니스 지표로 바꾸다

by 이건승

주식 시장에서 종목의 흐름을 판단할 때, 단순히 가격 그래프만 보는 것보다 더 직관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RSI(Relative Strength Index)라는 지표입니다. RSI는 ‘지금 이 흐름이 얼마나 강한지’를 0에서 100 사이의 숫자로 보여줍니다. 그래프의 모양을 해석하는 대신, 숫자 하나로 추세의 힘을 읽어내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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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지표를 금융 시장 밖에서도 충분히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출, 사용자 수, 전환율 같은 비즈니스 지표에도 ‘추세의 힘’을 읽어내는 도구가 필요하니까요. 이번 글에서는 주식 지표로 알려진 RSI를, 어떻게 비즈니스 현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RSI란 무엇인가?


RSI(Relative Strength Index), 우리말로 ‘상대강도지수’는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 자산 가격의 변동 강도를 측정하는 기술적 분석 지표입니다. 특정 기간(보통 14일 또는 30일) 동안의 상승폭과 하락폭을 비교하여, 해당 자산이 과매수 상태인지(70 이상), 과매도 상태인지(30 이하)를 판단하는 데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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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공식은 위와 같은데 간단히 말해, 상승한 날의 평균 상승폭하락한 날의 평균 하락폭을 비교해 비율로 표현합니다. 상승이 많을수록 RSI 값은 커지고, 하락이 많을수록 작아집니다.


결과적으로 RSI는 단순히 가격이 ‘올랐다, 내렸다’는 사실을 넘어서, 올라가는 속도와 내려가는 속도를 모두 반영한 ‘추세의 힘’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RSI를 왜 활용하나요?


비즈니스 지표도 주식처럼 계속 오를 수 있고, 계속 내릴 수도 있습니다. 특정 브랜드의 거래액, 상품 판매량, 방문자 수, 전환율 등 모든 지표는 시간에 따라 상승과 하락의 흐름을 만듭니다.


문제는 많은 분석이 여전히 특정 시점 기준의 순위(Point-to-Point)에만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전년 대비 거래액(YoY)’이나 ‘전주 대비 방문자 수(WoW)’를 보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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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은 기준 시점 대비 변화량은 알려주지만, 그 변화가 오르는 중인지, 떨어지는 중인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래프를 보고 “올랐다” 또는 “떨어졌다”라고 말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변화가 일시적인 반짝인지, 아니면 힘 있는 추세인지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RSI가 유용해집니다. RSI는 단순한 증감이 아니라 변화의 속도와 강도를 수치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매출이 두 달 연속 올랐더라도 상승 속도가 둔화되면 RSI 값은 낮아질 수 있고, 반대로 아직 거래액이 크지 않아도 빠르게 늘어나는 신규 인기 상품이라면 RSI가 높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실무에서는 전체 상품의 판매량 변화를 전부 추적하기 어려워 특정 Top N 상품만 집중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RSI를 활용하면 거래액이 크거나 판매량이 많은 기존 상품뿐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는 인기 신상품까지 조기에 포착할 수 있습니다.



RSI 데이터 활용 예시


특정일을 기준으로 직전 N일간의 브랜드별 거래액 데이터를 바탕으로 RSI(Relative Strength Index)를 계산하면, 그 시점에서 상위 RSI 브랜드와 하위 RSI 브랜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스크린샷 2025-08-16 오전 10.39.31.png 거래액 RSI 상위 브랜드 (*가상 데이터)
output.png RSI 상위 브랜드의 일자별 거래액 추이 그래프

이러한 분석은 단순히 거래액 규모가 큰 브랜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상승세가 강한 브랜드와 하락세가 뚜렷한 브랜드를 추려내는 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거래액이 아직 크지 않더라도 급격히 성장하는 신흥 브랜드를 조기에 발견하거나, 한때 거래액이 높았지만 최근 하락세로 전환된 브랜드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RSI 값을 매일 갱신하고 모니터링하면 추세 변화를 실시간에 가깝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케팅 캠페인, 입점 정책, 재고 운영 등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을 제공합니다.



끝으로


주식 시장에서 활용되는 지표들은 오랜 시간 동안 빠른 의사결정(매수·매도)을 지원하기 위해 발전해 왔습니다. 그만큼 데이터의 변화를 읽고, 그 흐름을 수치로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정교합니다.


이러한 고도화된 지표들은 금융 시장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비즈니스와 마케팅에서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RSI처럼 추세의 속도와 강도를 측정하는 도구를 활용하면, 단순한 결과 수치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과 힘까지 읽어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지표를 쓰느냐’보다, 그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고 실행으로 옮기느냐입니다. 데이터 속 흐름을 먼저 포착하고, 그 시그널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 그것이 바로 경쟁력을 만드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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