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투어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그 곳

by 김쩨리

대림미술관은 여러모로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바로 옆이 경복궁이고 바로 서촌에 있어서 조금 벗어나 걸으면 뭔가 여유롭고 고요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대림미술관의 전시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을 보러 간 김에 서촌 투어를 했다.


코스 하나, 수성동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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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골목길을 따라 쭈욱 올라가면 수성동 계곡이 있다. 원래는 대림미술관에서 출발해서 살짝살짝 올라가려고 했는데 전시회를 보고 가면 날이 어두워질 것 같아 곧장 수성동 계곡으로 향했다. 수성동 계곡 입구까지 올라가는 마을 버스가 있으니 잘 타면 좋다. 수성동 계곡에 딱, 내리면 옆에 보이는 오래된 옥인 연립과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산책길 사이로 보이는 인왕산 자락과 참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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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방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다 방향을 틀어 돌아내려오면 이렇게 계곡과 잘 어울리는 정자가 보인다. 그리고 수묵화에서 많이 본 듯한 기린교로 추정되는 돌다리가 보인다. 원래 수성동계곡은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에 '수성동'그림으로 등장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그렇다, 진짜 수묵화에 등장한 것이다!


원래는 1971년 계곡 좌우에 옥인 시범아파트 9개 동이 들어서면서 그 수려한 경관이 가려졌으나 2012년 이곳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본래의 아름다움을 찾은 곳이라고 한다. 국토교통부 주최 '2014년 대한민국 국토도시디자인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수성동 계곡을 바라보며 인왕산까지 바라보고 있으면 그 내용이 이해가 된다. 계곡 중간 중간 이제 날이 따뜻해져 발을 담그며 노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보고 저기서 보아도 뒤에 보이는 인왕산 자락과 잘 어울리고 그 조화로움이 수성동 계곡의 아름다움을 더한다는 게 느껴진다.


코스 둘, 서촌재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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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방

수성동 계곡을 천천히 구경하고 내려오면 서촌재 갤러리가 여러분을 맞이한다. 한옥을 담은 듯, 한옥을 닮은 듯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실제 거주의 불편함이 보이지 않으니 살고 싶단 생각이 든다. 들어가볼 수 없었으나 그저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따스함을 주는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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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재 갤러리에서 더 반가운 것은 서촌재와 옆 건물 사이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이 샛노란 꽃들이다. 계단 위를 올려다 보면 시멘트로 된 벽을 바득바득 뚫고 나온 꽃이 나를 유혹하는데 여기에 홀려 올라가면 마치 선물을 주듯 보여주는 꽃이다. 딱 지금 때에 피는 꽃같아 보였는데 여러분도 지금 가면 그 선물을 볼 수 있다.


코스 셋, 윤동주 하숙집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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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재 갤러리에서 조금만 더 가면 바로 윤동주 하숙집 터가 나온다. 지금은 이미 일반 가정집으로 바뀌어 그저 터로만 남아 있다. 태극기과 함께 윤동주 하숙집 터의 옛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볼 수 있다. 신기한 것은 그 사진에 서촌재 갤러리는 잘 안보이지만 서촌재 갤러리 옆의 오래된 건물은 또 사진에서 볼 수 있다.


코스 넷, 박노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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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수 미술관은 서촌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미술관 전체가 80년 이상 오래된 고택이면서도 미술품 그 자체다. 1930년대 건축된 문화주택으로 서양의 입식생활을 지향하면서도 전통적인 온돌을 채택한 가옥이다. 박노수 화백의 40년 삶과 작품세계를 정원과 함께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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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방

어쩌면 박노수 미술관에 들어서면 입구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여러분을 먼저 맞이할 수도 있다. 내가 갔을 땐 한마리는 입구에서 터줏대감처럼 팔자좋게 누워 나를 맞이했고, 한 마리는 창틀에 여유를 만끽하며 낮잠을 자면서 나를 맞이했다. 미술관에 들어가 구경하면 오래된 고택에서 나는 끼익끼익하는 나무의 노랫 소리가 들린다. 티켓을 끊어주는 아주머니의 눈치를 보며 미술관에 침투하는 고양이를 보는 것도 묘미다. 전체적으로 집 전체가 따스한 느낌이고 화장실이나 다락방의 창문 위치가 기가 막히다.


미술 작품도 작품이지만 잘 꾸며진 정원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정원 한켠에 조그마한 온실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지붕을 적당히 가리면서 어우러지면서도 마치 정원을 향한 문처럼 드리워져 있는 나무도 멋지다.


※ 박노수 미술관 정보

이미지 1.png ⓒ 박노수 미술관

현재 진행 중 전시 : 박노수 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 전시<心影室심영실> 전

전시 기간 : 2018.09.11 (화) ~ 2019.08.25 (일)

관람 시간 :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주의 사항 :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함.

티켓 가격 : 4,000원 (외부 정원도 티켓을 구매해야 구경할 수 있다.)

*심영실은 박노수 화백의 별칭


코스 다섯, 밥 플러스(밥+), 서촌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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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동 계곡에서 찬찬히 걸어내려오다 보면 이제 허기가 질 것이다. 그때, 딱 허기가 지기 시작할 때, 여러분 앞에 나타날 것이다. 밥+. 깔끔한 인테리어와 들어가면 보이는 판매용 말린 식재료들이 눈에 띈다. 완전히 집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뭔가 인테리어가 친구 집에 놀러가서 들어간 부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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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따라 메뉴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내가 먹은건 소진될 때까지 한다고 했던 쭈꾸미 비빔밥이다. 신선한 제철 야채와 함께 살짝 데친 쭈꾸미,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고소하고 매콤한 고추장이 잘 어우려져있다. 무엇보다 밥플러스에서 절대 놓쳐선 안될 것들이 바로 밑반찬이다. 특히 청경채 볶음은 담백함에도 불구하고 고소하면서 자꾸 끌어당기는 맛이 있어 미역국과 함께 싹싹 긁어 먹었다. 이런 가격에 이렇게 맛있고 담백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 꼭 알리고 싶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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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에서 낸 '우리, 골목에서 만나자'에 실린 인터뷰에 따르면 "신선한 재료로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고, 늘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영업 철학이라고 한다. 밑반찬과 메인 요리를 맛보면 굳이 서면으로 보지 않아도 그런 철학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혼자 가도 결코 어색하지 않은 밥집, 밥+, 나만 알고 싶은 서촌 맛집이다.


코스 여섯, 대오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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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방

대오서점은 아이유의 꽃갈피 커버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면서 유명해진 정말 오래된 서점이다. 조대식, 권오남 부부가 1951년에 개점한 헌책방으로 서촌의 명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부부의 이름 두 번째 글자를 각각 따서 대오서점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옥의 창고를 개조해 만들었는데 서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창고 밖의 한옥 내부에도 책장을 두어 책을 진열하면서 운영해 왔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답게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현재는 카페로 운영 중이며 음료를 구입해야 안쪽에서 구경을 할 수 있다. 카메라로는 촬영이 불가하고 핸드폰으로만 실내 촬영이 가능하다.


서촌 투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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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은 정말 좋은 동네다. 집값 이런 걸 떠나서 경복궁부터 한옥 마을, 수성동 계곡까지 정말 걷기 좋은 동네다. 곳곳에 오래된 건물들과 새로 지어진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효자 베이커리, 커피공방같은 터줏대감 같은 가게들도 만나보기에도 좋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윤동주 문학관, 환기 미술관 등 마음을 안정되게 하는 곳들도 널려 있다. 또 걸어도 지겹지 않을 코스이다. 서촌은 서울에 처음 올라온 사람이든, 한국을 방문하든 외국인이든, 서울에 오래산 토박이든 한국에 있는 누구에게나 추천하기 좋은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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