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봤으면 낙산 공원으로
얼마전 대학로에셔 <달빛크로키> 연극을 봤다. 대학로 연극 <달빛크로키>를 꽤 재밌게 봐서 기분 좋게 대학로를 돌아다녔다. (연극 후기가 궁금하면 여기)
혜화에 왔으면 꼭 들어야 할 스콘 맛집이 있다. 바로 '온혜화(On-Hyehwa)'다. 오후 3시 반, 그리고 오후 5시에 각각 새 스콘들이 나온다. 연극이 3시였기 때문에 연극이 끝나고 갔었는데 4시 40분 정도부터 사람들이 줄 서 있기 시작했다.이미 4시 반 정도부터 스콘을 굽는 냄새가 가게를 새어 나와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한다.
<온혜화>의 스콘은 매일 나오는 메뉴가 달라진다. 시그니처 메뉴 앙버터스콘은 매일매일 나오지만 초코칩 스콘이라던가, 말차 스콘같은 경우 어떤 날은 나오고 어떤 날은 나오지 않는다. <온혜화>자체는 공간이 작은데 만약 어딘가 앉아서 먹고 싶다면 근처 'ODE TO DESSERT(오드 투 디저트)'로 가서 먹으면 된다. 또 미리 예약하지 않고 대기가 있는 경우 한 메뉴당 2개만 구매 가능하니 주의하도록 하자!
나는 초코집 스콘 2개와 앙버터 스콘 2개를 샀다. 스콘으로 유명한 집답게 스콘은 역시 맛있다. 물론 조금 식은 다음에 먹어서 나온 뒤 바로 먹은 것보다는 맛이 덜했겠지만, 그래도 맛잇다. 겉은 적당히 바삭하고 속은 적당히 퍽퍽하면서 부드럽고 고소했다. 특히 앙버터 스콘은 팥의 달달함과 버터의 느끼함, 고소함이 잘 어우러져 퍽퍽한 스콘에 포인트가 되어 준다. 초코집 스콘도 균형있게 박혀 있는 초코집이 조금 질릴 만한 스콘을 덜 질리게 만들어 준다.
온혜화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부부식당'이 나온다. 맛집을 검색해서 나온집 중 끌려서 간 곳인데 인테리어부터 음식까지 내스타일이다. 특히 마치 친구집에 온 듯한 기분을 주는 아기자기하고 러블리한 인테리어는 음식맛을 훨씬 더 푸근하게 만들어 준다. 누구와 가도 즐기기 좋은 곳이다.
가서 메뉴를 주문하면 깍두기, 계란말이, 양배추 피클 등의 밑반찬과 함께 유자소스를 곁들인 샐러드가 나온다. 유자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는 유자 소스가 다소 묵직한 맛을 주는데 상큼함과 유자의 향긋한 맛이 있긴 하지만 단 맛이 훨씬 더 커서 소스 맛이 혀끝에 매달려 있다. 만약 좀 더 가벼운 유자 소스를 원한다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유자 소스의 단 맛을 좋아한다면 즐길 만한 맛이다.
우리는 바지락 알리오 올리오, 커리, 그리고 로제 새우 파스타를 시켰다. 커리는 일식 카레와 완연히 다른 맛이다. 카레향이 섞인 로제 소스 맛이다. 카레의 매콤함보다는 코코넛 오일같은 것을 첨가한 것인지 코코넛 같은 달큰한 맛이 혀끝에 맴돈다.
로제 새우 파스타는 커리와 비슷한 맛이다. 아니, 커리가 로제 새우 파스타와 비슷한 맛이라고 해야 맞겠지. 여튼 둘이 맛이 비슷하다. 그런데 거기에 커리는 카레에서 나는 향이 난다면, 로제 파스타는 치즈가 가진 꾸덕한 맛과 특유의 짭조름함, 느끼한 맛이 더 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지락 알리오 올리오는 짜다. 조금만 덜 짜면 더 맛있었을텐데 뭐랄까, 바지락은 갓 소금물에서 빠져 나온 듯 짰다. 면은 적당하게 간이 되어 있긴 했고 맛은 있었지만 조금만 덜 짰으면 더 맛있었지 않았을까 싶었다.
혜화역은 사람만 좀 적다면, 내가 사는 곳에 그렇게 멀지만 않다면, 정말 좋은 곳이다. 연극을 정말 보기 미안할 정도의 가격으로도 볼 수 있고 적당히 맛집과 술집이 있고, 무엇보다 뒤에 위치한 낙산 공원이 너무 좋다.
부부식당에서 뒷쪽으로 돌아 '낙산 공원' 표지판을 따라 가면 이화 벽화 마을과 낙산 공원으로 갈 수 있는 두갈래 길이 나온다. 저번에 벽화 마을을 걸어봤기 때문에 우리는 낙산 공원으로 향했다.
낙산 공원은 정말 기분 좋은 곳이다. 적당히 잘 닦여진 길에 서울 성벽을 따라 걸으면 기분이 좋다. 사람도 별로 없고 느즈막히 걷다 보면 노을 지는 하늘을 보기에도 딱 좋은 곳이다.
그냥 놓여진 길을 아무 생각없이 터벅터벅 걸으면 어느새 끝나 있는 길이다.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낸 성벽의 아래쪽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특히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을 보고 있으면 귀엽다는 생각도 든다. 혜화에서 연극을 보고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꼭 낙산 공원을 가보는 걸 추천한다. 물론 너무 더운 날은 안 가는 게 좋다.
혜화역은 연극을 보고 적당히 즐기면서 낙산 공원에서 기분 좋은 산책을 즐기기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서울에 산다면, 특히 강북쪽에 살고 있다면 정말 자주 갈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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