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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쩨리 Jan 20. 2022

가장 비싼 블랙 앤 레드, 시카고와 브레드

주식보다 수익률이 좋은 그 친구들

에르메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에르메스(Hermes)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주황색을 떠올릴 것이다. 샤넬(CHANEL)의 컬러웨이가 뭐냐고 묻는다면 블랙와 화이트라고 대답할 것이다. 에메랄드빛 하늘색을 보면 티파니앤코(Tiffany & Co.)가 생각난다.


색을 보면 바로 안다. 티파니앤 코!

이처럼 컬러 플레이는 그 어떤 메세지보다 강력하다. 크리스마스 아이템에는 항상 레드와 그린이 들어가는 것처럼, 컬러는 굳이 텍스트로 쓰지 않아도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레미제라블의 주요 넘버 중 하나는 혁명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들의 노래 'Red & Black' 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화려한 메세지를 담은 건 바로 검정과 빨강의 조화이다. 정열, 사랑, 피, 분노 등의 메세지를 담은 레드는 블랙과 만나면 가장 강한 대비를 만들어 내며 불타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혁명, 영화, 문학 등에서 강한 메세지를 전달할 때 쓰인다.


강렬한만큼 다양한 의미와 역사를 가진 블랙 앤 레드로 가장 이득을 본 건 바로 나이키가 아닐까. 오늘은 바로 이 나이키의 블랙 앤 레드 플레이. 시카고와 브레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얼마 전 대구 신세계 오픈런으로 커뮤니티가 아주 약간 시끌했다. 골프까지 손을 뻗친 나이키(NIKE)가 에어조던1 로우 골프 시리즈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시카고, 쉐도우, 울프그레이, 트리플 화이트


이번에 나이키는 에어조던1 로우 골프를 실패없는 4가지 컬러웨이로 출시했다. 시카고(Chicago), 울프 그레이(Wolf Grey), 다크 쉐도우(Dark Shadow), 그리고 트리플 화이트(Triple White)다. 이 중에서도 메인은 단연코 시카고이며, 리셀가가 70까지 치솟은 것도 시카고다. 그러니까 에스컬레이터 역주행도 하게 만드는 것... 주식보다 나은 수익률이다.


왜 이렇게 에어조던의 시카고와 브레드는 웬만한 주식보다 나은 수익률의 리셀가가 형성되었을까? 궁금하니까 털어보자.



시카고(Chicago), 그리고 시카고 불스


넘나 예쁜 착샷

시카고 컬러웨이가 ‘시카고’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건 시카고 불스의 팀 컬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왜 홍시맛이 나냐고 물어보시면 홍시맛이 나서...뭐 그런 느낌이지만 사실인 걸!


붉디 붉은 시카고 불스의 컬러 그리고 검정끈의 완벽한 조화

시카고는 1985년 마이클 조던이 홈경기에 착용했는데 사실 출시 당시에는 블랙토, 브레드에 밀려 인기가 다소 떨어졌지만 2022년 현재는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컬러웨이가 되었다. 1985년 모델 중 신품에 가까운 제품은 6,000~7,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자랑한다. 존버는 승리!



에어조던1 OG 레트로 시카고는 여러 버전으로 출시되기도 했는데 우리가 아는 그 조던 로고가 그려진 건 2013년이 마지막이다. 이후에는 점프맨이 사라지고 다른 로고를 달고 나왔다. 여튼 이렇게 상징성이 강한 시카고는 나이키가 그 어떤 모델로 내놓아도 항상 가격이 높다.


중고 명품 앱 카멜 캡쳐

헬로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프로그 등등 여러 플랫폼에서 시카고 모델을 찾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100만원이 넘는다. 그 긴 역사성과 강한 캐릭터성만큼이나 어마무시한 가격. 이제는 리셀가가 높아서 인기가 많은 거 일 수도 있지만, 시작은 조던의 시카고 불스임을 기억하자.


시카고 불스의 컬러를 담아 가장 조던스러운 스니커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가장 상징성이 강한 건 에어조던1 브레드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아래 계속.




헤이 브레드(Bred) 완전 tire..expensive!



시카고와 반전 매력으로 브레드는 블랙이 몸통을 꽉 채운 컬러웨이다. 브레드는 시카고보다 좀 더 특별하다고도 할 수 있다. 나이키가 신발이 금지(banned)되었다는 광고를 내보내며 에어조던1의 상징과도 같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발매 당시에는 시카고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릴리즈 되었을 때 커머셜 영상

에어 조던1 전에는 농구화가 모두 무채색 계통이었는데, 조던1 브레드가 이 원칙을 깨뜨리고 농구화 최초로 화려한 원색으로 나온 것. 가장 혁명적인 컬러웨이로 농구 코트에 혁명을 가져왔다.


올스타 게임 덩크 콘테스트에서 조던이 신은 조던1 브레드

NBA 사무국이 당시 농구화 규칙을 어겼기 때문에 착용 시 벌금을 부과했다는데, 나이키에서 게임당 5천불의 벌금을 물면서도 조던에게 신발을 착용하게 하였다는 카더라도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이유는 또 하나 있다. 80~90년대생 남자라면 가슴이 요동치게 만드는 만화 <슬램덩크(Slam Dunk)>의 주인공 강백호가 신었던 신발이라는 것. 이걸 노리고 나이키에서 슬램덩크와 콜라보로 조던6과 28이 들어있는 슬램 덩크 패키지를 발매하기도 했다.


위 장면이 바로 브레드가 빛을 발하는 장면이다. "북산의 색이다!!”. 이 대사 하나로 끝이다. 그래서 농구에 있어서 뭐랄까... 브레드는 농구화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리셀의 대상, 돈벌이 수단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우상 그 자체일 수도 있는 게 브레드다.


시카고 만큼은 아니지만 브레드도 만만치 않은 리셀가..

에어조던1 브레드는 시카고만큼은 아니더라도 역시나 인기 높은 컬러웨이다. 시카고처럼 어디에 매치해도 예쁜 스니커즈이기도 하고 오래된 의미있는 컬러웨이니까. 이제는 더이상 농구화라고 하기 어려운 게 시카고와 브레드다.



블랙과 레드는 강렬한 대비만큼 우리에게 항상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잘못쓰면 촌스러운 컬러 플레이지만 잘 쓰면 그 어떤 컬러웨이보다 강력한 메세지를 남길 수 있다.


나이키는 블랙과 레드 조합을 가장 잘 쓴 브랜드다. 시카고 불스의 컬러가 레드가 아니였다면 시작조차 못했을 수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시카고와 브레드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보고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리셀가 가격 때문이 아니라 신발이라는 카테고리에서 가장 강력한 아이템을 남겼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나이키 같은 스포츠 브랜드에서 이처럼 강력한 컬러 플레이를 본 적이 없으며, 신발에서 이것만큼 강한 상징성을 가진 신발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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