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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쩨리 Feb 29. 2024

네이버 웹툰이 1시간 몰아보기로 얻는 것들

쿠키 18개는 독자에게 정말 합리적인 가격일까

네이버 웹툰이 2월 7일 '몰아보기 1시간권'을 출시했습니다. 쿠키 10개~18개로 1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웹툰을 볼 수 있는 시간제 이용권이죠.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유료 회차가 많은 완결작에 대한 이용자 감상을 더 용이하게 하고, 플랫폼과 작가는 완결작 수익을 확대할 수 있도록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라고 했었는데요. 네이버 웹툰은 이 1시간 이용권을 통해 진짜로 얻은 게 무엇일까요?



장기 연재 웹툰에 대한 진입장벽 낮추기

네이버 웹툰은 '몰아보기 1시간권'을 현재(2월 27일) 기준 약 20여개 이상의 작품에 풀었습니다. 거의 대부분 100화 가까이 되는 장기 연재 웹툰이고 100화가 넘는 웹툰도 꽤 됩니다. 


사실 '몰아보기 1시간권'이 등장하기 전, 장기 연재 웹툰은 진입장벽은 꽤 높았습니다. 특히 해당 작품을 본 적은 없지만, 보고 싶을 때 장기 연재 웹툰은 아래와 같은 고민을 거치게 됩니다.

- 아.. 100화 넘어가네,, 쿠키를 몇 개 구워야 해..
- 쿠키 어차피 한 300개 써야 하네...얼마를 쓰는 거야..
- 재밌는지 아닌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10화 남짓 보고 말 거면 그냥 안 볼래.

장기 연재 웹툰은 완결되고 나서 보려고 하면 이렇게 독자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이 큽니다. 그러나 네이버웹툰 입장에서 본다면 이대로 장기 연재 웹툰들을 그냥 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쿠키 벌이들입니다.

장기 연재 웹툰은 네이버 웹툰 앱 내에서 단가가 높은 상품들입니다. 보통 연재 기간 동안 인기가 있어서 장기 연재를 잘 유지한 케이스들이 많고, 이런 웹툰들 중에는 최근 웹툰의 드라마화 추세 탄력을 받아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다시 주목받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한번이라도 특정 회차 이상 독자가 보게 만들다면 장기 연재 웹툰은 수많은 웹툰들 중 꽤 객단가 높은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객단가 높은 상품을 잘 팔기 위해 '몰아보기 1시간 이용권'으로 네이버는 허들을 낮춘 것이죠. '몰아보기 1시간 이용권'은 얼핏 보면 '무제한'이라는 키워드 덕분에 쿠키 18개만으로 단숨에 장기 연재 웹툰을 훑어 볼 수 있을 듯한 인상을 주니까요!



1시간동안 유저를 붙잡아 둔다

네이버 웹툰이 출시한 '몰아보기 1시간 이용권'의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1시간 동안 유저를 네이버 웹툰 서비스에 붙잡아 둔다는 데에 있습니다.


어떤 서비스든 유저의 접속 시간을 1시간 동안 유지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2022년 모비인사이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 웹툰 앱의 평균 하루 이용 시간은 약 20분 정도입니다. 

하지만 쿠키 18개, 즉 약 1,800원 ~ 2,200원 정도의 돈으로 장기 연재 웹툰을 즐긴다고 하면 1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몰아보기 위해 집중하게 되겠죠. 물론 그깟 2,000원! 하면서 그냥 이탈해 버리는 유저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1시간동안 좋아하는 작품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느낌'이 있는 이용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아주 다른 이야기입니다.


놀이공원에 가서 자유이용권을 사면 최대한 많이 타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네이버 웹툰도 마찬가지로 '몰아보기 1시간 이용권'을 구매하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 압축적으로 웹툰 앱에 머무르게 되니까요. 



쿠키 18개는 정말 저렴할까

현재 거의 대부분, 정말 '전부다'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몰아보기 1시간 이용권'은 쿠키 18개를 지불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원래 쿠키 18개라면 얼마나 많은 회차를 봐야 '뽕을 뽑는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네이버 웹툰의 몰아보기 1시간 이용권 대상인  웹툰들은 대부분 1회차를 보려면 쿠키 2개가 필요합니다. 쿠키 2개를 지불하면 3일 동안 '대여' 하는 것이죠. 그러면 조금만 계산하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우리는 1시간 내에 최소 9개는 봐야 수지 타산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사실 1시간 몰아보기 이용권이 열려 있는 웹툰들을 보다 보면 생각보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몰아보기 1시간 이용권이 있는 웹툰
- 호랑이 새끼
- 슈퍼스타 천대리
- 희란국연가
- 죽어도 다시 한번!
- 내게 너무 소란한 결혼
- 연애혁명
- 일진과의 전쟁
- 공포특급
- 혼전계약서
- 위험한 남편을 길들이는 법
- 선배는 남자아이
- 파란 거짓말
- 용왕님의 셰프가 되었습니다
- 반드시 해피엔딩
- 키드갱
- [드라마원작] 사냥개들
- 이별 후 사내 결혼
- 노답소녀
- 내 남편과 결혼해줘
- 사랑니S
...

이렇게 위에 보는 것처럼 이 이용권을 쓸 수 있는 웹툰들은  스토리를 열심히 따라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는 웹툰들입니다.  재밌게 보려면 스토리를 이해해야 하는 웹툰들입니다. 그냥 일상/유머로 보면서 흘려 볼 수 있는 웹툰이 아닙니다. 결국 한 회차를 보는 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필요한 건데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몰아보기 1시간 이용권을 쿠키 18개로 사는 것이 결코 저렴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1시간 내 9회차 이상을 보려면 생각보다 꽤 집중력 있게, 빠르게 작품을 읽어내야 합니다. 조금만 1시간을 허투루 쓰면 생각보다 18개를 뽕뽑기가 힘듭니다. 혹시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꼭 아무 작품이든 시도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네이버 웹툰 앱 이용자가  쿠키 18개를 소비해서 1시간 동안 알차게 쓰는 것도 어렵지만, 결국 뽕을 뽑 는답시고 1시간 동안 매달려서 10회차를 보든, 12회차를 보든 네이버 웹툰은 잃는 게 없습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18개만큼 회차를 못 본다면 쿠키 18개를 쓰게 만든 것도 만든 것이지만 설사 독자가 뽕을 뽑아 12회차를 보든 14회차를 보든 네이이버 웹툰 앱에 꽤 오래 머무르게 만드니 어느 쪽이든 네이버웹툰은 좋은 것이죠.


네이버웹툰은 단순히 쿠키 소비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치밀한 계산 끝에 유저들을 네이버 웹툰 앱에 더 머무르게 하면서, 장기 연재 웹툰들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아이템으로 '몰아보기 1시간 이용권'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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