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목록에서 필터가 일 잘하게 만들기
도대체 우리 유저는어떻게 해야 더 많이 살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유저가 사게 할까? 이커머스에서 PO로 기획을 하고 있다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유저가 더 많이 사게, 더 많은 유저가 사게 하는 방법은 너무나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프로덕트 자체만으로 '더 많은' 구매를 이끌어 내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해내야 하는 것이 숙명! 이러한 고민의 과정에서 필터를 개선해 필터 이용률을 높인 방법을 소개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PO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구매', 즉 최종 전환까지의 퍼넬을 단계별로 나누는 것입니다. 도메인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통상 '이커머스 서비스'에서 최종 전환 '구매'까지의 퍼넬은 보통 아래와 같습니다.
위 퍼넬에서 최종 전환 '결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퍼넬은 어디일까요? 홈일까요? 상품 목록일까요? 상황과 서비스 종류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이탈수'가 가장 많은 퍼넬"입니다. 이탈율이 가장 높은 곳이 아니라 절대적인 수가 가장 많은 퍼넬을 조져야, 아니 파헤쳐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다음 퍼넬로 넘어가는 수가 많아지면서 결국 최종 전환에서의 절대적인 수가 많아지므로 매출의 증대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개선했던 곳은 홈에서 상품 목록까지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미 홈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라(이건 다음에 글로 풀어보겠습니다.), 다음에 주어진 과제는 상품 목록에서 상품 상세 페이지로 넘어가는 퍼넬을 개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 카드 또한 개선작업을 거쳐 상품 목록에서 상품 상세 페이지로 전환율을 개선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또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민의 출발은 "상품 목록을 보고도 상품 상세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는 유저 - 그러니까 실컷 찾아놓고 정작 상품을 자세히 구경하지 않는 이유-는 왜 그럴까?" 였습니다. 그리고 이 고민에서 저는 문제를 두 가지로 정의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한 대답은 'NO.' 우리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상품이 정말 아주아주아주 많았거든요.
그렇다면 문제는 하나입니다. 유저가 원하는 상품을 목록에다 데려다 주지 못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우리는 유저가 원하는 상품을 목록에다 갖다 놓지 못할까?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유저가 원하는 상품'이 일단 우리 서비스 내에 존재한다면 가장 큰 원인은 '유저가 원하는'을 우리가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유저가 원하는'을 어떻게 알아내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신규'유저 였습니다. 이미 찜을 해 본 상품이 있거나, 검색을 여러번 했거나 한 유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신규 유저에 대해서 아는 정보는 회원가입할 때 입력했던 취향 정보 뿐이었습니다.
사실 회원가입할 때 입력하는 취향 정보는 귀찮은 회원가입 과정을 후다닥 넘기기 위해 실제 유저가 원하는 정보를 담아냈다고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유저의 검색하는 행위에 유저가 원하는 게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 서비스에서 검색을 하는 유저들 60%가 넘는 유저가 한 단어 검색만 한다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 유저가 찾는 게 '구찌 반지갑'이라고 하더라도 '구찌'만 치는 경우가 다수였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저가 최대한 본인이 원하는 검색어를 잘 집어넣을 수 있도록 자동 완성을 열심히 만들어놨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이 훨씬 넘는 유저들이 한 단어로만 검색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유저가 찾는 것이 뭔지 알아내는 다른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이런 고민의 과정에서 생각난 것이 '필터'였습니다. 필터에는 카테고리, 브랜드, 가격, 사이즈 등을 적용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 이걸 적용하면 적용할 수록 우리는 '유저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알 수 있는 것이죠.
그 다음에는 다시 역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필터를 사용했던 유저들은 자기가 원하는 상품을 찾았을까? 그래서 필터를 적용한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 사이의 상품 상세 진입률, 최종 전환율을 비교했습니다. 실제로 필터를 적용한 유저들은 상품 목록에서 80%가 넘게 상품의 상세 페이지로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찜이든 구매를 하든 본인이 원하는 상품을 찾는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필터를 개선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다음 문제는 'how'였죠.
필터를 개선하기에 앞서, 신규 유저의 필터 사용률이 낮은 것에 대해 우리는 고민해 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두 가지 문제를 생각했습니다. 어렵거나. 귀찮거나.
정확히 얘기하면 다른 문제이지만 해결 방법은 하나라고 정리됐습니다. "쓰기 쉽게 만들자!"
여기서 우리는 첫 번째 방법으로 여러분에게도 익숙할 필터 형태를 생각해냈습니다. 쿠팡처럼 검색어에 맞게 노출되는 2~3가지 필터를 보여주고 해당 필터 내에서 자주 쓸법한 항목들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신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검색어로 입력하면 사이즈와 브랜드 필터를 가장 먼저 보여주고 유저가 저장한 사이즈의 필터를 사이즈 필터 항목 맨 앞에 배치하고, 브랜드는 인기순대로 배치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검색창 하단에 추가로 붙일 만한 검색어를 노출하는 것이었습니다. '필터를 적용'하는 행위 자체가 유저에게 번거로울 수 있다고 판단했고, 검색어 다음에 바로 붙일만한 가장 좋은 단어들을 노출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저가 그냥 '구찌'만 검색했다면 그 다음 필요한 정보는 카테고리 정보였기 때문에 반지갑, 장지갑, 숄더백 등의 단어가 나오도록 설계했습니다. 만약 카테고리를 입력했다면? 해당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순서대로 브랜드를 배치했습니다.
세 번째 적용한 방법은 필터 버튼이 보이는 영역을 스크롤을 내려도 고정시켜 놓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유저가 목록의 아래쪽으로 스크롤을 내리면 상품을 탐색한다고 판단해 상품이 최대한 많이 보이도록 상단 검색바만 남겨두고 필터가 보이는 부분과 하단 네비게이션 바는 사라지게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스크롤 방향과 무관하게 필터가 있는 바를 고정시켜두었습니다.
이런 방법의 출발은 외국 쇼핑몰 "Myntra"라는 앱이었습니다. 이 앱에서는 특이하게 상품 목록 중간에 필터가 나왔었는데요.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유저가 검색하는 상품에 대해 조건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처음부터 필터를 적용하기 보다는 상품을 어느 정도 탐색한 뒤 적용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일단 필터 영역을 고정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상품을 탐색하다가 언제든지 유저가 필터를 적용할 수 있게요.
그리고 그 결과는... 두구두구...
신규 유저의 필터 이용률이 1.5배나 성장했습니다! 네 올랐으니까 자랑하는 것이죠...! 20%에서 30%로 훅 오른 것인데요. 저희가 세운 3가지 가설, 즉 3가지 방법 중 통한 게 무엇인지 검증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첫 번째 아니면 두 번째가 통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필터 이용률 개선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3번째 방법이었습니다.
각 영역별로 이벤트를 심어 어떤 영역을 유저들이 더 많이 이용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는데요. 펼쳐놓은 필터나 검색어 하단의 보조 검색어 클릭율은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필터 버튼 자체 클릭율이 필터 이용률 상승한 것과 거의 비슷하게 높아졌었습니다.
결국 상품 목록에서 필터가 일을 잘하게 하는 방법은 유저가 원하는 타이밍에 필터가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이었습다. 그냥 필터바를 고정시켰지만 - 심지어 스크롤 액션에 따라 들어갔다 나왔다 하게 만드는 게 더 번거롭습니다 - 필터 이용률은 최초에 목표한 수치를 뛰어 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품 목록에서 상품 상세로 넘어가는 전환율도 개선되어 목적한 바를 이루었습니다. 아주 작은 변화로도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볼 있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