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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Feb 22. 2021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좀비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

황희 [야행성동물] 책 리뷰




1. 좀비 소설이 가져야 할 미덕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소설

   황희 작가님의 신간 "야행성동물"은 기본적으로 장르 소설의 소재 중에 부담 없고 흥미를 더하는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좀비 소설이 갖는 이야기로서의 장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좀비를 소재로 한 소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좀비 소설을 제법 읽었고, 항상 기본은 하지만 신선한 소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야행성동물"은 기존 좀비 소설과는 눈에 띄게 다른 소설입니다. 그냥 다른 것이 아니라 매우 바람직하고도 좋은 쪽으로 차별화되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이 유달리 훌륭하게 다가온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기존 소설과는 좀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신선함의 정도가 웅장합니다. 보통 신선한 좀비 소설이라고 할 때, 좀비의 특성이나 좀비가 되는 이유, 좀비의 약점이나 퇴치법 등에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설정을 추가하는 정도 수준에서 괜찮은 지점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야행성동물"의 경우는 그라운드 자체를 옮겨버리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좀 새롭다!'라는 느낌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군... 털썩...'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저는 솔직히 좀 감탄해버렸습니다. 


   두 번째, 인간이 좀비로 변하게 되는 원인이 상대적으로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여태껏 제가 접해본 그 어떤 소설보다 더 현실적으로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 이전에는 어떤 좀비 소설도 '이런 이유라면 좀비가 탄생할 수도 있겠군.'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렇다고 좀비가 될 것 같진 않은데... 뭐... 그렇다고 치고 보지 뭐...'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작가들조차 좀비가 되는 원인, 이유에 대해 그다지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체로 좀비 아포칼립스가 창궐한 상황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이었다고 해야 되겠습니다. 황희 작가는 인간이 좀비가 되는 원인에 대해 공을 들인 흔적이 확연히 보입니다. 대충 넘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좀비가 되는 원인을 대충 처리할 수 없는 이유는 소설의 주제의식,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를 선명하게 부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이기 때문에 연구를 많이 하셨다는 생각입니다. 


   세 번째, 좀비의 양상이나 행동양식 등을 천편일률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다양한 변이와 단계를 설정했습니다. 좀비의 행동이나 변이 방식 등이 단순하고 예측이 쉬울 경우 스토리 진행에 있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장편소설의 텐션을 끝까지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장르소설을 읽는 미덕인 재미와 조마조마함을 즐기기 어렵다는 의미이고, 재미없고 진지하기만 한 소설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변이되는 시간에서도 변화를 주고 있고, 유전자 차원에서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설정해 주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됩니다. 

출처 : 몽실북스 네이버 포스트



2. 흥미로운 스토리에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사회문제, 주제의식이 선명한 소설

  이 소설은 사회파 소설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사회파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실제로 느끼는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소설을 통해 익숙한 문제에 대해 공감하거나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양화하기에 좋은 툴이자 배움의 도구가 되기도 하기에 개인적으로 사회파 소설을 무척 선호하는 편입니다. 기왕 재미있는 소설을 읽으면서 뭔가 배우고 얻을 것이 있다면, 배움이 아니더라도 진한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사회파 소설의 가장 큰 문제는 주제나 문제의식이 무거운 경우가 많아 독자로 하여금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도록 할 우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면 결과적으로 소설 자체가 재미가 없었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파 소설이 좋은 소설이 되려면 스토리 자체가 가독성이 뛰어나고 리듬감도 좋아야 합니다. 캐릭터가 입체적인 데다가 약간의 위트나 흥미요소를 가미하면 더욱 효과적일 수 있겠습니다. 결국 소설의 주제의식과 사회적 문제를 고찰하는 뼈대 위에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근육을 튼튼히 붙이고 재미있는 스토리라는 살을 아름답게 덮어주어야 미적 감각이 탁월한 훌륭한 사회파 소설이 탄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파 소설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쓰는 이유는 "야행성동물"이 이런 복합적인 문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잘 해냈기 때문입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주인공을 비롯한 입체적인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재미있는 이야기임에도 마약 남용, 총기 소지 문제 등 매우 무거운 사회문제를 유기적으로 짜임새 있게 녹여 담아내고 있습니다. 독자로써 매우 감탄하는 지점입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평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출처 : 몽실북스 네이버 포스트




3. 좀비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질문을 던지는 소설

   통상 소설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사용하는 이유는 일단 좀비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좀비가 죽어나가고 좀비에 의해 사람이 죽어나가도 일반적인 살인의 상황보다 독자가 겪는 부담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자극적인 이야기를 구축해 나갈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존재'끼리 제거하고 생존하려는 욕구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에 서기 좋습니다. '어서 좀비의 목을 따버려!'라는 무시무시한 생각도 쉬이 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또한,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이란 매우 위태한 여건, 서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 인간이 구축해 놓은 사회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을 상정하기 때문에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 유한하고 한정적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이타심을 발휘하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즉,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밑바닥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죠. 이런 조건을 만들어 놓은 작가는 소설의 스토리 전개를 통해 인간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펼쳐 보이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도 예외 없이 좀비를 다루는 인간의 상반된 태도,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인간의 잔인함, 비정함 등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사회적 억제 장치가 무너졌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인간의 감춰진 모습을 묘사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차게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좀비가 된 존재들을 다시 되돌려 놓으면 인간이므로 좀비를 괴물 같은 존재로 여겨 제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살려내야 할 '인간'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왜 내 가족과 친지, 지인이었던 사람을 쉽게 포기하고 목숨을 취하려 하느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런 작가의 질문은 주인공의 시각과 대사와 행동을 통해 구체화됩니다. 이 질문은 결국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으로 귀결됩니다. 작가는 이미 좀비가 된 인간은 물론 반려동물까지 포함해 그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보편적인 형태로 치환하면, 결국 인간이란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때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역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저 포기하고 쉽게 이해득실로 판단하고 행동해버리면 인간성을 상실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마약 복용이 일반화되고 총기 규제 없이 다양한 사고를 반복하고 있는 현실 사회에 인간성을 회복하고 쉽사리 포기하지 말라고 경종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심각한 사회 문제들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 사회도 순식간에 인간성을 상실한 좀비 아포칼립스처럼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소재를 가져와 스토리를 만들어 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재미와 가독성을 충분히 살려주면서" "사회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는" 이 소설은 가볍게 읽고 싶은 독자는 물론 사회파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독자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매우 완성도 있는 훌륭한 소설입니다. 같은 소설도 독자가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읽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누가 읽어도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소설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출처 : 몽실북스 네이버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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