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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Aug 28. 2021

매력적인 가족 심리 스릴러 소설

장편소설 [절대 말하지 않을 것] 책 리뷰




1. 사건 하나로 끝까지 밀고 가는 힘 있는 영미권 미스터리 스릴러

   캐서린 맥켄지의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은 영미권 장편 미스터리 스릴러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여기서 함정은 제가 영미권 미스터리 스릴러를 그다지 많이 읽어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만 왠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일 것 같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하나의 사건에서 촉발한 서사로 시작해 이야기를 넓혀가며 감춰진 진실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꽤나 익숙합니다. 그러나 사소한 사건이라 여기며 시작했던 스토리는 포장이 벗겨지면 벗겨질수록 사람이 처절하게 죽어나가는 잔인한 사건이 중심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도 뭔가 아이들 캠프에서 사건이 촉발되었고, 그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여기에는 더 파괴적이고 잔인한 내막이 감춰져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에서 밝혀지는 내막과 결론에 충격의 반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 파괴력도 무척 대단했습니다만, 범죄적 사건 사고는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의 사건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그 사건을 풀어해지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따지고 보면 이렇게 장황하고 긴 서사로 이어갈 일인가 싶은 사건입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서사의 텐션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뚝심이 넘치는 소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의 힘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살펴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지점이 있습니다. 우선 작가의 우직함이 특징적입니다. 한정된 공간과 인물들로 이어가는 스토리의 짜임새가 촘촘하고 고집스러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문장에 힘이 있습니다. 문체는 뭔가 냉정한 것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뉘앙스입니다. 


   이런 특징은 독자들에게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돕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애초에 이 서사에 녹아들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진입 장면으로 작용할 위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초반에 소설에 빠져드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도대체 내막이 뭔지 궁금하게 만들며 스토리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2. 복잡한 심리 묘사가 탁월한 가족 미스터리 스릴러

   거듭 언급하지만 사건의 개요는 정말 단순합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지만 미국 영화 등에서 자주 접하는 여름 캠프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캠프인 "캠프 마코"에서 한 소녀 아만다가 새벽에 피습을 당해 식물인간이 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납니다. 이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들은 각자의 입장 때문에 보고 들은 것들을 선택적으로 숨기거나 말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면서 진실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그렇게 정리되지 않은 채 사건은 미제로 남겨집니다.


   당시 책임자였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한자리에 다시 모인 이 가족들은 캠프 마코의 상속과 처분 문제로 혼란에 휩싸입니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20년 전 그날의 일을 들춰 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사건의 흐름 속에서 매력적인 미스터리 스릴러가 되려면 결국 등장인물의 캐릭터 자체는 물론 인물 간 관계가 촘촘하고 짜임새가 있어야 합니다. 


   이 소설이 탁월한 가족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평을 하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부모부터 자식까지 하나같이 사연이 있고 특징이 있으며 단순해 보이는 사건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필연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애증"으로 대표되는 가족이라는 특수 관계를 매우 탁월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브로큰 패밀리처럼 보이면서도 복잡한 심리를 보이는 각 캐릭터들이 만들어 나가는 스토리가 독자의 속을 긁습니다. 


   통상 소설 속 주인공은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소설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캐릭터에 빠져들고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돕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 속 인물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력적이라기보다 하나같이 열받고 화나게 만드는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정신세계를 가진 인물들이 어울리면서 얽히고설킨 스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정말 점차 짜증이 점층적으로 쌓이는 경험을 하게 만듭니다. 


   열받지만 궁금해서 계속 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소설입니다. 가족 간의 미묘한 관계와 심리게임이 탁월하기 때문에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인간의 깊은 내면과 관계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관계의 차원에서 보면 가족이라는 특수 관계에서 오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 같은 서사가 완성되었습니다만, 이 소설이 더 좋게 다가오는 부분은 관계 묘사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인간관계라는 것은 나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이 소설 속 10여 명에 가까운 주요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성격유형과 특질을 간직한 채 욕망과 상처를 감추고 살아갑니다. 


   소설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가운데 각 인물들이 어떤 성격인지, 무슨 인간형인지에 대해 디테일한 설정으로 하나하나 풀어놓습니다. 너무나 다르고 독특한 이 인물들은 각자 내면의 약점을 간직한 채 채워지지 못한 욕망과 상실감으로 몸부림칩니다. 그렇기에 피해자는 한 명인데 누가 가해자인지, 또는 공범인지, 또 다른 피해자인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소설의 결말이 드러나기까지 수많은 약점을 지닌 인물들이 펄떡거리다 보니 독자 입장에서도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됩니다. 독자의 성향에 따라 이 소설의 특성이 놀랍게도 탁월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반대로 복잡하고 난해가게 느끼기도 할 것 같습니다.


   제한된 공간과 인물로 그려내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너무 매력적입니다만, 스토리가 정리가 되어도 시원하고 통쾌한 느낌이 들기는커녕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러기에 사회파 소설을 즐기며 좋아하는 저에게는 무척 훌륭하게 다가왔습니다. 대체로 미국적인 가족관계이자 인간관계의 묘사가 드러나기는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인간형과 인간관계의 흐름을 맛볼 수 있기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긴 한숨을 쉬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는 소설의 극 초반이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 속으로 조금만 미끄러져 들어가게 되면 정말 흥미로운 소설로 즐길 수 있습니다. 서서히 사건의 본질이 밝혀지며 놀라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찾으시는 독자님들이라면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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