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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Feb 09. 2022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기 좋은
최적의 어린이 책

[11살, 엄마를 속여라] 책 리뷰



1. 아이들이, 아이들을 위해 쓴 책

   [11살, 엄마를 속여라]는 상당히 의미 있는 책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어른이 쓴 책이 아니라 아이들이 글과 그림까지 모두 담당한 어린이 작가들의 책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어린이의 시각으로 쓴 책은 많지만 이 책은 그냥 아이들이 쓴 책이기 때문에 "어른의 눈으로 본 아이들이 시각으로" 쓴 정제된 책이 아니라, 그냥 아이들의 시각으로 쓴 책입니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정말 아이가 썼다는 느낌이 구구절절 느껴집니다. 그래서인가 어떤 부분에서는 아슬아슬한 느낌도 있고, 정말 개구쟁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다양한 감정이 솟구치게 만드는 책입니다. 아빠의 마음으로 읽다 보면 흥미롭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런 건 우리 애가 보면 안 되겠는데 싶은 부분도 살짝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은 오히려 더 공감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 입장에서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양서나 추천도서라고 하는 아이들 책은 아무래도 교훈적이고 정제된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들었으면 하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교훈이라는 명목으로 실린 책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출판사 입장에서는 결국 책을 고르고 사는 주체는 부모들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으면 책을 팔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조금은 더 고민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고사하고 아예 책 자체를 안 보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 속에도 어떻게 하면 엄마를 속이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할까 고민하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본 투비 스마트폰 세대인 요즘 어린이에게는 책이라는 매체는 너무나 멀고도 낯선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받아들이는 정보가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학습에 보조 수단으로는 적합할지 모르나 사고력을 키우는 데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은 차분히 사고하고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은 아직도 책이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니 독서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는 형국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책을 읽는 행위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숙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책에 익숙해지는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행위가 즐겁고 재미있다는 경험을 하는 것이겠지요. 이 간단한 결론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책이 너무 많다 보니 아이들은 책에서 더 멀어지게 됩니다.

   KONG 출판사의 [11살, 엄마를 속여라]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적화된 책으로 보입니다. 아이들이 정말 책과 친해지고 독서를 즐겁게 경험하도록 해주고 싶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2. 책으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성을 최대한 반영한 어린이 책

   그렇다면 이 책이 도대체 뭐가 그리 특별해서 아이들이 책에 익숙해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일까요? 내용적인 측면과 형식적인 측면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내용적인 측면은 어린이 책의 교훈적인 부분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 진짜 어린이가 쓴 책이라는 점, 어린이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어린이들이 공감하기 좋은 내용이라는 점 등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어린이 책이고 글씨도 큼직하고 글자 수도 많지 않지만 판형이 큰 그림책과 달리 성인용 문고판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 짧은 이야기를 마치 카카오톡을 나누듯이 채팅창처럼 구성했다는 점, 중간중간 일기 형식의 글이 추가되어 있다는 점 등이 특징적입니다.


   제목부터 "엄마를 속여라"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장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데, 책을 골라서 구매하는 엄마들 입장에서 과연 관심을 끄는 제목이 된지, 회피하는 제목이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내용적으로 엄마를 속이는 방법이 쓰여있는 것은 맞지만 그 속에 아이가 엄마를 바라보는 마음이나 생각이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내용적으로 개구쟁이 같은 아이들이지만 사실 착한 아이들이라는 것도 읽으면서 금방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 책의 목적이 교훈보다 아이들이 책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이 책은 형식적으로 특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익숙한 카카오톡 채팅 형식으로 글이 이루어져 있고, 문장도 짧고 챕터당 내용도 짧아서 짧은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이 책이라는 개체를 쉽게 받아들이기 딱 좋은 구성입니다. 중간에 삽입된 일기도 아이들의 공감을 얻기 딱 좋은 내용입니다. 책의 말미에 엄마와 책을 읽을 어린이들, 책을 사주는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솔직하고 감동적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 책이 너무 지루해서 공감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 [11살, 엄마를 속여라]를 읽도록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책이 생각보다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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