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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Jul 02. 2022

누구나 비밀은 있다. 불운한 가족의 대 분투기

양수련 소설 [리아 가족] 책 리뷰



1. 가족과 나, 그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지점

양수련 작가의 [리아 가족]은 가족이라는 틀안에서 운명처럼 얽힌 가족 구성원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리아라는 한 여성을 시작으로 가혹할 정도의 불운으로 이어진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리아라는 여성이 겪은 악랄한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리아 가족의 가족사는 사뭇 암울하고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극적입니다.


인간의 선입관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공고합니다. 가족이라면 무릇 이러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념, "사회성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속하는 기본단위" 따위의 정의가 그렇습니다. 이미 가족 제도가 해체 일로를 걷고 있고 핵가족, 1인 가족을 넘어 유사가족도 등장한지 오래입니다. [리아 가족]에 등장하는 구성원들의 모습을 감안하면 엉망진창 콩가루 집안 같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가족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전통적 가족의 개념을 지향하거나 동경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소설은 시간의 흐름대로 3대에 이르는 가족사를 조망합니다. 첫 세대는 17살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임신을 하고 아이 둘을 버려야 했던 비련의 여인 리아, 그 리아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지만 자신을 거부하는 아내 곁을 떠나지 못하는 남편 문형사입니다. 이 둘의 관계도 상식적으로 정상은 아닙니다. 2대는 버려졌던 두 아이 즉, 제대로 된 가정을 누려보지 못해 정상적인 삶을 살아내지 못하는 아들 조와 엄마를 위해 범인을 잡아 심판하려 했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른 후 메인 삶을 사는 딸 란입니다. 3대는 조의 연인이라며 리아네를 찾아온 아리와 그 아들 단비입니다.


이들 3대의 구성원은 하나같이 안정감이 없고,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가족으로 엮여 있고, 끈끈한 가족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드러나는 삶의 모양새는 그리 끈끈하지도 행복하지도 못합니다. 그리하여 서로를 갈망하고 애정하지만 건강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양상을 통해 "가족과 나"의 관계라는 미묘하고도 애매한 문제를 고민하게 됩니다. 아마도 독자는 매 챕터마다 등장하는 인물의 독특한 모습을 대할 때마다 스스로나 주변 누군가의 모습을 오버랩해 떠올릴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흥미 위주로 후루룩 읽히기 어려운 것입니다.




2. 독특한 시도를 만나는 재미

[리아 가족]은 내용적으로나 구조적으로 굉장히 흥미롭고 새로운 소설입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고 특별할 게 없지만 등장인물들을 개별화해 바라보면 상당히 풍성하고 복합적인 매력이 넘치는 스토리로 재조합되어 다가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작가가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대하는 애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애정을 기반으로 독특한 스토리 전개 방식 역시 가능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설은 구조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화자가 다수여서 "집단 고백 체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첫 챕터를 리아의 서술로 시작합니다. 화자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입장이나 속마음을 고백하는 느낌으로 서술을 하고 있는데 이런 서술 태도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뭔가 타인의 비밀을 엿듣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호기심도 자극되고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후 챕터가 바뀔 때마다 다른 등장인물이 교차로 등판하면서 각자의 속 사정과 입장을 고백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가족 구성원들에게 일어나는 일의 일부 또는 전말을 알게 되기도 하고 반전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구조적으로 이런 방식의 전개는 장단점이 명확한데, 소설의 분량에 비해 훨씬 풍부한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툼이 일어날 때 흔히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 잘잘못을 가릴 수 있듯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의 속마음을 차례로 들어볼 수 있기 때문에 다각적으로 사건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이는 소설을 폭넓게 이해하기 좋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많은 여운이 남게 됩니다.


한편 다수가 서술자로 등장할 경우 가장 단점은 자칫 이야기에 몰입을 방해하고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등장하는 서술자가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매력이 없을 경우 독자가 스토리 전개를 따라가기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계속 이야기하면 더 정떨어지는 그런 형국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수의 서술자를 등장시키는 소설이 그만큼 흔치 않은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리아 가족]은 그 부분의 단점은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구조적으로 잘 짜였다고 보입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저자가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깊은 애정을 쏟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느껴집니다.


이 소설은 저자 스스로도 기존에 보여준 바 없는 스타일과 구조를 보입니다. 제목 자체가 너무 무난해서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좀 부족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만,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다양한 양상을 잘 구성해냈고 각각 구성원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충실하게 잘 드러내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기 좋은 소설이 완성되었습니다. 독특한 방식이 이 소설은 꼭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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