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가 되는 다양한 법칙을 삼발이 구조로 설명한 책

나승용 [후천적 프로페셔널] 책 리뷰

by 돈다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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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페셔널, 그 아름다운 이름

모든 일에 어설프기 그지없는 저는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를 무척 동경합니다. 발음도 그럴듯하고 들었을 때 뭔가 멋진 상태에 이른 듯한 그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나승용 준장의 [후천적 프로페셔널]은 프로페셔널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고 프로페셔널에 이르는 방법을 조언해 주는 책입니다. 막연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남들보다 더 높은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만, 이 책은 서문부터 프로페셔널의 정의와 조건을 정확하게 딱 정해주고 있습니다.


프로페셔널에서 영어 Profession의 어원은 "Pro + Fess"로 앞으로 나서서 사람들을 향해 말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런 어원에 기초해 저자는 프로페셔널의 세 가지 조건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깊이 있는 식견, 옳고 그름에 대해 적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시대적 소명을 구현하는가 여부입니다. 어떤 분야에서 깊이 있는 식견을 가지고, 자기 말에 반드시 책임을 지면서 시대적 소명을 구현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전문가로 존경을 받을 것입니다.


[후천적 프로페셔널]이라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전문가는 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신비로운 재능을 타고나거나 완벽한 피지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서 출발점이 다른 경우도 있겠습니다. 심지어 그 와중에 성실하고 지독하게 열심히 하기까지 해서 넘사벽의 경지에 이른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재능은 탁월하지만 노력하지 않아서 빛이 바래는 경우도 아주 많습니다.


누구나 좋아하거나 오래 일한 분야가 있으면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생각 없이 반복하는 것보다 제대로 프로페셔널의 모습을 갖출 준비와 목적의식을 가지고 해나가는 것이 결과가 좋을 것은 당연합니다. 저자는 34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군대에서 장병을 교육하는 일을 해온 군 교육 프로페셔널입니다. 이 풍부한 경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프로페셔널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론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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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후천적 프로페셔널이 될 수 있는 실제적 방법들

이 책은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사람이 가져야 할 원칙이나 법칙을 64가지나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좋은 조언은 금방 외울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간단해야 좋겠습니다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단순하지가 않고 삶이란 것이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금수저라 자산을 엄청 물려받지 않고서야 어떻게든 나아가는 삶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이 변하는 상황을 보아하니 그냥저냥 살만하다고 유유자적 워라벨을 즐기기에는 위험이 너무 많습니다.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하면서 놀 걸 놀아야만 미래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교육 일을 해오신 저자 같은 분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 책을 읽는 거니까 눈을 기울이는 건가?


저자는 책 속에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총 8개의 장으로 구분해 프로페셔널에 이르는 방법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볼 때 각 장들이 정확히 분류가 되고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느냐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만, 장을 나누어서 대략적인 메시지를 구분하고 챕터별로 길지 않게 조언하는 방식은 효과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군 출신이신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군대에서만 볼 수 있는 조직론이나 전략, 전술론 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부분이 이 책을 다른 성공학 책과 구분해 주는 특징이 됩니다. 저자만 할 수 있는 조언이기 때문에 이 책이 의미가 더 생기는 것이죠. 책에서는 프로가 되기 위한 조직론, 사고 법, 유연한 태도, 남다른 시각의 중요성, 타이밍과 템포의 중요성, 적시에 기회를 잡는 법, 극한까지 몰아가는 방법,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 등을 폭넓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구구절절 옳은 조언이기는 하지만 조언이 너무 많아서 읽고 난 후에 어떤 메시지에 집중해야 할지 어려움이 있는 느낌입니다. 저자는 203페이지부터 자신의 정리 법과 반복 학습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손자병법>을 650자 내외로 축약한 후 핵심 어구만으로 압축하고 도표로 만들어 반복학습해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예시를 들고 있습니다. 이 책도 말미에 <손자병법> 방식으로 압축하고 도표를 만들어 주셨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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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가지의 힘, 완벽한 삼발이 구조의 미학

책을 읽다 보면 저자는 거의 3가지 홀릭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무언가 설명할 때 3가지로 나눠서 설명하는 방식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강의나 연설 등에서 3가지로 나눠서 설명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3가지가 정말 미친 듯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 정도면 3가지 집착증이나 강박증이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시작부터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세 가지로 나눠서 설명합니다. 챕터 1에 들어서는 학습조직을 만들기 위해 생각할 것 세 가지를 나열합니다. 다음다음 챕터에서 현장에서 사안을 바라볼 때 얻을 수 있는 이점 세 가지를 설명합니다. 조금 읽다 보면 신뢰의 측면에서 인간의 역사를 세 부분으로 나눠 설명합니다. 더 예를 들 필요도 없을 만큼 이 책 속에는 무수히 많은 세 가지가 등장하고 가장 많은 단어가 "첫째, 둘째, 셋째"라고 할 만큼 3가지의 축제입니다.


3가지로 나누는 삼발이 구조는 사실 굉장히 안정적인 구조입니다. 우리가 과식해서 배가 볼록해지는 이유도 중성지방을 복부에 열심히 비축하기 때문인데, 이 중성지방이 삼발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중성지방 "triglyceride"의 tri가 셋을 의미하죠. 이 중성지방의 구조가 무척 안정적이기 때문에 체내에 꼬박꼬박 축적합니다.


이처럼 저자도 자신의 지론과 다르게 책을 한 권 멋지게 쓰셔야 하다 보니 길게 늘여서 설명을 하시는 상황이 되셨고, 그렇다 보니 '기왕 많은 조언을 하지만 가능하면 3가지로 나눠서 설명해서 최대한 안정적으로 독자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어 보자'라는 취지가 아니셨을까 하는 생각을 멋대로 해봅니다. 아주 간혹 저자가 2가지나 4가지로 나눠서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지점을 찾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카네기 마스터 강사인 지인도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굳이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을 꺼내놓고 3가지를 설명하려고 뒤늦게 고민하면서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심지어 어떤 때는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고는 2가지만 얘기하고 스리슬쩍 넘어가기도 합니다. 참, 저도 구조적 안정성에 기대기 위해 책 리뷰를 꼭 3꼭지로 쓰고 있습니다.


머리가 비상하거나 타고난 재능이 엄청나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특정 분야에 전문가가 되고자 하시는 분들이나 도대체 누가 프로페셔널이 되는지 궁금하신 분, 책 속에 3가지로 나눠 설명하는 게 몇 개나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 [후천적 프로페셔널]을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려운 용어 없이 쉽지만 알찬 조언이 가득 담긴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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