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혜영 [하와이 한 달 살기] 책 리뷰
1. 여행하면 하와이, 하와이의 매력
클래식, 스테디셀러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트렌드와 달리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와 저력이 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에게 하와이는 여행지의 클래식이자 스테디셀러입니다. 못 가본 사람들은 꼭 가보고 싶어하고 가 본 사람들은 다시 가고 싶어 하고, 할 수만 있다면 오래 머물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휴양지이자 여행지입니다.
포르체 출판사의 신간 "하와이 한 달 살기"는 시리즈 첫 편 "동남아 한 달 살기" 후속편 같은 성격의 책입니다. "동남아 한 달 살기"를 워낙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 "하와이 한 달 살기"도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동남아도 워낙 매력이 있기는 합니다만, 경제적인 문제만 아니라면 하와이를 마다할 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하와이는 선호도가 높은 여행지입니다. 저도 이렇게 기후 좋고 매력적인 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해 볼 수 있다면 너무 좋겠습니다.
당장 상황이 안되더라도 책을 통해 미리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책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고 할 만큼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은 여행 팁과 여행지, 여행 코스를 나열하는 방식의 여행 소개 책자와는 달리 실제로 오래 거주하시면서 생활인들 만 알 수 있는 하와이 생활의 정수를 담았기 때문에 더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글솜씨가 좋으셔서 그런지 마치 여행가 있는 듯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어서 읽는 동안 기분 좋은 간접 경험을 했습니다.
상상에 가장 좋은 매개는 사진입니다. 영상은 상상의 여지가 많이 줄어들죠. 스냅 사진은 아름다운 한순간을 담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 상상의 여지를 폭넓게 남겨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책 속 사진들이 상당히 멋지고, 퀄리티가 높습니다. 어떤 사진들은 정말 정보를 전달하는 심플한 사진이고 어떤 사진은 예술 사진처럼 멋진 사진들이라 일석이조의 효과를 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실 하와이는 그저 단기간 여행 가는 것보다는 가능한 오래 하와이의 온화한 기후와 느근한 분위기, 정취를 충분히 느끼고 싶은 곳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서 살 수는 없으니 한 달 살기 같은 좋은 방식을 생각해 보는 것이 유용합니다. 이 책은 별생각 없이 일주일 편히 여행 다녀올 비용을 잘 활용하면 한 달 살기가 가능하다는 취지에서 저렴하고 효율적인 하와이 한 달 살기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그렇기에 일주일 다녀올 분도 읽어보시면 더 저렴하게 여행할 꿀팁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 지점입니다.
2. 확실한 출처와 실생활 경험담의 위력
워낙 온라인이 편하고 정보가 사방에 널린 시대다 보니 검색이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온라인 정보에 잠식된 시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어딘가 식당을 가려고 해도 그냥 들어가기는 두려워서 무조건 지도 앱에서 맛집을 검색하거나 유튜브 검색에 의존하게 됩니다. 나의 선택권을 검색엔진에게 내어준 형국입니다. 이런 맛집 검색은 좋게 보면 집단 지성의 힘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 속에 감춰진 상업주의의 틀에 빠져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맛집 검색이 항상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경험이 있다면 스스로의 판단 주권을 좀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아예 처음 가는 지역에서 스스로 판단해서 좋은 식당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불확실한 정보보다는 확실한 소식통의 추천을 받는 방법이 훨씬 안전하고 정확합니다. 지인 중에 그 지역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분의 도움을 받는 것 말입니다. 실제로 주말마다 친구와 지인들과 식당가를 여러 곳 방문하며 발로 뛴 정보를 통해 얻어진 찐 맛집 정보를 제공받는다면 실패 확률은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멀고 먼 하와이 여행에 대해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중에 떠도는 여러 정보를 취합하는 노력도 좋지만 현지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분의 조언을 얻는 것이 훨씬 확실하고 정확해 실패 확률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책 "하와이 한 달 살기"의 저자 함혜영씨가 바로 그런 분입니다. 우연에서 시작해 하와이에서 살고 계신 저자는 "동남아 한 달 살기"의 저자처럼 능력자 셨다가 삶의 무게에 지칠 때 즈음 여행의 매력에 빠졌고, 결국 하와이에 아예 정착해 버린 케이스입니다.
이 분의 이력도 심상치 않은데, 원래 한국에서 영어 교사셨다가 미국으로 넘어가셔서 수학 교사를 하십니다.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겠지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임용고시 채점 위원도 하시고 특목고 교사도 하시더니 하와이 한 달 살기를 떠나셨다가 드라마처럼 만난 남성분과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면서 하와이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고 계시는 겁니다. 2박 3일 여행의 기억이 너무 좋아 한 달 살기로 이어졌고, 급기야 눌러 살게 된 경우죠. 개인적으로는 참 부러운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다양하게 빠짐없이 담긴 한 달 살기 정보들
저자가 책 속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여행 초반에 참고한 하와이 여행 책자에 소개된 맛집들을 실제로 가보니 강력하게 추천한 것에 비해 입맛에 맞지 않거나 컨디션이 별로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와 사정이 있을 수 있는데 책자를 제작하는 과정이 길어지거나 다녀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업데이트가 안 된 경우, 다른 책자나 자료를 참고해 자기 경험이 아닌 오래된 정보인 경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책은 온라인 정보에 비해 제작 기간이 비교적 길고 출간 이후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편집 및 출간 직전까지 업데이트된 최신의 정보를 실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한 번 여행 다녀온 기억으로 책을 만드는데 활용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지에 거주하시기 때문에 언제든 확인이 가능해 살아있는 정보를 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한 달은 물론 그 이상 체류하기에 너무 좋은 꿀팁을 한가득 싣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여행 준비에 관한 사항은 물론 어떤 분야는 어느 앱이나 사이트를 확인하면 좋은지 깨알같이 알려주고 있어 준비하기 유용합니다. 특히 한 달 살이에 최적화된 정보들이 좋은데, 예를 들어 한 달 내내 하와이의 한 섬에만 머물기에는 아까우니 초반에 섬 전체를 저렴하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크루즈 여행을 통해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이후 계획을 통해 꼭 가고 싶은 다른 섬을 여행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는데 매우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너무 유용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면 주차에 대한 정보나 병원 정보 등이었습니다. 일주일이면 크게 상관없지만 한 달 정도 체류한다면 주차할 일이 자주 있고 병원에 가야 할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시스템과 이용 방법의 차이에 대해 미리 알아두면 곤란을 겪을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쇼핑도 현지 거주자의 실제 경험이 담긴 조언을 통해 상황이나 품목에 맞는 팁으로 비용을 줄이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만 찾는 알려지지 않은 여행 스팟 추천도 좋고, 현지인 수업 참가 방법이나 음악회 관람 팁에 셀프 웨딩 촬영 명소 소개까지 있어 이런 것까지 알려주나 싶을 정도로 풍성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와이 한 달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이나, 그저 하와이 여행을 꿈만 꾸고 계신 분, 또는 여행 스토리나 스팟 정보 등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무조건 추천드립니다. 마치 에세이를 읽는 듯한 색다른 재미가 가득한 이 책은 정확한 정보는 물론 놓치면 안 될 주의사항도 빠짐없이 디테일하게 담고 있는 데다가 저자의 인생 스토리와 생각 등도 조금씩 맛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같은 정보도 개인의 스토리텔링까지 담겨 있으니 지인에게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라 훨씬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