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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Aug 06. 2023

미니멀리즘으로 시작해서
마음챙김으로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라이프> 책 리




1. 미니멀 라이프 그 산뜻하고 개운한...

제 아내는 항상 여행 전날이면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정리합니다. 이게 조금 과해 보여서 여행을 떠나는데 뭘 그리 힘들게 정리를 하느냐? 마치 다시는 안 돌아올 사람처럼 보여서 기분이 좀 이상하다 등의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여행은 계획부터 출발 직전까지의 흥분과 기대감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출발 전에 이렇게 열심히 청소하고 정리하다 보면 꽤나 지쳐서 여행 시작부터 좀 예민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제가 더 열심히 여행 전에 정리 정돈하고 있습니다. 집을 떠나는 마음도 개운하고 여행에서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깔끔한 집에서 바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무척 좋은 루틴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저의 매일이 여행을 떠나기 전날, 여행을 다녀와 문을 여는 그 순간 같다면 인생이 꽤나 깔끔하고 가벼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플 라이프는 기본적으로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삶의 태도를 말합니다. 미니멀리즘 하면 이 책에도 소개된 일본 정리 정돈 전문가 곤도 마레의 <정리의 힘>이나 미니멀리즘의 고전 중 하나인 도미니크 로로 여사의 <심플하게 산다> 등이 생각납니다. 기존 책들이 비우고 버리고 정리한 후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인생 디톡스 같은 개념을 설파하는데 집중했다면 이미 미니멀리즘이 익숙한 지금 시점에 등장한 이 책 <심플 라이프>는 단순히 정리 정돈하는 것으로는 인생을 완성하는데 부족하다는 깨달음이 핵심입니다. 

이 책은 버리고 비우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이 나의 삶을 붙잡고 무겁게 만드는지, 나를 지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깨달아 이것들과 작별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집안의 모든 것들을 버리고 정리하는 "Simple House", 나를 흔드는 주변의 관계를 정리하는 "Simple Story", 마지막으로 복잡하고 얽혀 있는 나의 감정, 마인드를 정리하는 "Simple Mind" 총 세 가지로 나누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이 심플 라이프를 구축하는 문제를 총 10가지 챕터로 좀 더 세분화해 이해를 돕습니다. Simple House 파트에서는 옷 정리부터 시작해서 추억 정리, 심플한 스타일 정리, 단순한 방 정리, 각종 잡동사니 정리까지를 들고 있습니다. Simple Story 파트에서는 주변 친구 정리에서 사회적 관계 정리를 설명합니다. Simple Mind 파트가 이 책에서 주력으로 설명하고 힘주어 강조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파트에서는 하루하루 정리하고 규칙 세우기, 생각 정리하기, 감정 정리하기 등으로 나누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결국 이 모든 정리 행위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내가 행복하려면 나에게 집중해야 하고, 나에게 집중하려면 나를 번잡하게 만드는 인생의 80%는 버리고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나를 집중하려면 나에게 포커스 할 수 있도록 주변 피사체를 최대한 줄이고 없애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드러나고 돋보이고 빛날 수 있습니다. 





2. 미니멀리즘 그 위험한 덫.

미리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책은 그저 치우고 버리고 정리하는 미니멀리즘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미니멀리즘이 물질적인 정리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저자의 주장도 결국 미니멀리즘의 큰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기는 합니다만, 구조화되고 정형화된 도그마와 같은 미니멀리즘은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자의 고민은 저자 개인의 히스토리와 상황과 맞물려 있습니다. 자신의 의도와 달리 블로그로 시작한 미니멀 라이프와 관련된 글들이 너무 큰 호응을 얻고 미니멀리즘의 대표 주자 같은 위치에 떠밀려 올라간 것, 그리하여 본의 아니게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그룹에 속하게 된 것, 그러나 사실 자신은 일반적인 미니멀리스트와는 어울리지 않게 개인의 말을 소유하고 승마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점 등이 저자를 괴롭힙니다. 


이런 상황은 사실 저자가 시도하던 미니멀리즘의 정신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버리고 비우고 가볍게 해야 하는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뭔가를 기대하는 많은 대중들의 관심이 지나치게 신경이 쓰이고 부담이 되었던 것입니다. 인생을 정리하고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되찾기 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휩쓸려 가는 상황이 되었기에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저자는 이 상황이 무척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저자뿐 아니라 우리도 의도치 않았거나 순수하게 시작했던 일이 내 삶의 발목을 잡고 나의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게 만드는 상황을 종종 겪게 됩니다. 그 일이 주는 인정과 칭찬, 유익을 포기할 수 있는 결단력은 물론이고 우아하게 거절하는 스킬까지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마음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하는 속 끓음으로 고민이 커지게 됩니다. 


어떤 일이나 마찬가지지만 미니멀리즘을 통한 심플 라이프의 구축은 너무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 시도가 일종의 도그마가 되고 나의 행동양식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면 주객이 전도되는 실수를 겪게 됩니다. 미니멀하게 복잡해지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면 진퇴양난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건을 열심히 버리고 정리하는데도 하나도 기쁘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상태에 놓여 버린다면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소유물에 따라 내 자존감이 결정되지는 않으며,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적게 소유해도 행복할 수 있고, 잡동사니는 해야 할 일 목록과 같았다. 하지만 물건의 양이 많든 적든, 그것이 행복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미니멀리즘은 우리가 추구하면 좋을 심플 라이프를 구축하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 도구는 도구로 사용해야 합니다. 도구가 목적이 되는 순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니 좋은 테크닉이자 철학으로 받아들이되 인생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칫 미니멀리즘의 덫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으니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3. 미니멀리즘의 핵심과 진정한 행복의 기원

저자는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미니멀리즘에 잠식되지 않고 자신만의 룰을 찾을 것을 강조합니다. 그 룰의 핵심은 거절의 미학이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나만의 룰을 만든다는 것은 취사선택을 스스로 한다는 의미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주어진 미니멀리즘의 원칙과 행동양식에 따르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가치를 더하지 않거나 기쁨을 가져다주지 않는 것을 거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나에게 좋은 것,  충분한 것은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선택의 기준은 배우고 성장하면서 계속 수정해 나가는 것이고 그 기준에 따라 삶도 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남이 만든 공식에 따르지 않고 나만의 방식을 만드는 것은 미니멀리즘을 내 삶에 적용하는 중요한 원칙으로 보입니다. 



나는 맥시멀리즘과 극단적인 미니멀리즘 사이에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깊이 생각한 삶, 좀 더 내 개성에 맞춰진 것, 덜 자극적인 것, 보다 중간 지대에 놓여 있는 것 말이다.  



우리가 번잡한 삶에서 한 걸음 떨어져 나와 삶을 정리하고 정돈하는 이유는 심플한 라이프가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는 좋은 철학이자 태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선택과 노력을 해 나가는 이유는 결국 내가 내 인생을 주도하고 매 순간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 때문일 것입니다. 저자 역시 이 과정에서 행복의 문제를 깊이 고민합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은 내면과 넘치는 자기애에서 나온다. 다른 사람이나 물질로 나를 증명할 필요 없다.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며, 우리를 평생 지탱해 주는 행복이다. 



결국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심플 라이프를 통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 환경에서 스스로를 찾고 사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행복을 내면과 넘치는 자기애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면을 살피고 자기애를 가지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챙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태도를 마음 챙김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나는 현재 내가 가진 것으로 행복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영영 행복을 찾을 수 없다는 통찰력을 얻었다. 현재를 받아들이고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버리는 연습을 해야 했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소유의 많음 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수준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고 행복의 조건을 "뭔가를 더 가진다면, 뭔가를 더 이룬다면?" 등으로 미래의 어느 순간으로 설정하면 영영 행복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 같습니다. 행복의 순간을 현재로 가져오라는 의미겠지요. 그러기 위해서 현재를 받아들이고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행복을 누리도록 연습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미니멀리즘, 심플 라이프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루가 너무 정신이 없고 마음이 분주한데 집안에 물건들도 쌓여 있고 정리할 의욕도 생기지 않는 분들, 잘 살고 싶은데 늘 몸도 마음도 무겁고 피로해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 라이프>를 꼭 읽으시면서 정신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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