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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Aug 09. 2018

라마와의 랑데부

하드 SF의 정석, 아서 C. 클라크의 세계와의 즐거운 랑데부




1. 비로소 확인한 SF 3대 그랜드 마스터 아서 C. 클라크의 위엄                                                    


   고백하건대 그 유명한 SF 그랜드 마스터 중에 아이작 아시모프와 아서 찰스 클라크 형님은 부동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와중에 애정 하는 로버트 A. 하인라인옹은 필립 K. 딕 형님과 한자리를 놓고 아웅다웅하는 형국이 무척 불만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하인라인 형님 작품을 먼저 읽어서 그런 면이 큽니다만, 아시모프 형님은 불세출의 명작 '빠운데이션'을 보유하고 계시고, 클라크 형님은 영화사에서도 한 획을 그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라는 대표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읽으면서 과연 대단한 명작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기발하고 다양한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은 하인라인 형님이나 수많은 작품이 영화화된 하늘이 내려준 SF작가 필립 K. 딕 보다 나을 것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후속작 정도로 생각하고 읽은 이 작품 "라마와의 랑데부"는 정말 놀라운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에서야 저는 아서 C. 클라크 형님의 위대함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 옛날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는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클라크 형님 짱!          







2. 기술적 디테일과 외계에 대한 철학적 입장                                                    

                                                                                                                                   

   라마와의 랑데부를 읽어보면 다양한 SF의 하위 장르 중 하드 SF라 불리는 장르의 특징과 매력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쓴 당시(1973)를 기준으로 보나 현재를 기준으로 보나 기술적으로 이렇다 할 오류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합니다. 더 디테일하게 따지면 새롭게 밝혀진 이론들이 많을 수도 있고 당연히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읽다 보면 시대착오적으로 왠 원자력 찬사란 말인가?라며 불편한 지점이 생깁니다. 그러나 크라크 형님의 라마와의 랑데부에서는 적어도 전문가 수준의 과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가 읽기에 엉터리거나 시대착오적 느낌은 없습니다. 이 부분이 클라크 형님의 대단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단순한 스토리인데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행에 따라 미지의 외계 인공구조물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 점점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야기에 빠져드는 상황을 경험하게 됩니다. 통상 인간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고 구조와 프레임으로 정의 내리기 힘든 존재와 대면했을 때 두려움을 느끼고 확실한 납득이 가는 상황이 아니면 그런 존재를 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리하여 일단 공격하고 제거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방식으로 사고하게 되죠. 이런 경향은 외계인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마와의 랑데부가 훌륭한 점은 미지의 외계 존재가 반드시 적이 아닐 수 있고, 심지어 우리 인류에 아무런 관심이 없고 그들만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류보다 훨씬 앞선 과학적 진보를 이루면서도 그 문명을 유지한다는 사실 자체가 도덕적, 철학적으로도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 추정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공격적이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는 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히 진보적인 발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입장은 외계인이나 UFO 등을 연구하는 하나의 큰 갈레를 이루고 있습니다. 

   라마와의 랑데부에 나타나는 이런 철학적 입장을 인류사에 확대 적용해보면 국가주의가 정착한 지구 인류에게도 상당히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잘 모르는 존재,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우리가 취하는 태도는 국가적, 민족적, 종교적, 국지적 분쟁의 원인 중 하나로 작동합니다. 잠재적 위협은 반드시 제거하거나 먼저 공격해야 한다는 폭력적 판단은 인류 전체의 가장 큰 적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거창하게 인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조그만 몇 명 단위의 직장에서조차 적용될 수 있는 철학적 입장입니다.

   클라크 형님의 철학적 메시지는 사실 외계 문명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류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와 세계관, 이분법적 사고의 한계 등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우주라는 광활한 세계 속에서 인간이란 과연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3. 3의 미학 때문에 써보는 세번째 꼭지.                                                    


   어쩌다 보니 크게 세 개 꼭지로 구분하는 정형화된 저의 리뷰도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세 번째 꼭지를 안 써도 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이거 뭐 저 답지 않게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러나 라마와의 랑데부 리뷰에서 세 번째 꼭지를 생략할 수가 없는 것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라마"라는 인공구조물에 상징적으로 나타난 3의 미학 때문입니다. 어디나 3의 배수로 묘사되고 있어요. 


   이를테면 계단도 120도 각도로 정확히 동일한 세 개의 구조물로 되어 있고 등장하는 외계머신들도 쓰리포드 스타일입니다. 모든 것이 똑같은 세 개씩 존재하는 세상이에요. 제멋대로 추측입니다만 인간은 주로 대칭, 2의 세계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이분법적 세계와 한 차원 높은 세계라는 의도로 3의 배수로 이루어진 삼분법의 세계로 그린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작가는 생각도 안 해봤는데 맘대로 해석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만...
  
   클라크 형님이 물리학, 항공우주학, 미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중한 능력을 나타냈고, 미 항공우주국 자문 역할을 맡았던 만큼 그가 소설 속에 소개한 개념이나 용어 등이 그대로 현실화된 경우가 많고, 마치 클라크 형님의 계획에 맞춰 우주개척 연구가 진행되는 건가 싶을 만큼 지금 와 보면 익숙한 개념들이 많습니다. 거꾸로 현재 실현화되고 있고 이미 개발된 기술이나 용어 중에 소설에 언급된 것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우주와 관련된 소설이나 영화 등을 볼 때 내용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클라크 형님의 이론과 상상력은 훌륭합니다. 아 몰라. 어떻게 이렇게 사실 묘사만 하는 것 같은데 긴장감 넘치는 SF를 쓸 수 있는 것이란 말이지? 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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