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 슈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 책 리뷰
1. 비즈니스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 <크리티컬 비즈니스>
신선하고 흥미롭고 유익한 책입니다. '야마구치 슈'의 비즈니스 철학서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기존의 상식이 비상식이 되는 비즈니스의 미래를 예견하고 그 근거와 이미 시작된 변화의 조짐들을 정리한 책입니다. 이 책은 비즈니스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비즈니스 분야를 포함해 사회 전반적인 변화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크리티컬'이란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지만 책에서는 '비판적인'이란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라는 단어와는 잘 사맞디 아니하는 단어입니다. '효율적'이라거나 '혁신적'이라거나 요즘 유행에 맞게 'AI 비즈니스' 등이라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비판적 비즈니스라니 이상합니다. 이런 밸런스가 맞지 않아 보이는 용어는 독자에게 우선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저자 야마구치 슈는 고객의 가치관에 맞춰 다른 기업보다 더 효율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기존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주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 큰 이익을 얻을 여지가 옅어지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이런 흐름에서 새롭게 부상되고 있는 패러다임이 바로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입니다.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을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 계몽의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자는 함께 사회 운동을 담당하는 활동가로 본다는 점입니다. 또, 투자가, 고객, 거래처, 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가치관을 비판적으로 고찰해 지금까지와 다른 대안을 제시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실천적인 행동의 과정과 결과물이 기업의 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사회 비판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성은 대체로 보수적으로 보이던 기업 경영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이미 비즈니스 분야에서 변화는 시작되었고, 활발히 연구와 토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난 원인은 무엇인지, 어떤 환경이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했는지, 이미 성공한 사례는 얼마나 있는지 등을 소상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2. '비판적 시각에서 행동으로' 새로운 시대의 도래
제가 일본인 저자들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이들이 어떤 이론이나 분야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경우는 드물지만, 이미 일어난 현상에 대해 사례를 수집하고, 체계적이고 쉽게 정리해 설명하는데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징은 경제, 사회, 역사, 심리, 철학, 자기 계발 등 전분야에 걸쳐서 드러납니다. 대중서로써 특정 분야에 입문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야마구치 슈도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비즈니스의 미래>,<뉴타입의 시대> 등의 저서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의 선택과 지지를 받은 바 있는 검증된 저자입니다. 이분의 장점 역시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에서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새로운 용어로 이슈를 던지고, 용어의 의미부터 이 비즈니스과 관련 있는 관계자에 대해 소개하고, 기존 비즈니스 개념과 차이를 명확하게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예전이라면 불가능했을 크리티컬 비즈니스 개념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사회 현상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매우 구조화된 깔끔한 설명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우리 사회가 당장의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와 후손의 생존과 이익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성장하고 성숙했기 때문에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대두가 가능하다는 설명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패러다임 변화를 주장할 강력한 배경이 되는 실제 실천 성공 사례를 여러 가지 나열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총 7가지 패턴으로 정리합니다. 듣기만 해도 익숙한 폭스바겐사,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 크리티컬 비즈니스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파타고니아, 스마트폰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어젠다로 한 페어폰, 극소수 시장을 힘으로 밀어붙여 메이저 시장으로 만들어 낸 테슬라, 초창기부터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투명한 기업 더바디샵, 몬드라곤 협동조합, 장애인용 가구 애드온 제품 생산 프로젝트인 이케아의 ThisAbles 사례, 이탈리아 지역사회에 뿌리내린 브루넬로 쿠치넬리 사례 등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고객의 만족 보다 사회 공공선의 실천과 소수 주장에 기반한 문제 개선 등의 관점에서 시작해 수익을 내고, 시장을 개척해 성공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다수의 필요를 채우려는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생존 전략이 절실한 시대에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고, 당장 비즈니스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변화는 알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유익하고 시의적절합니다.
3.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장점이 상당히 많은 책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결론입니다. 단순히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이런 것이다. 각자 알아서 준비해라'가 아니라 저자가 방대하게 연구하고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위해 염두에 두고 행동해 볼 수 있는 방법을 무려 10가지나 제시합니다.
뭔가 명확하지 않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도전할 때 이 실전 과제의 제시는 방향을 설정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엄청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라는 것이 시작하면 많은 경우 실패하게 되는데 실패의 요소를 하나하나 줄여 나갈 수 있다면 성공 가능성을 그만큼 올려 줄 수 있습니다. 이 제안에는 실제 행동 과제나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나열되고 있어 일종의 체크 리스트로 활용해도 좋을 내용입니다.
많은 경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거나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회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설명하는 책들이 용두사미로 끝을 맺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석과 예시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뚝! 하고 끝을 맺는 책이 많고, 결론 부분이서 막연하고 일반론적인 잘하면 좋다 식의 마무리를 해서 황당했던 기억이 꽤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야마구치 슈는 매우 책임감 있는 저자입니다.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7가지나 제시하고 있습니다. 막연한 일반론이나 낙관론을 펼치면 김이 새기 마련인데, 이 책의 결론 부분을 읽다 보면 뭔가 당장 해야만 할 것 같은 현실적인 조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성숙하는데 필수적인 팔로워의 양성이라든가, 정보의 개방과 공유의 확산, 제품과 서비스 애용, 공감을 넘어 참여 확대, 교육, 네트워킹 등의 과제는 매우 적확하고 필수적입니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짜임새 있는 구성입니다. 단순히 이 책을 완독하는 것만으로 비즈니스 종사자 거나 사회 운동을 하는 활동가이거나 또는 단순 소비자로써 <크리티컬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하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여기에서 내가 해야 하거나 위치할 곳이 어디인지 충분히 이해하게 됩니다. 앞으로 어디서든 "크리티컬 비즈니스"라는 용어를 들으면 생소한 것이 아니라 '아~~ 그거'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겠지요. 당신이 누구이던 무엇을 하는 분이건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