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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다돌아 Sep 21. 2018

죽음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죽음 카탈로그 - 죽음에 대한 다양한 시각, 꼼꼼함이 돋보이는 책



1. '죽음'에 대해 떠들면 '죽음이다!'


  일본에는 신기한 분들이 많습니다. 어딘가에 무척 집착해 파고드는 사람들 말입니다. 이런 분들은 남들이 잘 안 하는 생각과 치밀한 조사를 하기 때문에 이분들의 관심사를 재미진 책으로 묶어 출간하기 딱 좋습니다. 이 책 "죽음 카탈로그"도 마찬가지 배경으로 등장한 책입니다. 


   책의 제목처럼 저자가 천착한 테마는 '죽음'입니다. 어떤 문제에 빠져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문제의 기원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이로부터 다양한 시각과 관점으로 '죽음'에 대해 정리합니다. 


   저자와 달리 우리는 대체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가장 불편해하는 단어 중 하나일 것입니다. 잔인한 내용에 피가 철철 난무하는 장르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만나는 단어이길 원합니다. 내가 '죽음'이라는 단어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은 죽기보다 싫겠지요. 그렇기에 누군가가 자꾸 '죽음'에 대해서 떠들면 '죽여버릴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죽음'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고, 특히 나만큼은 최소 100살까지는 안 죽고 잘 살 거라는 착각 아닌 착각에 빠져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과연 그런가? 다른 이들은 어땠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그림 에세이 형식이지만 

깊이 있고, 나름 전문성도 갖춘 내용이라, 공감되고 흥미로우면서도 거부감 없이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줍니다. 







2. "죽음 카탈로그"에 담긴 죽여 주는 내용들


   이 책은 진짜 카탈로그입니다. 테마별로 다양한 사례들이 담겨 있습니다. 마치 "하나 선택해보지 않겠습니까?"라고 묻는 것만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 유형들을 하나씩 읽다 보면 독자 입장에서 나도 모르게 '음.. 이 스타일보다는 아까 그게 더 나은 거 같은걸? 아니, 그래도 이게 낫나?' 하는 식으로 마치 카탈로그에서 물건을 고르는 심정이 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죽음을 두고 골라 먹는 맛이 있다니 거참 고약한 일입니다만, 다행스럽게도 귀염귀염하고 유머러스한 내용으로 죽음에 대한 거부감과 중압감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특히, 너 님과 나님의 죽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옛날 유명인, 심지어 문학작품이나 영화 속 등장인물의 죽음에 대해서 표현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가지고 읽게 만들어줍니다. 


   이 책은 우리가 죽음에 대해 떠올릴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보통 죽음 하면 어떤 걸 떠올리는지, 다양한 나라와 민족에서 생각해 온 죽음의 모습 즉,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다양한 개념을 단순한 그림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죽음이 언제 찾아오는지, 어디서 마주하게 되는지, 많은 사람들이 주로 어떻게 죽는지, 그 죽음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결론적으로 죽음에 대한 묵상 끝에 찾아낸 삶의 의미까지 짜임새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저놈의 죽음이 바로 나의 죽음이 될 텐데...'라는 매우 현실적인 고민을 떠올릴 틈이 없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3.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많이 생각했던 것이 저자의 그림 스타일입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스타일도 좋지만 워낙 내용을 간략하고 깔끔하게 잘 정리해서 표현해 놓아서 감탄했습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많은 정보를 짧게 짧게 나열하면서도 하나 하나의 그림에 위트가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사람을 보드게임의 말처럼 표현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좀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꾸민 것이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 책을 글만으로 이루어진 에세이로 만들었다면 과연 이 내용들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 에세이를 만날 때마다 부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게다가 이 책은 유난히 그림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달까, 원하는 내용을 표현하는데 최상의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표지 디자인에 대한 개취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워낙 노랑 표지에 깔끔하고 큼직한 글씨로 구성된 표지 디자인을 좋아합니다만, 이 책도 제 취향에 딱 맞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색감 자체가 거의 노란색과 녹색 톤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제도, 디자인도, 표현 방식도 심지어 중간중간에 짧게 들어간 글도 좋았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관련 서적을 읽었던 모양입니다. 그중 단연코 좋았던 책으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을 꼽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미 출판사에서 관련 책을 출간해 주고 있지요. 가만 생각해보니 저도 저자의 지적처럼 죽음에 대해 외면하고 회피하려는 마음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좋은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읽을 마음이 안 들었던 것이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번 기회에 꼭 한번 읽어보고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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