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갱신형이 좋다는 말의 진짜 의미

확정이 주는 안심의 값

by 낭만닥터진사부

비갱신형이 좋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그 말이 좋게 들리셨다면, 그게 정확히 누구에게 좋은 건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잠깐 그 순간을 떠올려보셔도 좋습니다. 보험사에서 '평생 오르지 않습니다'라고 했을 때, 마음 어딘가가 조금 놓이는 느낌이 있으셨나요?


저는 비갱신형을 팔 때 이 말을 자주 했습니다.

"보험료가 평생 안 오르니 신경 쓰실 필요 없고 더 좋지 않나요? 나이 들면 엄청 올라요!"

그때는 저도 몰랐습니다. 그 말이 사실인 동시에, 나머지 절반을 지우는 말이라는 것을요.

보험사의 진짜 수익은 보험금이 아닌 당신의 보험료 운용에서 나옵니다. 그 사실을 먼저 아셔야 오늘 이야기가 보입니다.


비갱신형을 권하는 이유

보험사도 그렇고 설계사가 비갱신형을 권하는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비갱신형이 좋다고 스스로도 믿고 있습니다. 거기다 수수료도 높으니까요.


비갱신형은 초기에 납입하는 보험료 기준으로 사업비가 책정됩니다. 월 보험료가 높을수록, 초기에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도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신계약 중심 수수료 구조가 설계사를 움직인다는 이야기는 (4편 참조)에서 드렸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갱신형 보험료는 낮습니다. 낮은 보험료에서 나오는 수수료는 그만큼 작습니다. 설계사 입장에서 같은 시간을 쓴다면, 비갱신형을 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됩니다.

혹시 이런 경험 없으신가요? 비갱신형을 권유받을 때, 갱신형도 있다는 말은 혹시 들어보셨나요?

6편_img1_비갱신형vs갱신형비교표.png

'확정'이라는 말이 하는 일

예를 들면, 오래된 여관이 너무 편안해서 그곳이 목적지인 줄 알고 짐을 풀어버린 경우입니다.

길을 가다 쉬어가는 곳이었는데, 그 안이 너무 익숙하고 안락해서 10년을 머물렀습니다. 밖에는 더 좋은 목적지가 있었는데, 여관 밖을 나가볼 생각을 못 했습니다.


혹시 이 그림이 낯설지 않으신가요?

'평생 오르지 않는다'는 말은 정확합니다. 비갱신형의 보험료는 실제로 오르지 않습니다. 그 안심감은 진짜입니다. 그런데 그 안심감이 작동하는 방식이 따로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것을 '확정이 주는 안심(확실성 효과, Certainty Effect)'이라고 부릅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름을 먼저 드리기 전에, 제가 본 장면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상담석에서 이걸 수백 번 봤습니다. '평생 안 오릅니다'라는 말이 끝나는 순간 고객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비교를 멈추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 표정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지금은 알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큰 이익보다 확실한 작은 이익을 선택하는 심리, 그것이 확실성 효과입니다. 확정된 것 앞에서는 '더 좋은 선택이 있는가'를 검토하는 회로가 작동을 멈춥니다.

'평생 안 오른다'는 말이 좋게 들리셨다면,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게 반응하도록 설계된 언어였습니다.

6편_img2_확정이주는안심_편향해설.png


비갱신형의 진짜 비용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내고 계신 보험료가 갱신형인지 비갱신형인지, 바로 말씀하실 수 있으신가요?

구체적인 숫자를 보겠습니다. 수치는 교육용 예시입니다. 실제 보험료는 가입 연령·건강 상태·상품별로 다릅니다.

45세 기준으로 같은 보장의 질병보험을 두 방식으로 설계하면, 비갱신형은 월 150,000원, 갱신형은 월 50,000원입니다. 차이가 100,000원입니다.

이 숫자를 이렇게 보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평생 안 오른다'는 안심의 값으로 빠져나갑니다.

이 차액을 연 7%로 20년 투자하면 약 5,200만 원 정도가 되고,

그걸 그대로 20년 거치하면 약 2억 원이 됩니다.


비갱신형 20년간 납입한 총액은 3,600만 원입니다. 제가 더 이상 설명 안 드려도 이해가시죠?

보험료는 유동성이 없지만, 투자한 차액은 언제나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비갱신형의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대신 처음부터 높게 고정됩니다. 그리고 그 높은 보험료에서 초기 사업비가 더 많이 나갑니다. 설계사 수수료도 더 많이 나갑니다. 남은 돈이 보험사로 들어가 운용됩니다. 운용이익은 주주에게 갑니다. (상장 보험사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흐름에서 소비자가 얻는 것은 하나입니다.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다는 안심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가입자 중 몇 명이나 될까요?

설계사가 비갱신형을 더 적극적으로 권했던 이유가, 지금 조금 다르게 보이시나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 구조는 처음부터 알 수 없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13년을 일하고 공부를 계속하며 알게 됐습니다. 소비자 편에 서는 보험 자문사가 한국에 사실상 없다는 것도 (5.5편 참조)에서 드린 이야기입니다.


이걸 아시는 순간, '비갱신형이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다음 질문을 하게 됩니다.

"누구에게 좋은 건가요?"

그 질문 하나가 이미 대부분의 분들과 다른 자리에 서 있는 겁니다.

핵심요약.png

비갱신형이든 갱신형이든, 지금 내고 있는 보험료 10만 원은 오늘 어디에 있을까요?

그 돈의 여정, 7편에 있습니다.


참고

비갱신형·갱신형 보험료 수치: 교육용 예시 (실제 보험료는 가입 연령·건강 상태·상품별 상이)

차액 투자 시뮬레이션: 연 7%, 40년 — 교육용 예시

확실성 효과(Certainty Effect): Kahneman & Tversky, Prospect Theory (1979)

신계약 중심 수수료 구조: 금융감독원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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