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의 주인은 따로 있다
소비자 편에 서서 보험을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왜 이렇게 없는지...
능력이 없어서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퇴사하고 나서 저는 보험코드를 반납했습니다. 그리고 소비자 편에 서는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없었습니다.
보험사의 진짜 수익은 당신의 보험료 운용에서 나옵니다. 그 구조 안에서 13년을 보낸 사람이, 그 바깥에서 소비자 편에 서려했을 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퇴사 직후 저는 계산을 해봤습니다.
보험코드 없이 컨설팅만 해도, 아주 작은 수수료를 받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15년 경험에 행동경제학 연구까지 더해졌으니, 소비자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분석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안 됩니다.
그 이유가 능력 부족이 아니었습니다. 구조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명의가 처방을 써줘도 그 약을 살 수 있는 약국이 없는 경우입니다. 처방전이 있다는 것과, 약을 살 수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소비자를 위한 보험 분석이 있어도, 그것으로 먹고살 수 있는 구조가 없으면 그 분석은 세상에 나올 수 없습니다.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보험다모아 플랫폼, 비교는 되지만 가입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혹시 보험다모아를 들어가 보신 적 있으신가요?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가 공동으로 구축해 2015년에 만든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입니다. 소비자가 직접 보험을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설립 목적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났습니다.
자동차보험 비교는 됩니다. 그 외 실손보험, 종신보험, 건강보험 같은 상품들은 어떨까요. 가상으로 설계를 해볼 수는 있는 곳도 가끔 있습니다. 그런데 가입하려는 순간, 반드시 설계사와 통화하거나 설계사를 거쳐야 합니다.
설립 10년째,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지금도 계속됩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100명 중 몇 명이나 될까요?
보험설계사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도 기록에 남아있습니다. 운영 초기인 2016년, 설계사들이 보험다모아 폐지를 요구하며 단체 행동을 예고했습니다. 지금 이 플랫폼이 자동차보험 외에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이유가 우연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험코드 없이 순수하게 분석과 컨설팅만 하면 어떨까요?
저도 그 길을 직접 알아봤습니다.
첫 번째 벽 — 금융상품자문업 등록
보험 분야에서 수수료를 받고 자문을 하려면 금융상품자문사로 등록해야 합니다. 법적 요건이 그렇습니다.
자본금 1억 원 이상. 사무실, 인력, 부대비용까지 합하면 실제로 약 1.5억 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매달 사무실 운영비용이 나갑니다.
이 조건을 갖춰서 보험 자문사를 개업한 곳이 지금 국내에 사실상 없습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구조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어서입니다.
두 번째 벽 — 컨설팅은 무료여야 한다는 문화
설령 자문사 등록을 한다 해도, 한국에서 보험 관련 조언에 비용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보험 상담은 당연히 무료라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혀 있습니다.
그 무료 상담의 비용은 가입 후 보험료에서 회수되는 구조인데, 소비자는 그 사실을 모릅니다.
순수하게 분석비용을 받으려 하면, 투자설계를 포함해 재무설계를 해주어도 낮은 수수료로 빠른 파산을 예상해야 합니다.(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개인이 하기에는 쉽지 않습니다.)
세 번째 벽 — 온라인 가입이 안 되는 구조
소비자가 스스로 공부해서 직접 가입하려 해도, 대부분의 보험 상품은 온라인 완결 가입이 되지 않습니다. 가상설계는 됩니다. 가입하려는 순간, 무조건 설계사와 접촉해야 합니다.
이것이 수수료를 더 붙여서 팔기 위한 구조라는 것을 이제 아실 겁니다.
TM에서 판촉 하던 설계사가 모두 인터넷가입에 도움을 주는 설계사로 변경이 되어 있어 보였고, 상품의 가격도 대면보험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저는 포기했습니다.
소비자 편에 서려면 보험설계사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보험설계사로 돌아가서 저처럼 분석하고 설계하면, 수수료 구조상 먹고살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시장 구조상으로도 — 세 방향에서 동시에 막혀있었습니다.
사실 이건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소비자를 위한 독립적인 보험 자문이 한국에 없는 이유가, 개인의 의지나 능력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이 구조가 유지되어야 이익을 보는 쪽이 있으니까요.
이 구조를 아시는 순간, 이미 그 구조 밖에 서 있는 겁니다.
앞으로 누군가 "저는 소비자 편에 서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설계사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제 다른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수수료는 어디서 받으시나요?"
그 질문 하나가 이미 달라진 눈입니다.
그렇다면 설계사를 통해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 안에서, 최소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설계사가 그토록 권하는 비갱신형 보험, "보험료가 오르지 않아요"라는 그 말의 진짜 의미를 다음 편에서 열어보겠습니다.
참고 출처
금융위원회 — 보험다모아 설립 배경 및 운영 현황
자본시장법 — 금융상품자문업 등록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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