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보장분석, 무엇이 무료인가?

보험료의 주인은 따로 있다

by 낭만닥터진사부

설계사가 "한번 보장 상태를 점검해 드릴게요"라고 했을 때, 무엇이 무료라고 생각하셨나요?

분석이요? 상담이요? 아니면 그 자리 전체가요?

잠깐, 그 장면을 떠올려보셔도 좋습니다.


분석지를 펼쳐드리던 그 자리에서, 저는 이미 어떤 상품을 팔지 결정하고 들어갔습니다.

보험사의 진짜 수익은 보험금이 아닌 당신의 보험료 운용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그 보험료를 가져오는 통로가 바로 신계약입니다. 저는 그 구조 안에서 13년을 보냈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자리가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그 자리, 저도 수백 번 만들었습니다

상담석에 앉아 분석지를 꺼내는 순간, 고객의 표정은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기대하는 얼굴, 또는 약간 긴장한 얼굴.

저는 그 표정을 수백 번 봤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자리를 만들러 간 건, 보장 공백을 찾아드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분석은 이유였고,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혹시 이런 적 있으신가요? 분석을 받고 나서 "이 부분이 부족하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새 계약서에 사인을 했던 경험.


저도 그 자리를 만들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 구조를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래된 여관이 너무 편안해서 그곳이 목적지인 줄 알고 짐을 풀어버린 경우입니다. 여관은 쉬어가는 곳이었는데, 거기서 10년을 머물렀습니다.

'무료 보장분석'이 그렇습니다. 편안하고 도움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자리가, 사실은 다른 목적지를 향하는 경로 위에 있습니다.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무료인 것은 분석이 아닙니다.


'무료 보장분석'에는 실제로 설계된 구조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실행했고, 나중에 행동경제학으로 다시 분석하게 된 4단계입니다.


5편_img1_보장분석4단계구조.png

STEP 1 — 신뢰 구축

상담석에 앉히는 것. 저는 그것만 생각하고 고객 집 앞에 섰던 날이 있습니다. 분석지는 이유였고, 앉히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습니다. 전문가가 내 보험을 무료로 봐준다는 데 거절할 이유도 없습니다.

STEP 2 — 불안 조성

분석지에는 빨간 표시가 있습니다. "이 부분 보장이 비어있습니다." "이 금액으로는 치료비가 부족할 수 있어요."

이 장면에서 작동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잃는 게 더 아프다(손실회피, Loss Aversion)'는 심리입니다. 우리는 이득보다 손실에 약 2.5배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보장이 충분합니다"라는 말보다 "이 부분이 비어있습니다"라는 말이 훨씬 더 강하게 꽂힙니다.

"3,000만 원 없으면 어떡하실 건가요?"

그 질문을 받은 순간, 이미 STEP 2 안으로 들어온 겁니다.

STEP 3 — 새 상품 제안

보장 공백이 확인됐으니, 새 상품이 등장합니다. 지금 건강할 때 가입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여기서 또 다른 심리가 작동합니다. '지금 아니면 없다(희소성 공포, Scarcity Effect)'는 느낌입니다. "오늘만 건강 고지 없이 가입 가능해요"라는 말이 생각할 시간을 차단합니다.

혹시 그 자리에서 결정하셨던 적이 있으신가요.

STEP 4 — 소비자 손실

새 계약이 성사되는 순간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아십니까?

보험료 10만 원 중 2만 원이 첫날 사라집니다. 삼성생명 FY2024 사업보고서 기준 사업비율은 20.27%입니다. (예비 편 참조) 새 계약을 할 때마다, 이 2만 원이 다시 나갑니다.

월 20만 원짜리 새 보험을 들었다면, 첫날 4만 원이 이미 사라진 겁니다.

무료 보장분석 이후에 새 보험에 가입하셨다면, 그 '무료'의 비용이 여기 있습니다.

분석지를 받은 그 자리에서 결정하셨나요?

편_img2_편향해설_희소성공포vs실제선택.png

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그 자리를 수백 번 만들면서도, 고객이 그 순간 어떤 심리 상태인지를 행동경제학 언어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공부하면서 알았습니다. 제가 만들었던 그 자리가 교과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4단계 구조였다는 것을.

퇴사하고 나서 이 구조에 이름을 붙였을 때, 저는 꽤 오래 멍했습니다. 내가 수백 번 만들었던 그 자리에 이름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건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보험사가 이걸 가르쳐줄 이유가 없습니다.

이 구조를 몰랐던 건 당연합니다. 몰라도 되게 설계된 구조였으니까요.

그래서 2편에서 드렸던 질문, 기억하시나요. "무료 보장분석을 왜 해주는가" — 그 답이 여기 있습니다.


분석이 무료인 게 아닙니다. 접근이 무료입니다.

그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설계된 순서 안에 있습니다.

이걸 아시는 순간, 이미 대부분의 분들과 다르게 그 자리를 보게 됩니다.

다음번에 누군가 "보장 상태 한번 점검해 드릴게요"라고 할 때, 이제 다른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 분석 이후에 어떤 제안이 오나요?"

그게 첫 번째 달라지는 순간입니다.

핵심요약.png

<참고사항>

보험설계사가 먹고살기 위해서는 보험을 팔아야 하고, 기왕이면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팔아야 수입이 나는 건 당연합니다. 저는 보장분석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원리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보험을 판매하는 모든 회사는(인터넷 금융사 포함) 여러분들이 마케팅 동의한 그 DB를 바탕으로 보장분석을 메인으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험설계사를 모집하는 채용공고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소비자 편에 서서 보험을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왜 이렇게 없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다음 편에서 그 말 뒤에 있는 구조를 열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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