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가 모두 알고 있다는 착각

알아도 보험판매에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by 낭만닥터진사부

저는 약 15년 가까이 보험을 팔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건강보험 산정특례 제도를 제대로 알게 된 건 박사과정에 들어간 이후였다고 해야겠습니다. 아버지가 암수술을 받으시며 더욱 잘 알게 되었습니다. 결제를 직접 했으니까요. 암에 걸렸을 때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5%라는 것, 국가가 95%를 낸다는 구조를 저는 현장에서 15년을 보내는 동안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한 기억이 없습니다.

이게 창피한 고백이 아닙니다.

설계사 교육 과정에 그 내용이 없었으니까요.

4편_img1_설계사자격범위비교.png

2편에서 드렸던 질문 중 하나가 이것이었습니다

"내 설계사는 재무설계 전문가인가요?" (2편 참조)

이제 그 질문에 답할 차례입니다.

설계사 자격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생명보험(변액포함), 손해보험 판매 자격(제3보험 포함). 시험 범위는 보험 상품의 구조, 관련 법규, 모집 절차입니다. 합격률은 76%입니다. (3편 참조)

그 시험에 세법은 없습니다. 건강보험 제도는 없습니다. 투자론은 없습니다.

이걸 몰랐다고 해서 잘못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이걸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구조적으로 생기는 세 가지 공백

자격 교육의 공백은 현장에서 세 가지 문제로 나타납니다.

첫 번째, 세법을 모릅니다.(알아도 모른 척해야 하지 않을까요?)

연금저축, IRP, 세액공제, 과세이연. 이 개념들이 보험료 결정에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나요? 세액공제를 연금저축보험으로 받는 것과 연금저축펀드로 받는 것은 세금 혜택이 같습니다. 그런데 사업비 구조는 완전히 다릅니다. (16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많은 설계사들이 이 차이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알아도 말하면 계약이 성사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이런 경험 없으신가요? "세금 혜택이 있어서 유리합니다"라는 말은 들었는데, 다른 방법과 비교한 설명은 듣지 못하셨던 경험.


두 번째, 건강보험 제도를 모릅니다.

암에 걸렸을 때 국가가 의료비의 95%를 부담한다는 사실, 본인부담 상한제로 연간 의료비가 소득에 따라 상한이 걸린다는 사실. (13편·14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이 구조를 알면 "암 치료비 1억은 넘어야죠"라는 말이 다르게 들립니다. 그런데 설계사 교육에 건강보험 제도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 굳이 가르쳐야 할 이유가 없는 내용이니까요.


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현장에서 15년 가가까이 보내면서도 몰랐고, 학부 편입 후 금융 전반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세 번째, 투자를 모릅니다.

분산투자, 자산배분, 복리. 이것들이 보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갱신형과 비갱신형의 차액을 투자하면 35년 후 어떻게 되는지. (6편·15편 참조)

설계사가 이 계산을 보여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 계산을 보여주면 고액 비갱신형 계약이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4편_img2_설계사3가지공백.png

'설계사 = 전문가'라는 첫인상의 힘

행동경제학에 처음 들은 숫자에 묶임(앵커링, Anchoring)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처음 접한 정보가 이후 모든 판단의 기준점이 됩니다. "보험은 설계사에게 물어봐야지"라는 생각이 한번 자리 잡으면, 이후에 설계사가 모르는 게 있어도 그냥 믿게 됩니다. 전문 가니까,라는 앵커가 작동하고 있으니까요.

그 앵커는 어디서 왔을까요?


국민 78명당 설계사 1명인 나라에서, (3편 참조) 어릴 때부터 보험은 설계사에게 묻는 것이라는 환경 속에 자랐습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으니 설계사를 믿는 게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잘못된 선택이 아닙니다. 이렇게 설계된 환경에 자연스럽게 반응하신 겁니다.


그렇다면 설계사는 아무 쓸모가 없는가?

아닙니다.

설계사 중에는 세법까지 공부한 분, 건강보험 제도를 꿰뚫고 있는 분, 재무설계 전문 자격까지 갖춘 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전체를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구조적으로, 자격 교육이 그 영역을 커버하지 않는다는 것. 수당 구조가 판매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것. 그것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세 가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음 상담 때 완전히 다른 경험을 만듭니다.


설계사가 모른다는 걸 아는 것이, 당신이 스스로 아는 출발점입니다.

"전문가가 알아서 해주겠지"에서 "이 부분은 내가 확인해야겠다"로 바뀌는 순간. 그 순간부터 보험은 다르게 보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신 분은 다음 설계사 상담 때 다른 질문을 하게 됩니다.

핵심요약.png

설계사가 모르는 영역이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설계사가 찾아와서 "무료로 보장분석 해드릴게요"라고 할 때, 그 '무료'는 정확히 무엇이 무료인 걸까요?

다음 편에서 그 말 뒤에 있는 것을 보겠습니다.


#재테크 #보험 #보험료줄이기 #보장분석 #보험구조 #행동경제학 #보험설계사 #직장인재테크 #재테크초보

작가의 이전글편의점 보다 많은 보험설계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