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8명당 설계사 한 명인 나라
전국 편의점은 55,000개입니다. 전국 보험설계사는 651,256명입니다.
두 번 읽으셨나요? 맞습니다. 설계사가 편의점보다 12배 많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이 숫자를 가르쳐주지 않았죠.
2024년 말 자료이며, 계속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저는 그 651,256명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15년 동안 보험 영업을 했고, 보험왕이라는 이름도 달았습니다. 그 시절 저도 신계약을 위해 움직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밖에서 그 숫자를 보게 됐습니다. 편의점의 12배. 처음 그 수치를 접했을 때, 저는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건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보험시장 규모는 228조 원, 1인당 연간 보험료는 약 340만 원으로 세계 6위 수준입니다. 이만한 시장이 있으니 65만 명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반대입니다.
65만 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 228조 원짜리 시장이 필요한 겁니다.
혹시 이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1편에서 보셨듯이, 설계사 수당 구조는 신계약 중심입니다. (1편 참조) 그렇다면 설계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지금 당신이 갖고 있는 보험을 잘 유지하게 돕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계약을 만드는 것입니다.
설계사 자격증 합격률은 76%입니다. (1편 참조)
합격률 76%가 의미하는 건 이렇습니다. 응시자 100명 중 76명이 통과합니다.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의 합격률을 떠올려 보시면 이 숫자가 어느 수준인지 감이 오실 겁니다.
낮은 진입장벽은 N잡·부업 형태의 유입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 구조가 무엇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합니다.
설계사 장기 근속자 비율이 극히 낮습니다. 계약 후 담당자가 바뀌는 경험을 거의 대부분이 하셨을 겁니다.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이 구조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행동경제학에 다들 하니까(사회적 증거, Social Proof)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변의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설계사가 많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신호가 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
그래서 "이 상품이 이번 달 제일 많이 나갔어요"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주변에 가입하신 분들이 다들 만족하세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신뢰로 전환됩니다.
국민 78명 중 1명이 보험을 파는 나라에서, 이 말들이 아주 쉽게 작동합니다.
228조 원짜리 시장. 국민 1인당 연 340만 원.
이 돈이 어디로 가는지는 예비 편에서 보셨습니다. 보험사의 운영이익은 주주에게 귀속되고, 내 보험료에서 보험사가 가져가는 사업비율은 높습니다. (예비 편 참조)
65만 명의 설계사는 그 흐름 안에서 신계약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계약이 체결되는 순간 사업비가 확정되고, 그 일부가 수수료로 지급됩니다. 독자가 보험료를 내는 한 그 구조는 계속 돌아갑니다.
잘못이 아닙니다. 설계사 개인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설계된 구조 안에서 각자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저도 그 안에 있었으니까요.
이걸 아시는 순간, 이미 대부분의 분들과 다르게 보험을 보고 계신 겁니다.
누군가 찾아왔을 때, 혹은 지인이 "좋은 거 있어"라고 연락이 왔을 때, 이 숫자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면 전과 다른 질문을 하게 됩니다.
65만 명이 존재하는 이유는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내 앞에 앉아 있는 설계사는, 내 보험증권을 처음 봤을 때 그 안의 문제를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인가요?
다음 편에서 그 질문을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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