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기고
10월20일, 민주노총은 110만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재난 시기 해고 금지’ ‘고용위기 기간산업 국유화’ ‘재난생계소득 지급’ ‘비정규직 철폐’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노동법 전면개정’ ‘기본생활권 쟁취’ ‘국방예산 삭감’ ‘주택·교육·의료·돌봄 무상’ 등이 핵심 의제다.
집회할 자유는 기본권이다. 집단적으로 의견을 내고, 의제를 알리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집회가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며,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집회를 원천적으로 막는 정부의 지침은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잘못이다.
4월7일 재보궐 선거부터 최근 정당들의 대선후보 경선까지 여야 가릴 것 없이 선거유세 현장에 지지자들이 모이고, 이를 적절히 제지하지 않고 있다. 유세는 중요한 권리고, 집회는 중요한 권리가 아닌가. 이처럼 현재 집회를 막는 방역지침에는 일관성이 없다. 또한 집회 금지·제한 조처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가 가지고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와는 별도로 자의적으로 집회가 금지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지난 7월3일에 있었던 민주노총의 집회는 아쉬운 선택이라 생각한다. 집회를 ‘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집회를 해서 생길 ‘파급효과’를 고려해서다. 7월3일 집회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했는가.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 시기에 집회를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안인가. 그래서 어떤 효과를 얻었는가. 집회 이후 사람들의 여론은 어떠했나.
7월2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김부겸 국무총리가 집회 자제를 요청하기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을 방문하고자 했으나, 건물 앞에서 항의를 받고 돌아갔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정은경 청장을 ‘문전박대’(조선일보 등에서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쓴 단어라 생각하지만, 이보다 적절하게 상황을 표현하는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민주노총의 활동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민주노총을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동자를 위한다면서 정작 지금 노동자에게 필요한 건 코로나 상황이 끝나는 것임을 모른다’고 비난할 빌미만 준 것이 아닌지, 이득보다는 오히려 내준 것만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종로에 친구와 밥을 먹으러 갔다가, 지나가는 일부 개신교 집회 또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몇 명 모인다고. 민노총 막아야지”라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 ‘민주’노총이라 부르지 않는다는 점에서부터 애초에 편견이 담긴 말이지만, 저 말에서 중요한 건 같은 카테고리로 묶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방역지침 잘 지키고 있다’는 말과 ‘똑같이 집회하는데 왜 우리에게만 강경하게 대응하냐’는 말 사이에, 서로가 서로의 알리바이가 돼 주고 있는 인상을 받았다. 같은 취급을 받게 된다는 것에서 집회가 아쉬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중요한 건 ‘집회하면서 방역을 잘 지켰냐, 아니냐’가 아니다. ‘그럼에도’ 집회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의 상황이 지금과 같은 방식의 집회(또는 집회 형식의 총파업)로 해결되는지 모르겠다. 또한 ‘그럼에도’ 집회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이유여야 한다. ‘민주노총의 홍보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집회가 돼야 한다’는 말은 단순히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라’ ‘집회에서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노래를 틀어라’는 말이 아니다. 사업의 목적과 대상, 내용,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집회인지에 대해 다시 고민하라는 주문이라 생각한다.
파업도, 집회도 필요하다. 그러나 얻고자 하는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 집회인지는 되돌아봤으면 한다. 총파업을 해야만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며,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이며, 총파업을 통해 목표로 설정한 변화를 달성할 수 있는가. 이번 총파업이 ‘으레 민주노총이 하는 것’ ‘파업이 아닌 행사 또는 집회로서 인식’ ‘노조가 옳은 이야기 했다’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5대 의제, 15대 요구안을 담은 39쪽의 총파업 요구안 해설서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좋은 이야기인 것 알겠다, 그래서 왜 파업하는 건데?’였다.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긴 해설서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목표 설정이 안 되고 있는 건 아닌가.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일단 모이자’가 아니라 총파업을 ‘꼭’ 해야 하는 이유의 설정이다. 그래야 ‘코로나 시기에 집회가 옳냐, 아니냐’는 논의로 흘러가지 않고, 메시지 자체가 여론을 얻고, 집회든 다른 방식이든 지금의 상황에 맞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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