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있는 어두운 공간을 좋아한다. 불을 낮추고 소리를 지우고 내 숨만 남긴다. 요가 매트 위에서 몸을 세우고 다리를 들어 올려 거꾸로 선다. 그건 어쩌면 머리보다 발이 먼저 생각하는 자세.
발끝을 아주 조금, 굽혔다가 펴는 순간 공기가 아니라 물이 튀는 소리가 난다.
‘찰박’
내가 밀어낸 것은 공기가 아니라 깊은 수면이 된다.
중력이 바뀐다. 위가 아래가 되고 아래가 나를 부른다. 나는 물속으로 더 아래로 몸보다 먼저 영혼이 가라앉는 걸 본다. 서두르지 않고 흔들리지도 않은 채
차분하게 침전한다. 생각은 멀어지고 단지 감각만 남는다.
공부를 하던 시절에는 우주에 앉아 있는 상상을 했다. 의자도 바닥도 없는 어둠 속에서 나는 혼자 집중하고 있었다. 내 주변으로 은하수가 천천히 회전하고 책에서 읽은 문장들이 빛처럼 흘러와 내 뉴런의 구조를 다시 짠다. 지식은 외우는 게 아니라 나의 형태를 바꾸는 일이었다. 나는 점점 다른 내가 된다.
잠들지 못하는 밤,
아파트 외풍이 벽을 타고 스며들 때면 슈베르트의 마왕이 떠오른다. 파란 말 파란 기운. 검은 갑옷을 입은 머리가 없는 기사. 그는 달린다. 동네의 골목을 창문 아래를 푸른 바람으로 스쳐 지나가며 곤히 잠든 사람들을 깨우고 결국에는 내 잠까지 앗아간다. ‘나의 깊은 숨소리’ 나는 그 푸른 숨을 들이마신다. 차갑고 깊은 기운이 가슴 안으로 스며든다.
“소이, 잠이 잘 안 오니?”
옆에 있던 선배의 목소리에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다. 은하도, 말발굽도, 푸른 바람도 한순간에 사라진다.
나는 혼자 빙그레 웃으며 아주 조용히 말한다.
“아니에요… 잘 자요. 선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