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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Sep 30. 2020

43 건강한 뇌 만들기. 두 번째 이야기

집단의 일원일 때 웃을 확률이 30배 더 높다.

<사회적 관계 맺기>


쥐를 이용한 스트레스 실험에서 가장 간단한 스트레스 유발법은 무리에서 떼어놓는 방법이다. 홀로 격리만 시켜도 쥐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떨어져 홀로 고립된 생활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관계 부적응에서 오는 심리적 고독감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면역력과 심혈관계를 저하시키며 우울증이 생길 확률도 높인다. 또한 도박이나 약물 중독에 쉽게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나 요즘같이 문자나 SNS가 대중화되어 단문이나 비대면으로 의사소통하는 생활 방식은 타인의 얼굴을 마주할 기회를 박탈하여 고립감과 외로움을 더욱 심화시킨다. 


반대로 타인과의 교류는 뇌를 더 젊고 건강하고 활력 있게 만든다. 우리는 혼자 있을 때보다 집단 내에 있을 때 더 많이 웃는다. 메릴랜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집단의 일원일 때 웃을 확률이 30배 더 높았다. 


주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맺으면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버드 대학교는 성인발달 연구를 위해 1938년부터 75년 간 남성 724명의 직업, 가정생활, 건강 상태를 해마다 추적 조사했다. 네 번째 연구책임자인 하버드 의과대학 로버트 월딩거 교수는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돈이나 명예가 아닌 좋은 관계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분명한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가족, 친구, 공동체와의 관계가 긴밀한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게 오래 살았지만, 고립되고 외로운 사람들은 중년기에 건강이 더 빨리 악화되었고 뇌기능도 일찍 저하되었으며 수명도 짧았다. 


50세에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사람들이 80세에도 가장 건강했다. 특히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사람들은 80대에 육체적 통증이 심할 때에도 마음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불행한 관계에 있던 사람들은 감정적 고통으로 인해 육체적 통증이 더 심해진다고 대답했다. 또한 자신이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이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기억력이 더 선명하고 오래갔다. 윌딩거는 가장 행복한 삶을 산 사람들은 그들이 의지할 가족, 친구, 공동체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심리학자 수잔 핑거는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섬의 한 장수 마을에 머물며 장수의 이유를 분석했다. 그곳의 100세 이상 인구가 이탈리아 본토의 6배, 미국의 10배에 이른다. 특이한 점은 전 세계 100세 이상 인구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7배 많지만, 그곳에서는 100세 이상 인구의 남녀 비율이 1대 1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인구 밀도가 매우 높고 마을 곳곳에 위치한 광장이나 쉼터를 통해 마을 사람들의 교류가 매우 활발한 점을 장수 마을의 비결로 꼽았다. 2014년 브리검 영 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그들은 중년 30만 명에 대한 식습관, 운동습관, 혼인 여부, 생활습관 등을 조사하여 장수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에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금연이나 금주, 운동을 제치고 사회적 관계 맺기가 1위를 차지했다. 


남들의 감정에 공감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여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도록 해주는 뇌를 사회적 뇌라고 한다. 사회적 뇌에는 안와전두엽이나 대상회피질, 뇌섬, 거울신경세포가 위치한 전두엽이나 두정엽의 일부분이 있다. 공감이나 감정 표현은 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뇌는 스트레스 조절이나 면역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은 기대수명이 짧고 심혈관계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치매와 염증 관련된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더 높다. 어떤 연구자들은 이를 비만이나 흡연보다 더 해롭게 보기도 한다.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오라일리 교수팀은 ‘따돌림’이 ‘괴롭힘’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크고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그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따돌림은 직업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우울증과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한 대화도 행복감에 큰 영향을 준다. 2014년 시카고대학교 에플리 교수팀은 출근길에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집단과 홀로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출근하는 집단을 비교 분석했다. 홀로 출근한 집단에 비해 타인과 대화한 집단이 훨씬 긍정적인 기분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누구나 서로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만 상대방은 원하지 않는다고 지레짐작하여 대화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해서 거창하거나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아침 출근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에게 반갑게 인사하거나 가게에 들렀을 때 점원과의 짤막한 대화 몇 마디처럼,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벼운 미소를 띤 한 두 마디면 충분하다. 상대방과의 친밀한 눈 맞춤, 악수, 가벼운 포옹은 사랑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옥시토신을 분비시킨다. 옥시토신은 기분을 진정시키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면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고 감정 조절 능력과 스트레스 조절 능력이 향상되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빨리 회복될 수 있다. 


건전한 사회적 교류는 본인은 물론이고 상대방을 위해서도 좋다. 특히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더욱 그렇다. 부모와 친밀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청소년들은 폭력, 임신, 자살 등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되었다. 반면에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면 사회적 뇌 기능이 저하되면서 감정 통제가 힘들어지며 삶을 부정적이고 힘들게 느끼며 인지력도 저하된다. 


뇌 건강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남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추천한다.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수영, 골프, 축구, 달리기 등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운동도 좋다. 운동 자체가 좋을 뿐만 아니라 여럿이서 함께 운동한다면 교류를 통해 뇌는 더욱 생기를 띤다.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와 웃음, 그리고 약간의 긴장은 나의 뇌를 더 깨워 있게 해 준다. 몸과 마음은 더 건강해지고 삶은 즐거워진다.


운동이 삶의 일부가 되면 사회적 활동을 더 많이 한다. 운동을 하면 자신감과 활력이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더 자연스럽게 타인과 어울릴 수 있다. 자원봉사도 좋은 방법이다. 봉사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봉사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우리의 뇌는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워진다. 좋은 삶은 좋은 관계가 만들어준다.


<학습: 새로운 것 배우기>


여기서 말하는 학습은 책을 보거나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공부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공감각, 촉각, 고유 감각 등을 이용해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반응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학습은 뇌를 깨어 있게 한다. 특히 생소한 분야에 대한 학습이나 익숙한 분야를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려는 시도는 지금껏 소외되었던 뇌 부위를 흔들어 깨워 더 젊고 생기 있게 만든다. 하나의 신경세포가 이웃한 신경세포에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면, 시냅스 연결이 약화되고 결국 세포는 퇴행하고 만다. 마치 팽이채로 팽이를 계속 쳐야 돌아가듯이 신경세포의 생존을 위해서는 학습이라는 자극이 필요하다.


데이비드 베넷은 65세 이상의 알츠하이머 징후를 보이지 않는 수녀와 신부를 대상으로 한 알츠하이머와 인지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연구는 1994년부터 시작되었고, 350개 이상의 뇌를 검사하였다. 또한 이들의 인지 능력을 평가하고 신체적, 유전적 검사도 진행하였다. 연구자들은 실험 전에 신경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와 인지 능력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있을 거라 예상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일부 대상자들은 검사에서 알츠하이머가 꽤 진행된 상태였지만, 놀랍게도 인지 능력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들은 평소에 십자말풀이, 독서, 새로운 것 배우기, 사회 활동, 긍정적 사회관계 맺기, 신체 활동 등을 즐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험적, 정서적 요소들이 인지 능력과 더 많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음악은 뇌 기능을 향상한다. 1990년대 초 캘리포니아 대학의 프란세스라우셔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모차르트의 ‘두 대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48’를 10분간 들려준 뒤 치른 공간 지능 시험에서,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보고했다. 태아에게 말하고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주면, 출생 후 소리를 감별하는 능력이 좋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음악이 주는 이점은 다채로운데, 그중 하나는 스트레스 해소이다. 독일에서 120명을 대상으로 모차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스웨덴 팝그룹 아바의 노래를 들려주고 스트레스 호르몬과 혈압의 변화를 검사했다. 세 곡 모두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춰주는데 효과가 있었지만 클래식 음악 두 곡의 효과가 더 컸다. 또한 모차르트와 요한 슈트라우스 음악을 들은 사람은 혈압이 낮아졌지만, 아바의 노래를 들은 사람은 변화가 없었다. 


모차르트 음악의 효과에 대한 많은 경험과 연구를 한 ‘모차르트 이펙트’의 저자 돈 캠벨은 모차르트 음악의 위대함은 순수함과 단순함에 있다고 말한다. 바흐처럼 계산적이지 않고, 베토벤처럼 격렬한 감정의 물결을 일으키지도 않으며, 교회 성가처럼 장엄하지는 않지만, 그의 음악은 교활하지 않으면서 신비롭고 다가가기도 쉽다고 말한다. 


음악을 들을 때는 무심코 듣기보다는 주의를 기울여 경청하는 것이 좋다. 경청은 필요한 부분을 집중하여 듣고 필요 없는 소리를 거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뇌는 음악이 주는 안락함, 편안함, 흥겨움에 더 빠져들 수 있다. 더불어 뇌의 듣기 능력 또한 향상된다.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온 새로운 자극은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강화하여 뇌를 더욱 생동감 있게 한다.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하다 보면 연주 실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외국어 공부는 뇌를 자극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학습법이다. 생소한 외국 말을 듣고, 이해하고, 대답하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집중과 연습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뇌의 여러 부위뿐만 아니라 소뇌, 해마, 기저핵, 변연계와 같은 뇌의 많은 부위들이 조율된다. 이 외에도 관심 있는 운동이나 새로운 취미 갖기, 악기나 춤 배우기, 독서와 독서 토론 등도 시도해 볼 만하다. 



커버 사진: Photo by Jed Villeg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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