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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Oct 20. 2020

46 건강한 뇌 만들기. 다섯 번째 이야기

걸은 집단은 창의성 검사에서 점수가 60퍼센트 정도 높았다.

<운동하기 3>


아기에게 마사지나 팔다리를 가볍게 움직여주는 것도 좋다. 한 연구에서 아기 체조를 실시한 이후, 편안하고 이완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감마파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신 기간 동안 적절한 운동을 한 임산부와 그렇지 않은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을 분석한 결과 임신 기간 동안의 운동은 태아의 뇌 발달을 촉진한다고 보고하였다. 팔다리 움직임은 뇌를 활성화하고 이는 신경가소성을 일으켜 뇌 회로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어릴수록 신경가소성의 형성이 용이하므로 갓난아기의 운동은 성인의 운동 못지않게 중요하다.


운동이나 신체 움직임은 뇌의 창의성도 향상한다. 한가로이 산책을 하다가 그동안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떠오르거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좋은 방법이 떠오르는 것도 운동이 창의성을 촉진시킨 결과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에서는 17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여 한 집단은 걷고 난 후, 다른 집단은 휴식을 취한 후에 창의성을 검사했다. 걸은 집단은 창의성 검사 점수가 60퍼센트 정도 높았다. 한 연구에서는 신문지 활용법에 대해 조사했는데, 팔을 크게 흔든 뒤에 생각한 집단은 비교 집단에 비해 창의성 수치가 24퍼센트 높게 나왔다.


아인슈타인은 자전거를 타다가 상대성이론을 생각해냈다고 하며, 찰스 다윈은 집 주변을 거닐며 종의 기원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유달리 산책을 좋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산책 회의를 즐겨했다. 가만히 앉아서 하는 회의보다는 산책하면서 하는 회의가 더욱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요한 인물과 대화를 나누거나 중요한 사업 결정을 내릴 때도 산책을 했다. 이후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트위터 최고경영자 잭 도시도 그를 따라 했다.  


유산소 운동이 뇌 건강을 위해 근력 운동보다 더 효과적이다. 이는 폐활량과 심박수를 증가시켜 뇌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는 중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5회 이상, 30분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존 레이티는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일주일에 4회는 30~60분, 최대 심박수의 60~65퍼센트의 강도로, 일주일에 2회는 20~30분, 최대 심박수의 70~75퍼센트의 강도로 운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효율적인 운동을 위해서는 심박수 측정기 착용을 권장한다. 또는 심박수를 측정해주는 손목시계를 이용할 수 있다.


운동의 강도를 더 높이면 유산소 운동에서 무산소 운동으로 전환된다. 유산소에서 무산소로 전환되는 시점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략 최대 심박수의 90퍼센트 정도에서 바뀐다고 한다. 무산소 운동에 들어서게 되면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잡아주고 신경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 그래서 중간 강도로 달리기를 하다가 중간 사이사이 전력 질주를 하는 방식이 좋다.  


충분한 산소 공급과 심신 안정 외에도 운동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운동 자체가 뇌를 자극하고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유감각이 등장한다. 이 감각은 자신의 신체 관절과 근육의 상태를 알려주는 감각이다. 덕분에 굳이 다리를 보지 않더라도 다리를 펴고 있는지 혹은 다리를 구부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고유감각의 비밀은 뇌로 가는 매우 강력한 자극원이라는 점에 있다. 이 감각은 팔을 쓰다듬는 것과 같은 촉각 자극보다 수 십배에서 수 백배 더 많은 정보를 뇌로 전달한다. 그러므로 고유 감각을 자극하는 운동은 다른 자극원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뇌를 수 십배에서 수 백배 더 재촉하는 셈이다. 운동을 하면 근육과 관절에 위치한 고유감각 수용체를 자극시키고, 이 정보는 뇌에 도달하여 뇌 안의 신경 회로를 활성화시킨다. 그럼 뇌는 눈을 번쩍 뜨게 된다.


고유감각은 또 다른 매력도 가지고 있다. 다른 감각과는 달리, 고유 감각은 뇌로 가기 전에 소뇌를 거친다. 이는 고유감각이 대뇌뿐만 아니라 소뇌도 함께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뇌는 사고, 언어, 신체 움직임 등 여러 측면에서 대뇌의 작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를 통해 대뇌가 정확한 명령 신호를 내보내도록 뒤에서 조용히 조정한다. 뇌 활동의 저변에는 소뇌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소뇌가 건강한 상태에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실제 뇌 기능 저하의 원인으로 소뇌의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유산소 운동만큼 좋은 운동이 균형 운동이다. 눈 감고 한 발로 서기가 대표적인 균형 운동이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척추 주변 심부근육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도 고유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유감각 정보는 소뇌로 가기 때문에, 균형 유지는 소뇌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이다. 균형 운동은 소뇌와 대뇌 모두를 운동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운동인 셈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소뇌 기능이 저하되므로, 노인이라면 균형 운동을 10~20분, 주 5회 이상은 해야 한다. 균형 운동을 할 때는 넘어져서 다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혹시 운동이 좋은 줄은 알지만 시간이 없어서 혹은 일과 후에 너무 지쳐서 운동을 못한다는 핑계를 대는 사람이 있다면, 좋아할 만한 소식이 있다. 가끔 나도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2016년 캐나다의 제나 길렌 연구팀은 1분간의 격렬한 운동이 45분 동안 중간 강도로 하는 운동과, 심폐기능 개선 및 당뇨병 예방에 있어, 비슷한 효과를 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자들은 격렬한 운동 집단과 비교 집단으로 나뉘어, 격렬한 운동 집단은 매주 3회씩 12주 동안 온 힘을 다해 자전거 페달을 밟는 운동을 20초 3회 하였다. 격렬한 운동 중간에는 2분 동안 가볍게 페달 밟기를 하였다. 비교 집단은 최대 심박수의 70퍼센트로 45분간 자전거 페달을 밟는 유산소 운동을 하도록 했다.


12주 후에 격렬한 운동 집단과 유산소 운동 집단 모두 심폐기능 수치가 19퍼센트 향상되었고 인슐린 감수성도 크게 개선이 되었다. 1분과 45분이 같은 효과를 본다니 마술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 투자가 필요하고 격렬한 운동은 신체 손상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이 ‘정말’ 없어서 혹은 귀찮아서 운동을 안 하는 사람에게는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서, 운동을 안 하는 사람들이 반길 만한 연구 결과도 있다. 2006년 유럽의 연구자들이 네덜란드, 호주,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의 일란성쌍둥이 13,676쌍과 이란성쌍둥이 23,375쌍의 운동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운동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유전적 요인이 관여하는 비중이 62퍼센트라고 밝혀냈다. 운동 습관이 있는 사람들을 너무 부러워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포기해서는 안 된다. 짧은 시간으로 시작하여 점차 시간과 횟수를 늘려 나가거나 산책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10분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또는 앞에서 언급한,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강도로 하는 방법도 있다. 자, 이제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커버 사진: Photo by Tomas Mali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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