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주니어가 되는 방법(29)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이야.
태어나기 위해 '알'이라는 안락한 환경을 깨부수는 새처럼,
우리도 '주니어'라는 타이틀에서 한 차원 성장하기 위해서는 알을 깨뜨려야 해.
회사도 시간이 지날수록 주니어보다 더 큰 역할을 기대할 거고,
승진이나 이직을 원한다면 우리 스스로도 언제까지나 주니어라는 타이틀에 갇힐 수는 없잖아.
그럼 주니어에게 알은 무엇이고, 알을 깨뜨리는다는 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바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과 관련되어 있어.
정확히는, '알'은 요청받은 일만 수행하는 행위이고,
'알을 깨뜨린다'는 건 의사결정을 내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어.
오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회사 생활에서 알을 깨뜨리는 행위,
즉 의사결정을 내리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적극적으로 한다면
우리는 주니어라는 타이틀에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하루 중 내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횟수를 생각해 보자.
이 글에서 정의하는 의사결정이란, 아래와 같아.
1. 범위와 중요도가 크든 작든 중요하지 않다.
2.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가 없는 상황
*'이렇게 해(HOW)', '이걸 해줘(WHAT)'와 같은 가이드가 없을 때
3. 내 의식과 판단으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한 것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우리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의사결정의 예시를 알려줄게.
1) (업무 우선순위 설정) 여러 업무 중 어떤 업무를 먼저 처리할지, 일일 작업 계획을 어떻게 세울지 결정하는 상황.
2) (문제 대응) 부정적인 고객 피드백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객 지원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지 결정하는 상황.
3) (회의 준비) 팀 회의를 준비할 때 어떤 주제를 논의할지, 자료를 어떻게 준비할지 결정하는 상황.
4) (업무 공유) 프로젝트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팀원들과 어떻게 공유할지 결정하는 상황.
5) (동료와의 관계) 업무 중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이를 스스로 해결할지, 아니면 상사나 동료에게 질문할지 결정하는 상황
나의 오늘 회사생활에서 의사결정을 한 횟수가 없다면,
의사결정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도 몰라.
작디작은 것이라도 의사결정을 내려보면서 의사결정 역량을 꾸준히 쌓는 것이 중요해.
그래야 나중에는 큰 예산이나 장기적은 전략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에서 의사결정을 잘 내릴 수 있을 테니까.
그럼 내가 매일 마주하는 업무에서 의사결정을 잘 내리는 연습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의사결정을 잘 내렸다'는 건
결국 '목표로 한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걸 의미해.
어떤 이유가 됐든지 모든 의사결정이 원하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는 없으니
100% 성공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 따위는 없어.
그렇지만 원하는 결과를 조금이라도 높은 확률로 이끌어내는 의사결정 방법은 존재해.
이걸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거야.
복잡하게 이것저것 이야기하지 말고 딱 세 가지만 기억하자.
1. 의사결정 환경에 노출시키기
2. 근거
3. 피드백
가장 먼저 의사결정을 내릴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는 거야.
사실 직장생활이라는 게 수동적이려고 하면 얼마든지 수동적일 수 있어. 너도 느끼잖아?
그러니 '시키는 일만 하자'는 태도를 우선 버리는 것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연습의 첫 단추야.
회의 중에 누군가 맡아서 진행해야 할 과업이 생긴다면 자원해서 담당자가 되어 보자.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내가 더 의견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의견을 더 하자.
해결이 필요한 것을 찾아 혼자서든, 마음이 맞는 팀원을 모아 해결해 보자.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시작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혹은 여기저기 잠재되어 있는 문제들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을 세우고, 자원을 배분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프로세스 중 작은 부분을 적극적으로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두렵겠지만 사실 어떤 의사결정이든 정답은 없어.
선택지 A를 골라서 나타날 결과, 선택지 B를 골라서 나타날 결과를 그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야.
그러니 의사결정을 할 때 가지고 있는 근거들을 충분히 수집하고
수집된 근거들을 바탕으로 최선의 추정, 예측을 함으로써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를 고르자.
누가 "어떤 이유에서 그 선택지를 고른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나의 명확한 논리구조가 있다면 당당하게 의사결정을 내려.
의사결정을 내리고 결과가 도출되었다면 내가 목표로 했던 결과와 실제 결과를 비교해 보자.
예측했던 대로 결과가 나왔든,
예측하지 않은 대로 결과가 흘러갔든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지를 충분히 고민해 봐.
여기서 중요한 건 혼자만 고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야. 주변 동료나 상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나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피드백, 앞으로 더 어떻게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하자.
피드백을 통해 다른 사람의 관점을 수용하고 장점과 역량을 흡수함으로써 빠르게 실수를 줄여나갈 수 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 과정을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해.
어떤 문제를 인식했는지, 어떤 정보를 수집했는지, 어떤 대안을 고려했는지,
그리고 최종 결정을 어떻게 내렸는지, 결과는 어땠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꼭 기록해 둬.
나쁜 경험은 시간이 흐를수록 미화되고,
좋은 경험은 과정은 흩어진 채 영광스러운 결과만 기억날 거야.
기록을 남겨두면 분명 앞으로 두고두고 살펴볼 나의 좋은 멘토가 될 거야.
작은 것부터 의사결정을 내리는 연습을 지속하는 것이 더 나은 주니어가 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