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고 싶은 기업이 대기업이신가요? 대기업 가기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일단 좋은 데 가야지‘, ’대기업 가야지‘, ’공기업 가야지‘ 혹시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계신가요?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에서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1%, 2%? 이정도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체 기업 중 대기업의 비중은 0.1%가 채 안 됩니다.
'대기업만 가려고 하니까 취업이 어려운 거예요.'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만큼 대기업에서 인재를 뽑는데 인력과 돈, 시간을 투자해서 신중하게 뽑는다는 말이며, 좁은 문에 걸맞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취준생 분들을 만나서 "혹시 어디 지원하셨어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일단 대기업 공채는 무조건 지원해 본다고 합니다. 대기업은 과연 어떤 곳일까요? 그래도 나름 자동차 제조업 회사에 다녀본 경험으로 왜 취준생들이 대기업에 일단 지원을 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 서명 드릴까 합니다.
먼저 연봉입니다.
돈 많이 줍니다. 제가 신입사원 때 자동차산업이 호황기였습니다. 수출도 잘되고 그래서 그 당시 역대 최고 성과급을 주기도 했었죠. 물론 토요일도 계속 나가야 할 정도로 바빴습니다.
당시 대학 동기가 영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저한테 자소서를 봐달라 고 했었습니다. 후에 면접 스킬도 알려주려 몇 번 만나게 되었고 저는 궁금함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친구가 당시 연봉이 아닌 본인의 전공하고 적성에 맞는 기업을 지원한다기에 의아해했습니다. 당시 저도 대기업이라는 어깨 뽕이 잔뜩 들어있던 시절이었고, 돈이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어서 그랬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부끄럽군요.)
당시 친구는 최근 엄청나게 핫한기업 SK 하이00에 지원한다고 했었습니다. 광고에서도 이천의 특산품입니다! 라고 하며 지금은 더욱더 최고의 회사가 되었습니다만 그 당시 연봉 수준은 자동차 쪽이 더 높았기에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너 정도 스펙에, 학력에, 경력이면 연봉 높은 자동차 쪽으로 지원하지 왜 이 회사를 가려고 해?”
당시 친구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연봉은 중요하지 않으며 본인은 반도체에 관심이 많다고 했습니다. 물론 대학원도 전자계열로 전공을 하고 무엇보다 대학원 시절 너무 재밌게 공부했다고 하더군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높은 연봉과 복지뿐 아니라 본인의 직무에 매우 만족하며 회사생활 잘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 복지입니다.
제가 있었던 근무지에서는 일단 점심밥이 무료였습니다. 게다가 아침, 저녁도 제공해 주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라는 뜻일 수도 있지만, 식사제공 외에 각종 공연할인도 많았고 휴가도 대단히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의료비 지원, 명절 상품권, 영화표 등 혜택이 많았습니다. 물론 가족들만 혜택을 많이 누리긴 했지만, 대기업 다니니 누릴 수 있는 수많은 복지 혜택들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 업무는 매우 ’세분화‘ 되어있습니다.
직무에 맞는 경력을 쌓을 수 있게 CDP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설계되어있습니다. 한 명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쉬운예로 ’내 맡은 일만 잘하자‘라는 분위기 일정도로 분업화가 되어있습니다.
네 번째로는 안정적입니다.
이 말의 뜻은 “내일 회사는 존재할까?” 라는 불안함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설마 내일 회사가 없어지진 않겠지?” 이런 걱정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다만 "회사는 있어도 나는 없어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은 잠시 들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이미지입니다.
대외적으로나 주변 사람들에게나 ‘대기업’ 직원으로서 보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실례로 제가 대학 때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교수님들하고도 사적으로 대화를 나눌 만큼 가깝게 지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학교 행사에 초대되어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교수님들이 그렇게 저에 대해 자랑을 하시더군요. 물론 회사 다니며 일하는 건 아무런 감흥이 없는데 엄청나게 뛰어난 학창시절을 보낸 것처럼 말씀해주시니 기분이 조금 좋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한 5가지 사실만 놓고 보면 취업에 있어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무조건 대기업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기업을 가지 말라는 게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사실 외에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여러분 자신에 대한 부분입니다.
기업을 고르는 것은 여러분이 오래 입을 옷을 고르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멋있어 보여도 옷이 나한테 어울려야 오래 입을 수 있는 겁니다. 제가 취업준비와 회사에 다니는 것은 장기전이라고 앞선 글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하루 이틀, 1년 2년 일하고 말 것이 아니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망설이라는 게 아니라, 고려할 것은 고려해야 후회 없이 선택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토록 원하는 대기업에 취업했는데, 1년을 채 못 버티고 나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왜 그럴까요? 취업 전에 미리 생각했어야 할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회사 이름과 규모, 연봉보다 더 앞서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직무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내게 잘 어울리는 일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둘째로 산업입니다.
‘공대를 나왔으니 제조업으로 진로를 정해야겠다.’든지 ‘내 전공은 전문적으로 최근 어떤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지’를 고민하셔야 합니다.
셋째로 적성입니다.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이 과연 내게 잘 맞는 일일까?’, ‘회사에서 맺게 되는 관계들을 내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내가 어려워하는 타입의 사람은 누구인가?’, ‘그들과 원수가 되지 않으면서도 나를 지키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등 많은 것을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넷째로 기업문화입니다.
‘야근은 없는지?’, ‘연차는 잘 쓸 수 있는지?’, ‘수직적인 구조인지 수평적인지?’ 등 고려할 게 많습니다.
그렇기에 그냥 붙여주는 곳 아무 곳이나 가야지 하면 정말 쉽게 다시 나옵니다. 회사가 여러분이 회사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판단하듯이, 여러분도 회사가 여러분에게 적합한 곳인지를 판단하셔야 합니다. 일단 취업이 급하니 취업만 하고 보자는 비굴한 태도로 취업 전선에 임하면 오래 지나지 않아 후회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공무원이나 해야겠다! 정년도 보장된다는데 일단 준비나 해야지!”라고 생각하신다면 공무원 경쟁률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평균 준비 기간만 24개월입니다. 남자들 군대 갔다 오고 졸업하면 27~28세 정도에 취업하는데 25세 전부터 준비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커트라인 점수가 440점 만점에 403점입니다. 공부할 양도 많습니다. 게다가 학원비는 얼마나 비쌀까요? 준비비용 때문에 공무원을 준비하다 중간에 그만두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현재 취업준비를 못 견디고 ‘그냥 공무원이나 해야지’하는 발언은 굉장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이야기입니다. 어찌 보면 취업보다 더 힘든 시간이 될 겁니다.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등을 최근에 많이 뽑는다는 정부 정책에 공무원 준비를 위한 학원에 앉을 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고시라고 할 정도로 힘든 공무원시험입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소방공무원에 합격했다 하더라고 만일 본인이 피를 못 보거나 사고난 사람을 제대로 쳐다도 못 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전에 나를 알지 못하고 일단 좋아보이니 들어가게 되면 합격 후 일을 시작하는 순간 후회하고 다시 나오게 됩니다.
공무원을 준비하시는 것 자체는 당연히 잘못된 게 아닙니다.
다만, 공무원을 준비하든 일반기업 취직을 준비하든 치러야 할 코스트는 분명히 존재하고, 어떤 경로를 선택하든 그것이 여러분 인생의 시간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것만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취업을 준비할 때에는 조금은 냉정해지셔야 합니다.
내가 가려고 하는 기업은 도대체 뭘 하는 곳이고, 뭘 원하는가,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가, 내가 취업을 하면 어떤 점이 힘들까, 어떻게 대비를 할까 등을 다소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분석이 명확해야 조금이라도 덜 힘들 수 있습니다. 분석을 정확히 해야 목적지가 나옵니다. 목적지가 확실히 나오면 고민은 그만하고 달리는 겁니다.
배트맨 비긴즈의 대사에서 보면 “왜 우리는 넘어질까?”, “그래야 일어서는 법을 배울수 있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지금 힘들고 어렵지만, 이 시간이 여러분들의 인생에 있어서 반드시 소중한 시간이 될 겁니다. 10년, 20년 뒤에 지금 이 시간을 돌아보면 “맞아 나 그때도 힘들었는데 잘 이겨냈지”하고 생각할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그러니 의기소침하지 마시고 내가 취업을 하려는 목적 그리고 적성, 기업문화 등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