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효율은 200% 상승, 삶의 깊이는 몇 % 상승했을까?
목사님, 설교를 AI로 쓰는 경우가 많다던데,
그럼 그 남는 시간에 기도로 준비는 하세요?
얼마 전, 인스타를 보다가 우연히 카드 뉴스 하나를 보았다. 한 종교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의 채널이었다. 저 카드뉴스 한 장의 사진을 보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종교를 떠나 저 질문 하나가 나를 깊은 생각으로 몰아넣었다.
베러윤, 너는 AI로 많은 걸 해내고 남는 그 시간, 무엇을 하고 있어?
AI덕분에 업무에서도 많은 시간이 줄었다. 일주일을 고민해야 겨우 해낼 수 있었던 일들도 단 하루면 끝이 난다. 물론 아직 회사 스타일의 보고서를 만들거나, 명확하게 내가 쓰고 싶은 워딩을 적기 위해서는 나의 손길이 필요하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전과 비교만해도 생산성이 눈에 띄게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업무에서 뿐일까? 네이버와 유투버로 정보를 찾아보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 특히 검색엔진 네이버. 예전에는 궁금한 게 생기면 이렇게 저렇게 키워드를 바꿔 넣어가면서 글들을 쭉 살펴보고 나에게 맞는 내용인지 하나하나 탭을 열어가면서 정보를 수집했다. 그렇게 해도 때로는 나의 질문에 딱 맞는 답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명확하지 않은 키워드라 할지라도 대충 AI에게 물어보면 정말 찰떡같이 대답해 준다. 물론, 아직은 할루시네이션이 있기 때문에 팩트 체크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이제는 네이버 대신 AI app을 여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나는 그 줄어든 시간에 무엇을 했냐고?
사실은 한 번도 시간에 대해서 되돌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편리해졌다' '시간이 많아졌다'의 이야기는 많이 했지만 비어진 그 시간 난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지난 몇 개월을 되돌아보니 AI가 만들어준 나만의 시간에 알고리즘이 골라준 숏폼, 플랫폼이 나 대신 고른 콘텐츠들을 보면서 시간을 많이 보낸 것 같다. 물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했지만 이것들은 원래도 내가 하던 것들이었다. 책 읽는 시간이 AI로 인해 현저하게 증가했다던가, 글을 집중해서 쓴다던가의 시간으로 채우진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의 효율은 올라갔으나 삶의 밀도는 그대로였다. 아니 어쩌면 더 얕아졌는지도 모른다.
24시간은 달라지지 않는다.
AI가 등장하기 전이나, 후나, 하루는 24시간이다. AI가 내 삶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AI는 24시간 중 일부의 시간들을 압축해 주었다. 그 압축된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삶의 일부로 고스란히 쌓인다. 그 여백의 시간에 무엇을 채워 넣느냐는, AI가 절대 해줄 수 없는 나의 몫이다.
그리고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나는 그 몫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
목사님이 설교를 AI로 썼다고 해서 나쁜 목사님은 아니다. 내가 늘 이야기했지만 AI를 잘 쓰는 사람은 그만큼 지식도 뒷받침이 되어야 하고 방향을 잡는 힘도 있어야 한다. AI는 내가 던진 질문의 수준만큼 대답해 주니까. 중요한 건 아낀 그 시간으로 더 깊은 무언가를 했느냐는 거다. 설교를 준비하던 10시간을 5시간으로, AI로 인해 시간을 줄였다면, 나머지 5시간은 성직자의 본질인 더 깊은 기도와 묵상으로 채워졌어야 하듯 말이다.
나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본다.
효율은 올라갔다. 근데 나는, 어제보다 더 깊어지고 있나?
AI로 효율이 올라간 시대. AI가 선물해 준 여유의 시간을 알고리즘에게 줄 것인가? 아니면 오롯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쓸 것인가? 나는 이제 그 시간의 행방을 다시 찾아오려 한다. 도구는 더 영리하게 쓰되, 남은 시간만큼은 나의 발전을 위해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