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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린이의 요가일기 Jul 28. 2020

덜컥 등록해버렸다.

[200728] 요가지도자 과정

 요가 강사를 하고 싶다고 종종 생각했다. 이십 대 초반부터 조금씩 해왔던 생각이다.어린 시절 엄마가 키 좀 크라며 끌고 간 요가원에서의 즐거웠던 추억들이, 대학생 때 간간이 다녔던 요가원에서의 편안한 기억들이 모여 요가 강사라는 직업을 조금씩 심어줬던 것 같다. 내가 나만의 수업을 이끌 수 있다면 정말 근사하겠다고 생각했다. 요가 강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 알아봤다. 하지만 졸업까지 남은 기간과, 텅 빈 통장 잔고를 보며 현실을 직시하고 마음을 접었다. 


 이제 취업준비를 할 시기가 다가왔다. 뭘 해야 할까? 아빠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하셨던 것처럼 공무원 시험을 봐야할까? 대기업 원서를 넣어봐?? 공기업??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잡혔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으니 참 막막했다. 


 그나마 안정적이고 일도 편하다는 공기업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그래. 다들 준비한다니까. 해야지. 취업만 하면 편해질거야. 남들이 어떤 공기업에 가고 싶냐고 물으면 어영부영 대답했다. 돈 괜찮게 주고, 일 편한곳. 남들이 많이 지원하는 곳. 이렇게 말하면서 참 내가 한심했다. 참 줏대 없이 산다 싶었다. 


 취업은 해야했다. 남들도 다 달리고 있었기에.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 그저 남들이 가는대로 달리던 중이었다. 자격증을 여러 개 땄다. 남들 따라 열심히 토익 점수도 올렸다. 자격증 따기 미션을 열심히 수행하던 중 문득 머리가 멍해졌다. 또잉? 내가 뭘 하고 있는거지??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러고 있지?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누가 그랬다. 마음에서 시키는 일을 하라고. 그 때, 내 마음은 요가 강사를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외면해왔던 요가 강사를 마음속에서 다시 꺼냈다. 며칠 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누구에게도 내 고민을 털어놓지 못했다. 귀가 미친듯이 팔랑거리는 성격이기 때문에 이번엔 온전히 내 힘으로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털어놓을 데가 없으니 미쳐버릴 것 같았지만 덕분에 내 자신과의 대화를 진지하게 나눠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요가원에서 요가지도자 과정에 덜컥 등록해버렸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철이 없고 사치인 것일까? 그건 둘째 치고 잘 해낼 수 있을까? 중간에 포기하면 어떡하지? 나 진짜 그러면 공황이라도 올 것 같은데. 하... 내가 감히 요가를 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 내가?? 내가????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헤집었다. 적은 돈이 아니기에 수천 번도 넘게 고민했던 것 같다. 나같은 취준생한테는 정말 큰 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록한 건,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만약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고 해도 너무 늦은 나이에 찾아올 것만 같았다. 일단 해보자 싶었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해보기로 했다. 드디어, 설레지만 두려운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나라는 인간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 


 나만의 원석을 갈고 닦는 과정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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