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이 필요해!
배설이 필요하다. 감정 배설이 몹시도 필요하다. 고통스럽다. 이 고통은 어제 새벽과 오늘 오전에 본 두 영화로 시작되었다.
어제 새벽에 영화 미드소마를 보고 잤다. 미드소마는 공포물이다. 스웨덴 지역의 하지축제를 모티브로 만든 공포 영화. 잔인한 장면이 일부 나오지만 극 전체가 잔인하지는 않다. 오히려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장면들이 다수다. 그러나 극 전체에 걸친 불쾌한 분위기가 핵심이었다.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참 묘한 영화. 작품을 보고 나서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방금까지 뭘 본거지?' 라는 생각만 들었다. 다양한 떡밥과 상징이 뿌려져 있었기에 이것 저것 찾아보느라 새벽 4시에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뇌가 이상해졌는지 미드소마를 '좀 이상했지만 그래도 볼만 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또 공포영화가 땡겼다. 돌았었나 싶다. 이번엔 마터스라는 작품을 보기로 했다. 아...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장 돌아갈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불쾌한 영화는 처음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끔찍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었다. 초등학생 때 '배틀 로얄'을 보고 3일 동안 멍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보다 더 정신적 충격이 심각한듯 하다. 영화를 보는 도중에 재생 화면을 몇번을 확인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빨리 끝나길 바라면서도 꾸역꾸역 봤다. 무슨 정신으로 그 영화를 끝까지 본걸까. 고문 받는 주인공을 보면서 너무 힘들었고 기진맥진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연출한 감독을 미친놈이라며 욕하고 또 욕했다. 물론 감독은 이런 걸 의도했겠지.
나는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 감정을 심각하게 몰입한다. 같이 본 사람은 별 타격이 없는데 나는 하루종일 기분이 묘했다. 아니, 우울했다. 내가 고문받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왜인지 너무 외로웠다. 해석을 보면서 나름 이해를 해보려 했는데 내 두뇌로는 도대체 왜 그런 연출을 한건지, 그렇게까지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하게 연출한 이유를 모르겠다.
외롭고 기진맥진한 기분을 글로라도 배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글을 쓴다. 기분 정화를 위해 컴퓨터를 끄고 '리틀 포레스트'를 봐야겠다.
이분들... 미드소마 배우 분들이 촬영장에서 나름 유머스럽게 사진을 찍으신 것 같은데.. 이것조차도 무서운거면 저는 쫄보 겁쟁이 찐따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