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힐링 영화.
'미드 소마'와 '마터스'를 보고 참 힘들었던 엊그제, 심란한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내 인생 영화 '리틀 포레스트'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나는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를 더 선호한다. 원작 일본판은 다채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에 집중했다면 한국판은 혜원의 사연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진로에 대해 긴 방황을 거친 나로서는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 이야기가 참 위안이 되었다.
영화가 나에게 위로가 되는 거창한 이유는 없다. 배경으로 나오는 형형색색의 자연이 힐링이고, 야무진 손으로 요리해 배불리 먹는 혜원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위안이 된다. 혜원은 '배가 고파서' 고향으로 내려온 것이라고 한다. 서울에서는 그녀의 배를 채워줄 마땅한 음식이 없었다. 뱃속을 아무리 채워도 '배불리 먹었다는 느낌'은 없었다. 어딘지 모르는 허기가 있었다. 예전에 봤을 땐 몰랐는데, 허기의 원인은 '사랑'이 담긴 음식을 먹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고향으로 내려와 사랑이 가득담긴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 그 음식을 재하, 은숙과 나눠먹을 때, 그녀는 온전히 배부를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 또한 사랑받는 느낌이 든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며 위안받는 이유다.
이제야 엄마의 편지가 어렴풋이 이해가 갈 것 같다. 그동안 엄마에게는 자연과 요리,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랑이 그만의 작은 숲이었다.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
막판에 내 가슴을 울린 명대사이다. 이 대사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먹먹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사를 들으면 엄마가 떠오른다. 우리 엄마도 그렇다. 언니를 낳은 이십대 후반 이후로 그녀는 꾸준히 그녀만의 작은 숲을 가꿔왔다. 그녀의 작은 숲의 한 가운데는 가정과 가족애가 있다. 한편으론, 나만의 작은 숲에 대해 생각한다. 나만의 작은 숲은 무엇일까. 아직 숲이라기엔 잔디에 가까운것 같다. 이 대사를 듣고 있으면 영화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좀 방황해도 괜찮아. 넌 너만의 작은 숲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잖아. 멋지지 않니? 너만의 작은 숲을 가꾼다는 것 말야.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 더 즐겨보는 게 어때?
맞다. 나만의 작은 숲을 이룬다는 것. 참 멋진 일이다. 혜원이 자기만의 작은 숲을 꾸리기 위한 발걸음을 시작하며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나는 영화 속 혜원과 같이, 작은 숲을 꾸리기 위한 용기를 얻는다. 리틀 포레스트는 '영화계의 나의 집'이다. 우울하거나 기진맥진할 때, 다시 찾아보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볼 때면 나만의 작은숲이 조금이라도 가꿔져 있을련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