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pham's Clocks, Town Basin, Whangarei
도착한 날의 스펙타클한 일정 덕에 우리는 모두11시까지 늦잠을 잤다. 아점을 먹으며 오늘 갈 수 있는 곳을 점쳐 보았다. 책자에 있는 국립 시계박물관 얘기를 하니 안군이 김태훈아저씨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봤다며 가보고 싶다했다.
구글지도에 주소를 찍으니 어제 갔던 놀이터 바로 옆이다. 타운베이신 일대에 요트항구가 있고 거기가 왕가레이의 읍내쯤 되는가 보다. 찾아보니 노천카페나 기념품가게도 모여있는 듯. 오늘은 여기다!!
아저씨의 조언대로 '오른쪽 겨드랑이에 중앙선을 끼고 간다는 느낌'으로 가려고 노력한 와중에도 두어 번 중앙선을 넘을 뻔 하여 진땀을 뺐다. 여긴 앞차 속도가 아무리 느려도 클락션을 울리는 법이 좀처럼 없다하는데...난 기어코 한 번 울리게 만들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게 어디냐. 하하하.
시계박물관은 생각보다 규모가 아담하다. 영국의 시계수집가가 모아 기증한 시계들부터 각종 재미있고 신기한 시계들이 실제로 모두 작동되고 있다. 사람이 없는 탓에 친절하신 직원분의 독점 설명이 있었으나 그분께는 죄송하게도 40%나 알아들었으면 다행이다. 언어는 벅차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는 만국 공통이라, 독일에서 건너왔다는 오르골의 정교한 화음은 우리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Clapham's 시계박물관에서 _ 오르골에서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만들어졌다
노천카페에 들러 나는 '롱블랙'의 커피를, 아이들은 밀크쉐이크를 '테이크어웨이'해 마셨다. 음...발음도 알아듣기 어렵고 사용하는 단어도 달라 참 난감할 때가 많다. 그래도 가는 곳마다 코리안이냐 어디서 왔냐 물어봐주는 시골스러운 정감이 참 좋다.
'롱블랙'커피와 밀크쉐이크를 '테이크어웨이' 주문했으나 갈 데가 없어 그냥 카페에서 마시고 있는 우리
어제의 그 놀이터에서 좀 놀다가 저녁 먹으러 오라고 연락 주신 태훈아저씨댁으로 또 저녁 얻어먹으러 갔다. 좀 뻔뻔한가. 거절도 좀 해야하나? 근데 그냥 좋아서 또 갔다.
오늘은 아저씨네 앞집 가필드(진짜 이름은 모르겠고...그냥 가필드를 닮아서 가필드)와 친해졌다. 태훈아저씨는 안군이 잘 기다려준 덕분이라고 한다. 안군이 고양이의 영역을 존중하며 조심조심 다가가 손을 내밀고 기다리자 정말로 마음을 읽은 듯, 가필드가 다가와 손에 머리와 옆구리를 대며 교태를 부린다. 그 조용하고 긴 시간이 정체모를 벅찬 마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도착한 지 만 이틀도 안 되어, 웬만해선 신을 신지 않는 키위어린이들의 문화?를 존중하게 된 안남매가 고양이의 영역 또한 존중하며 다가가려 하고 있다
오른쪽 핸들로 운전하는 감각을 익혀 나가고, 한 가족이 친절하게 내밀어 준 손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으며, 고양이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나눌 수 있었던 체온까지. 우리 셋은 낯선 것들에게 스미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모모양은 태훈아저씨 가족 덕분에 공주병이 심해졌다. 태훈아저씨는 공주에게 공주병이 웬 말이냐며 손사레를 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