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해결 - 문제 상황에 대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음. 합리적이지만 모두가 행복한 결론은 아니라는 것이 함정.
* 지도 그리기 - 뭐든 구조를 먼저 떠올림. 공부든, 일이든, 사회현상이든 뭐든. 전체적 체계를 파악하는 데 선수.
* 플랜 B -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을 염두하고, 늘 대안을 마련해 둠. 언젠가 아무도 손 쓸 수 없는 난처한 일이 생겼는데 그걸 예견한 듯 혼자 해결책을 갖고 있어 소름.
* 비아냥 - 미리 주의하라고 엄마가 여러 번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일이 터지고야 말았을 때! 문제를 간과한 사람은 엄마로부터 세상에서 제일 현란한 비아냥을 들을 수 있음. 상대방이 아들이건, 남편이건, 심지어 직장 상사도 가리지 않음.
* 손절 - 예의 없거나, 양심 없거나, 염치없는 주변인은 냉혹하게 잘라 버림.
* 독자노선 - 자기가 납득할 수 없는 일은 누가 시켜도 안 함. 반대로 아무도 생각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혼자 일을 해결하는 경우도 종종 있음. 잘난 척은 필수.
* 무시 - 의미 없는 사람은 보아도 보이지 아니하고, 가치 없는 말은 들어도 들리지 아니함.
* 촌철살인 - 핵심을 찔러 성과도 내고, 사람도 죽이고, 논쟁에서도 이기고, 아무튼 다 함.
* 혼자 노는 것 - 엄마 소원은 아무도 없는 데서 일주일만 살아보는 것.
* 표정으로 욕하기 -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을 때가 많음.
2> 엄마가 싫어하는 것
* 중언부언 - 결론부터 말 안 하면 오래 못 견딤. TMI 극혐.
*잡담 - 특별한 용건 없이 수다가 이어지면, 자동으로 딴생각함. (친구들과도 오래 통화하지 않음.)
* 가십 - 근거가 중요해서, 근거 없이 모함하거나 추정하는 것 불신.
* 핑계 - 일이 잘 못 됐을 때, 남 탓 먼저 하는 사람과 같이 일 안 함.
* 불쑥 걸려온 스팸 전화 - 허락받지 않고 엄마의 시간을 길게 뺏었다간 발작버튼 눌림.
* 각종 비결 - 뭐든 비결 따위는 믿지 않음. 영어 빠르게 정복하는 법, 수학의 왕도, 국어의 지름길, 이런 종류의 책이나 강의 경멸. 정공법 선호.
* 무식 - 아는 것이 없으면, 공부를 하든가, 무식하면 부끄러워라도 하든가.
* 불합리 - 무턱대고 우기면 사장님 말도 무시함.
2. Report about ENFP 아들, 지민
1> 지민이 잘하는 것
* 공감 - 친구가 속 얘기를 털어 놓으면 자기 일처럼 빠져듦
* 새 친구 사귀기 - 새 학기가 되면 흥분 모드. 모르는 친구를 보면 일단 말 걸고 싶음.
* 눈치 - 사람들 표정만 봐도 기분을 알아챌 수 있음.
* 양보 - 누가 굳이 우기면, 그냥 흔쾌하게 양보해 줌. 그까이꺼 뭣이 중헌디...
* 삐치기 - 기분이 롤러코스트. 별 것 아닌데 삐치고, 또 금세 풀어짐.
* 분위기 메이킹 - 다운된 분위기 끌어올리는 데 선수. 놀러 갈 때 친구들이 서로 부름. 인기쟁이.
* 금사빠 -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금세 사랑에 빠짐. 하루 만에 목숨 걸고 덤벼들지만 오래는 못 감.
* 돌려 말하기 - 기분 나쁜 얘기를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게 잘 말함.
* 공상 - 허무맹랑한 상상을 하면서 혼자 흥분함.
* 착각 - 누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착각하며 혼자 땅굴 팜.
* 한 턱 쏘기 - 기분 좋으면 친구들한테 이것저것 잘 줌. 늘 용돈 부족.
2> 지민이 싫어하는 것
* 비난 - 무뚝뚝한 말투, 성난 표정, 화난 목소리, 싸늘한 냉소, 이런 시리즈 다 못 견딤.
* 강요 -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못함. 억지로 시키면 영혼이 안드로메다로 날아 감.
* 외로움 - 혼자 있으면 곧 풀이 죽음.
* 재미없는 것 - 뭐든 재미가 중요. 재미없는 일은 흥미가 뚝 떨어짐.
* 직언 - 좀 상냥하게 말해주면 어디 덧나나…
* 폐 끼치기 - 누가 난처한 상황에 빠지는 것을 싫어함.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은 더 싫어함.
* 상처 주기 - 자신이 남에게 상처 주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남이 자신에게 주는 상처에도 면역력 약함.
* 스트레스 - 문제가 생기면, 문제 자체보다 그냥 다 싸잡아 전격적으로 우울해 짐. 그냥 죽고 싶어.
* 밀당 - 누가 밀면 그냥 밀리고 다가오지 않음. 좋으면 얼굴에 다 나타나서 밀당 불가.
3. 엄마의 사정
엄마는 대기업 임원이다. 몇 년 전 IT 기업에서 유리천장을 뚫고 초고속 승진한 여성 임원의 사례로 경제 신문에 인터뷰가 실린 적도 있다. 엄마는 잠잘 때 빼고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지냈다. 아들 지민이 어렸을 때는 미안한 마음에 그저 안아 주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부모가 자식에게 투자한 시간의 절대량이 영유아기 자녀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 등속의 논문을 찾아보며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다행히 정이 넘치는 외할머니 품에 자란 지민은 따뜻한 아이로 성장했다.
지민이 중학교에 입학하자, 엄마는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부서로 발령을 요청했다. 이제 아들은 본격적으로 공부에 몰두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부실했던 엄마 노릇을 6년간 몰아서 해 볼 작정이었다. 목표를 세우고, 현재 상태를 분석하여 최적의 전략을 짜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만드는 것은 엄마의 전공분야가 아닌가. 그 살벌한 레드오션에서도 살아남아 신화를 달성한 엄마였다.
대상은 다르지만 아들에 대한 SWOT 분석(기업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을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기법)을 통해 체계적 방안을 만들어 볼 작정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완벽한 작전은 단 하나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엄마의 전략과 플랜에 지민은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처음 지민은 앞으로 엄마가 공부를 도와주겠다는 말에 뛸 듯이 기뻤다. 바쁜 엄마가 자신에게 시간을 내준다는 사실 자체가 그냥 기분이 좋았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다 할 거라며 큰 소리도 탕탕 쳤다. 엄마랑 공부하면 전교 1등도 문제없다며, 벌써부터 흥분 상태였다. 강아지처럼 살랑거리는 지민을 보며, 엄마는 왜 자식의 사랑스러움을 ‘강아지’에 빗대는지 실감했다.
하지만 막상 아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한 후, 엄마는 당황했다. 주어진 시간은 총 2시간. 해야 할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빴다. 그러나 지민은 책상에 앉으면 기본으로 한 시간은 수다였다. 처음에는 잠자코 듣는 척했지만, 점차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약속한 공부량은 매번 절반도 완성되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 했다고 하는 것도 체크해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그냥 엉망진창이었다.
회사에서 책임자로서 엄마의 주된 업무는 올라온 서류를 검토하여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잠복된 비생산성을 바로잡는 일이다. 엄마는 지민을 회사에서 만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부하직원이 이런 식으로 일을 했다가는 엄마의 불벼락에 이미 지옥문 앞에 떨어졌을 것이다. 엄마는 최선의 합리성을 끌어 모아, 아들의 처지를 이해하려 애를 쓴다. 하지만 그 이해심도 점점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중요한 프로젝트 발표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운 엄마가 굳이 그날도 지민과 공부를 시작한 것은, 이변이 없는 한 계획한 것은 지키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지민은 책상에 앉자마자 오늘 친구와 싸운 얘기를 꺼낸다. 별것도 아닌 잡담이다. 약속한 공부는 거의 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엄격한 목소리의 엄마가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 놓은 지민의 문제점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스무 가지도 넘었다. 엄마는 지민이 무엇을 잘못했고, 그것이 야기할 문제는 무엇이며, 잘못을 해 놓고도 반성조차 없는 지민의 태도와, 앞으로 개선을 위해 어떤 다짐이 필요한 지에 대하여 낮고 엄숙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또 지적했다.
엄마의 얘기가 끝나자 놀란 지민이 울먹이며 엄마에게 물었다.
- 엄마는 왜 이렇게 나를 싫어해?
4. 지민의 사정
복세편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기분이 가라앉을 때마다 이 말을 되뇌면 조금 괜찮아졌다. 이렇게라도 다독이지 않으면견디기 어려웠다.
지난주 동아리에서 축제 준비 때문에 진수와 다툰 일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진수의 그 단호박 같은 말투가 너무 거슬렸다. 남의 아이디어를 무시하는 태도에 화가 치밀었지만, 다른 애들 생각해서 참았다. 그런데, 계속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이게 정말 보자보자하니까 보자기로 보이나.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친구들은 ‘왜 급발진하냐’며 도리어 나에게 뭐라고 한다.
저녁때 엄마한테 진수 얘기를 꺼냈다. 엄마는 오늘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다. 빨리 책이나 폈으면 하는 표정이다. 좀 더 자세히 얘기했다. 그러자 ‘의견이 충돌하면 잘 조율해야지, 친구한테 화를 내면 어떡하냐’고, 하나마나한 소리를 한다. 화가 나니까 화를 내지, 화가 안 나는데, 화를 냈을까.
이런 마음으로 무슨 공부를 하나. 우리 엄만데, 그냥 무조건 내편을 들어주면 안 되나? 그럼 기분이 좀 괜찮아질 텐데. 그러고 나면 공부도 잘할 수 있을 텐데. 똑똑한 엄마가 이 쉬운 이치를 모르는 것이 답답하다.
5. '직장상사 맘'이란?
직장에서 말하고 행동하던 태도가 몸에 배어서, 자녀도 그 방식으로 훈육하는 부모를 말한다.
모든 사람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부모, 자식, 친구, 상사, 부하직원 등… 관계는 상대적이어서 누구와 함께 하는지에 따라 그 역할도 달라진다. 당연히 각 역할에 알맞게 태도와 말투도 바뀐다.
하지만 어떤 역할로 오랜 시간을 살아가다 보면 그것에 맞는 말과 태도가 자신의 지배적 성격으로 고착되는 경우도 많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었던 한 엄마는 종일 제자들과 나누던 대화의 패턴을 집에 돌아가 아직 어렸던 자신의 아이에게도 유지했다고 한다. 어린 자녀는 어린이 집 친구들에게 ‘장난감을 공유하자’ 거나, ‘규칙을 준수’하라고 이야기하여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직장인으로서 몰입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면, 종종 그 일에 요구되는 가치관이나 일처리 방식이 일상의 영역에까지 연장되는 일이 발생한다. 자녀의 교육이 대표적이다. 그 어떤 것보다 성과가 중요하고, 지향하는 목표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공부는 직업의 세계와 닮았기 때문이다.
유능하고 목표 지향적인 부모일수록 공부에 임하는 자녀의 태도가 못마땅하다. 자녀의 백 가지 과오가 눈에 보이는데, 당사자는 개선의 의지조차 없어 보이니 울화가 치미는 것이다. 나태하고 무능한 직원에게 퍼붓던 맹렬한 공격을 자녀에게도 쏟아내고 싶어 진다.
나는 '직장상사 맘'일까?
√ 잘못을 해놓고, 얼렁뚱땅 변명하는 아이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 내 아이가 이 모습으로 사회에 나가면 낙오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 나는 A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이는 계속 B만 얘기해서 대화가 어려울 때가 있다.
√ 잔소리도 나의 배려이고, 시간투자인데, 그 고마움을 알아주지 않는 자식이 염치없다고 느껴진다.
√ 나의 피드백을 통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자식이 선행학습할 것이라 믿는다.
6. 생각해 볼 문제
* 자식은 모두 덜렁댄다
다른 집 자식들은 내 자식과 달리, 꼼꼼하고, 자기 일을 알아서 하고, 시험 볼 때 여간해서 실수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전교 1등도 실수하고 덜렁댄다.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유능하고 사회성 좋은 부하직원과 일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내 아이가 여간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잔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어른과 비교하며 아이들의 부족함을 질책하는 일은, 체급이 다른 선수에게 똑같은 기준으로 계체량을 통과하라 윽박지르는 것과 같다. 눈높이 교육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 자식은 부하직원이 아니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아직 하고 싶은 것도 정하지 못한 자녀에게 경직된 역할을 단련시키려는 야심을 품는 것은 부질없다. 오히려 더 중요한 부모의 역할은 일관된 사랑과 지지로써, 자녀의 정신적 토양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스스로가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믿음의 토양.
그 토양이 기름지면, 자녀는 그 땅에서 싹을 틔우고, 건강한 뿌리를 내리고, 고난에 내구성 좋은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제 겨우 여린 싹과 가는 뿌리를 만든 자녀에게 미래의 환란에 대비하라며 거친 태풍을 몰아치는 것은 알묘조장(揠苗助長)의 우를 범하는 일이다.
* 공감이 어려우면 연습하자.
공감을 기대하는 아이에게 팩폭을 퍼부어 울린 적은 없는지. 그런 기억이 떠오른다면 일단 공감하는 연습부터 시작하자. 자녀의 감정에 공명하려는 그 시도만으로도 많은 일들이 개선된다. 타고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면 노력으로 단련하는 수밖에 없다. 자녀에게 적용했던 준엄한 잣대를 스스로에게 적용할 시간이다.
공감에는 단계가 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상대방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한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가늠해 보고, 좀 더 수준 높은 공감자가 될 수 있도록 연습해 보자.
<칼 로저스, 공감의 5단계 수준>
* 지민 - "엄마 공부하기 너무 힘들어요. 공부는 나랑 안 맞는 것 같아요."
[수준 1]
상대방의 감정은 읽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동문서답식 소통
"힘들다고? 공부를 해야 힘들지. 엄살이 늘어졌구나, 아주."
[수준 2]
상대방의 문제를 인식하지만, 중요한 감정은 배재하고 지엽적인 것에만 대꾸하는 불완전한 소통
"힘들어? 그래도 참아. 가난해서 학교 다니면서 돈까지 벌어야 하는 아이들도 많아.”
[수준 3]
상대방의 감정과 일치된 감정을 표현하는 소통
"힘들었구나. 공부라는 게 참 힘든 거야.”
[수준 4]
상대방이 말로 표현한 감정을 넘어서, 드러내지 않은 내면의 마음까지 읽는 소통
“공부하기가 힘드니, 불안하고 속상하겠구나.”
[수준 5]
상대방과 거의 감정적으로 일치된 상태에서 감정뿐 아니라, 감춰진 성장의 욕구까지 읽어내는 소통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을 텐데, 생각만큼 잘 안 되니 걱정되지? 그럴 때면 공부에 소질이 없는 건 아닌가 초조하기도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