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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도리 Jun 17. 2022

말은 글과 달라서, 글은 책과 달라서

 <가랑잎에도 깔깔>의 탄생을 응원하며





이 급류처럼 흘러간다.

내 속에서 터져 나온 말들이 세상을 향해 질주한다.

더러는 무서운 놈들도 있고, 때로는 기특한 것들도 있다.

작정하고 애쓰지 않는 한, 나를 떠나간 말들과 재회는 쉽지 않다.

가끔 가슴을 치며 뉘우치게 하는 말들도 있지만,

부실한 기억력 덕분에 오래 좌절하지는 않는다.     


이 연못처럼 고인다.

오래 들여다보아, 속까지 훤하다.

내키지 않는 것들이 잠겨 있으면 손을 뻗어 건져낸다.

난폭한 파문이 연못을 어지럽히는 날에는

가끔은 그냥 물길을 말려버리기도.     


눈으로 내린다.

헐떡이며 날숨으로 뱉어낸 물방울이

세상을 떠돌고, 허공을 헤매다가

마침내 찬 바람 속에서 육신을 만든다.

먼 곳까지 흩날리는 눈송이는

이미 내 손을 벗어나 낯설고 또 아슬아슬하다.      


나는 그저 기도할 뿐이다.

고단한 저녁 때맞춰 내리는 함박눈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되기를.      


그리고 혹시 가능하다면,

너무 덧없이 녹아버리지는 않기를.           



* ‘브런치’라는 세상에서 잉태된 말들이 어느덧 책으로 탄생했어요.

활자도, 종이도, 그 고운 그림들도 이미 온전히 내것은 아니지요.   

생명을 지닌 씨앗처럼 부디 작은 화단에서 어여쁜 꽃으로 피어나길 소망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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