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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섬 Mar 24. 2021

참아보자라는 잘못된 주문.

아마  당시 가장 많이 주문처럼 외우던 말이다.

'견디자, 참자'


이것마저 견디지 못하면 나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사람으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두려움만 가득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다음 날도 나는 어지러워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이비인후과에서 어지러움을 가라앉혀주는 약을 미친 듯이 먹고 내가 맡은 프로젝트를 겨우 끝낼  있었다. 야근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어지러울까  조심조심해서 업무를 마쳤다. 폭풍전야였을까? 잠잠해졌다가 다시 업무 강도가 높은 시기가 왔다. 조금 바뀐  있다면 속으로 참지 않고  밖으로 표현해냈다. 최악인 상사에 대해서는 마음 맞는 동료와 욕도 하고 잘못된 일에는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대급 고난을 안겨준 프로젝트였다. 어디서 듣기로 인간이 견딜  있을 정도로만 고난을 주신다고 했는데  당시 업무는 고난을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울고 싶지 않아도 퇴근할 때마다 눈물이 줄줄 흘렀고 저렇게 나이 먹지 말아야지 하는 인간들이 매일매일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나는 이겨냈다. 참고 참고 참아서 내가 맡은 일을 마치고 퇴사를 했다. 당장 퇴사를 해도 되는 이유가 너무나도 많았지만 같은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면  된다는 , 그리고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말 좋았던 팀원들이 있었기에 퇴사를   없었다.


퇴사를 하고   정도는 마음 편히   있었다. 그러나 봄에 일어났던 증상이 잠시 휴식기를 마치고 이번에   제대로 당해 보라는 듯이 나타났다. 강도는 이전보다  강했다. 눈을 뜨자마자 어지러웠고 화장실도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 먹은  없어도 구토를 했다. 정말 신기했다. 이번에는 아예 작정을 하고 대학병원으로 찾아갔다. 머리부터  끝까지 검사를 다했다. 그러나 남들보다 피가 부족하다는 소견 말고는 특별한 증상이 없었다. 이와 중에도 어지럽고 하루 종일 구토를 했다. 점점 바깥을 나가지 못하고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누워만 있는 생활이 지속되었다.  상태는 나를 가장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잠드는  무섭고 두려웠다. 어차피  뜨면 어지럽고 구토만 텐데. 그렇다면 깨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깨지 않는다면  고통이 없어지지 않나?  누워서 새벽의 소리를 듣고 아침의 소리를 듣고 밤이 되는 소리를 들으면서 눈만 깜빡였다. 이렇게까지  이유를 생각하려고 해도 그것마저 지쳐서 눈물만 흘렸다. 살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깜짝 놀랐지만 적응되었다. 정말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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