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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UT Oct 30. 2017

[답사편] 순창을 담다.

하늘이 높으니 말이 살찌는 계절이 왔다.

"순창으로 출장 갑니다."

"고추장 보러 가니?"


븟요리사커뮤니티는 10월의 요리여행, 순창으로 떠나기 위해 현장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뭐가 그리 바쁜지 색색의 옷을 갈아입는 산과, 논에서 노릇 익어가며 고개를 숙이는 벼.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뻥 뚫린 듯 맑으니 일 하러 온 출장이라 해도 기분 좋은 여행처럼 느껴졌습니다.


대부분 순창 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추장'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물론 함께 떠나는 븟의 답사팀 또한 고추장 말고 뭐 그리 볼 것이 있겠느냐 하고

장장 4시간의 장거리 운행에 몸을 실었습니다.






1. 생각보다 커다란 규모를 자랑하는 순창 고추장 마을


우리가 도착한 순창 고추장 마을에서는 '세계 소스 박람회'가 한창이었습니다. 여러 전시관부터 직판장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푸드트럭과 길거리에 놓아진 작은 화분에는 다양한 고추들이 심어져 있었습니다. 넓은 부지에 공장, 박람관, 전시관, 식당 등이 함께 모여 있는 장관을 발견한 답사팀은, 고추장 너머에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으리라는 사실을 직감했습니다.


"어떻게 고추가 이렇게 자랄 수 있지?"


순창고추장마을은 순창군이 전통장류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순창고추장의 명성과 전통적 제조 비법을 이어가기 위해 계획적으로 조성한 마을입니다. 곳곳에 흩어져있던 고추장 제조 장인들을 아미산 자락에 있는 순창읍 일대에 민속마을을 형성시킨 것으로 현재 40여 가구에는 고추장 제조 기능인들이 저마다 손맛을 지키며 꾸준히 고추장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이 곳은 2004년에는 대한민국 제1호 장류산업특구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순창 고추장이 맛있는 이유는 첫 번째, 솜씨. 고추장 제조자들은 최소 10년 이상 고추장을 만들어온 경험이 있습니다. 둘째, 물.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섬진강 상류의 오염되지 않은 지하 암반수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셋째, 순창의 태양초와 콩 등. 농가와 계약하여 공급을 받고 있습니다. 넷째, 제조 시기. 여느 지역과 달리 늦여름에 메주를 띄워 겨울에 고추장을 담급니다. 순창은 여름에 특히 습기가 많아 메주를 뜨기 좋고, 겨울에 고추장을 담그니 서서히 숙성돼 단맛이 깊고 신맛이 없습니다. 다섯째, 기후. 순창은 분지여서 사계절 습기가 많습니다. 이 습한 기후가 고추장의 발효균을 활성화시켜 맛이 깊어지는 것입니다.


수 백개의 화분에 종류별로 담겨있는 다양한 고추의 릴레이로

눈이 휘둥그레진 모두가 여기저기 엄청난 규모에 눈을 굴리느라 혼이 나갈뻔했지만,


'아차, 우리 답사 왔지."


아쉬운 발걸음을 무겁게 끌며 운영본부에 가서 명함을 제출하고 식권을 받았습니다. 때마침 점심 시간에 걸친 터라 많이 허기진 상태로 순창 맛집(전 호호반)을 찾아갔고 순창고추장마을답게 '청국장 비빔밥이 최고이지' 하며(무슨 맥락일까), 자장면 3개를 외치듯 주문했습니다.


'여기 청국장 3개요!!!"


*순창 맛집 : 순창읍 민속마을길 5-4 정보화마을(직판장)



식사를 마치고 잠시 들린 직판장에서 만난 반갑고 귀한 손님, '여경래 셰프님', '배예환 셰프님', '손승달 셰프님'

세계 소스 박람회에서 소스 토크쇼 진행하기 위해서 순창 고추장 마을을 방문하셨다고 합니다.


여경래 셰프님께서는 고추장과 두반장을 섞은 중식을, 배예환 셰프님께서는 코리안 바비큐 치킨에 샐러드를 곁들인 요리를, 손승달 셰프님께서는 순창표 표고버섯 고추장 탕수를 강좌 하셨습니다. 아쉽게도 강좌를 듣지 못한 채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를 서둘러 옮겼지만, 븟과 함께 이어온 인연으로 타지에서 우연히 만나니 잠시나마 건네는 악수에도 참 따뜻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순창의 고민


발효 미생물 진흥원 1층에 위치한, 커피를 발효하여 내려 마시는 '발효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직접 내려주시는 발효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미팅이 예정되어있던 '박영수'연구검사계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순창 하면 고추장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답사팀 역시, 순창 하면 고추장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선뜻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보통 SNS 피드에서 활발히 올라오는 여행지들은 대표적인 먹거리, 관광지, 숙박 또는 이색적인 박물관 등이 확실하게 PR 되어 있어, 젊은 층도 무리없이 방문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순창은 '고추장'이라는 강렬한 이미지가 완벽하게 굳어져 있어, 다른 여행지에 비해 젊은 층이 찾아가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또 순창 하면 '고추장'이란 것을 누구나 떠올리지만, 막상 순창을 다녀온 사람들은 드물다는 것을 답사를 통해 인지하게 됐습니다.



3. 븟요리사커뮤니티의 역할


이쯤에서 '븟요리사커뮤니티'가 L.I.S.S 요리여행을 하는 목적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븟은 요리사들이 직접 접하지 못하는 생산지 방문과 1차 생산자를 직접 만나 생산과정과 지역의 음식과 이야기를 직접 듣고 체험을 하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합니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 계절마다 생산되는 다양한 식재료를 탐색하고, 요리사들과 식재료에 관한 지식과 조리법을 공유하며 요리사와 생산자가 서로 소통하며 이해하고 함께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여행으로 단순히 미식과 힐링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븟은 오랜 시간 동안 국내 처음으로 요리사들만을 위한 오픈 커뮤니티에서 오프라인 커뮤니티로 발전시키며 가장 기본적인 순기능인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습니다. 음식문화에서 요리사 수준은 갈수록 올라가고 있지만 현재의 위치에서 함께 하는 소비자와 생산자, 유통자, 인식자(여러 의식 있는 단체와 개인 등) 사이에 간극이 커짐은 음식 문화에 커다란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큰 축을 담당하는 요리사들의 설 자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고자 누군가에게 '앎'을 강요하지 않고 요리사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알고 공부하고 소통하고 인식하여 자연스럽게 음식문화와 요리사, 요리에 대한 가치가 균형 잡힐 것이라 기대하며 성장시켜왔습니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이 무엇인지 순창 답사를 떠난 답사팀이 확실하게 느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순창지역 소개


순창 HACCP 메주공장

순창메주HACCP공장은 총 사업비 160억 원(국비 120억, 도비 25억, 군비 15억)을 투입해 지상 2층, 지하 1층, 건축면적 3331.49 m2(1007평), 연면적 6364.52 m2(1925평) 규모의 국내 최초 Haccp공장으로 전국의 1400여 개 장류업체들에게 1000톤의 메주를 공급받아 2,000톤의 된장 생산이 가능합니다. 2014년 건강 발효미생물과 순창산 100% 콩으로 햇썹(HACCP) 공장에서 제조한 순창메주가 작년 기간 대비 400% 매출 신장을 달성했으며,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순창읍 민속마을길 61-17


순창장류사업소

순창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발효 식품에 대한 종합적인 품질 관리와 기업 지원 등 산업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 위하여 2002년 5월 15일에 순창군 식품 과학 연구소로 출발하였습니다. 주요 추진 사업으로는 첫째가 장류 밸리 조성입니다. HACCP 메주 공장과 미생물 관리 센터인 발효 미생물 종합 활용 센터 건립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이루어졌고, 전통 발효 식품 장류 전용 공장과 전통 절임류 세계화 지원 센터의 장류 밸리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조성됐습니다. 또한 2015년에는 토굴형 장류·절임 저장고와 옹기 생산 및 체험관이 조성됐습니다.

*순창읍 민속마을길 61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전통발효식품에서 분리한 토종미생물의 분리·동정(同定)·분양에 대한 허브기지로써의 역할과 기업체가 요구하는 산업용 균주(菌株)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해당 미생물 자원을 활용한 연구 결과 및 산업화 활용 자료 및 정보를 제공하고 미생물 자원의 분양 및 자원의 기탁도 받고 있습니다. 연구 개발 분야에서는 수행 연구 과제와 연구 성과를 내고 있으며, 산업화 지원 분야에서는 입주 지원과 사업 지원, 시설 지원 및 인력 양성과 기술 지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 10개의 제품을 개발을 시작으로 현 발효미생물 기술을 접목시킨 다양한 상품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순창 문옥례식품

1962년 4월 순창 고추장 상회[대표 문옥례 식품명인 36호]를 설립했습니다. 1988년 5월 순창 문옥례 할머니 고추장으로, 1996년 10월 순창 문옥례 식품[대표 조종현]으로 상호를 변경했습니다. 1993년 4월 농림부로부터 전통 식품 인증 마크 사용 승인을 취득하였고, 고추장[제18호] 및 된장[제19호]의 전통 식품 품질 인증을 받았습니다. 순창 문옥례 식품은 7대째 전통을 이어온 제조 방식으로, 순창에서 생산된 재료로 장류를 생산하고 있으며, 1인 기업 또는 영세 기업에서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순창의 몇 안 되는 회사입니다.

*순창읍 민속마을길 56-9


발효소스토굴

토굴형 저장고는 길이 134m, 최대폭 46m에 이르며 연면적 4,310 m2 규모로 40m2 크기의 소규모 저장 숙성실 10실과 168 ~ 1,016 m2 크기의 저장실 5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장고 이 외에도 고추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스를 전시, 체험 등을 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공간을 갖추었으며 주요 명소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순창읍 민속마을길 61 - 59


순창농산물직판장

군 직영체제의 순창군 농특산물 직판장이 생산 농민이 직접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2016년부터 본격 변신했습니다. 순창군 농특산물 직판장은 2013년 개장 이래 3년 만에 생산 농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민간주도형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순창 전통고추장민속마을 내 331m2 규모에 판매대, 바코드 생성기, 잔류농약 분석기 등을 갖추고 230여 종의 농특산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9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로컬푸드의 적극적인 알림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순창읍 민속마을길 5-4 정보화마을


순창 농가 - 더불어 농부

순창의 더불어 농부는 순창에 다양한 젊은 농부들이 모여 지역농산물의 성장시키고 지역민의 더불어 잘살아보자는 취지로 운영되는 농부 커뮤니티입니다. 더불어 농부 회원들은 순창 특산물인 두릅, 블루베리, 복분자, 아로니아, 오미자, 버섯, 천연벌꿀, 허브, 흑염소 등 다양한 농작물과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에 “더불어 농부”를 검색하시면 저희의 활동내역을 볼 수 있으며, 페이스북 인스타에 #또바기농장 #참살이달팽이농장 #산내들흑염소 #순창쌍둥이농장 #흑염소하자매 #아동실농장 #서지농장 #아때농자 #농장새순 #자연농원 #프롬라이스 #풍산희자농원 #당도둑 #노경농원 #모두베리 를 검색하시면 농장과 젊은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도 볼 수 있습니다.

*순창군 쌍치면 용전길 116-53



5. 답사를 마무리하며


"고추장 보러 갔다왔니?"

"아니요, 순창 보러 갔다 왔습니다."


지역 발전, 농산물, 그곳에서 대를 이어오는 명인 등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어디를 가나 똑같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만큼 소비자의 인식 변화에 힘을 실어야 하고 지켜낼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함도 느낍니다.

과연 븟요리사커뮤니티의 L.I.S.S 요리여행은 더 나아가 요리사와 생산자를 어떻게 연결을 할 것인가 고민도 깊어져 갑니다. 물론 선택과 집중에 있어서 최고가 되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 할 수 있다고 믿기에 10월 26일 자의 순창 편 : 순창을 담다. 요리여행이 더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돌아오는 길은 예정 시간보다 늦어졌지만, 아마도 순창에 더 남아있고 싶다는 속내가 드러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편] 순창을 담다.

하늘이 높으니 내가 살찌는 계절이 왔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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