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verly Story Mar 26. 2024

닭강정

내가 왜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 거지...

* 아직 시청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줄거리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출/감독: 이병헌 (극한직업)

극본: 이병헌

스트리밍 플랫폼 : 넷플릭스 (2024년 3월 15일 공개일), 10부작


웹툰: 박지독

웹툰 플랫폼: 네이버 웹툰, 총 47화 (2019.9-2020.8)


장르 : 코미디, 미스터리




드라마퀸 열 번째 작품 감상 이야기 : 닭강정 


내가 뭘 보는 거지..

내가 왜 보고 있는 거지...

안재홍 배우와 류승룡 배우가 왜 저러지....

미친 카리스마를 가진 김남희 배우는 또 왜 저러고. 무섭게.....

동공이 많이 흔들렸다.  

흔들리는 동공만큼 머리속이 저려왔다.

계속 봐? 말아?

두뇌는 계속 고민을 하며 손에 작고 까만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게 한다.


일단,, 병맛  

고품격 배우와 감독이 제작하였기에 '고품격 병맛 코미디 미스터리 드라마'라 칭하고 싶다.

류승룡, 안재홍, 김남희, 김유정 배우들을 중심으로 정호연배우, 정극만 주로 하던 김태훈 배우, 박진영 배우에 유명 조연 배우님들까지 정극을 주로 하던 배우들이 출연하였다.  

그들이 극을 누르고  있어서 드라마가 가볍게 날라가지 않은건 아닌지..


명품 배우들이 출연했는데 설마 병맛이라고?

굵직한 연기를 하던 한명도 아닌 여러분이 함께 병맛 드라마를 찍었다는게 놀라웠다. (물론 드라마퀸의 선입견입니다)


기대와 달리 1회는 굉장히 아슬아슬하게 B-급 병맛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했다.

머리가 어질 했다. 설마 류승룡 배우와 김남희 배우가 저렇게까지..?

뭔가 메시지는 있을 듯 하지만... 그냥 끄고 잘까?


개인적인 의견으로 위에 언급했던 명품 배우들과 이병헌 감독이 아니었다면 이 이야기를 해 낼 수 없었을 듯하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1회를 넘기지 못하고 <눈물의 여왕> 3회를 틀었을지 모른다.

류승룡, 안재홍, 김남희 배우를 신뢰하는 마음으로 다만,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 채 1회를 참고 견뎠다. 손발 오글거림은 덤입니다.

(친구중에는 1편을 채 못 보고 티비를 껏습니다. 이 드라마가 궁금하다면 1편을 견뎌야 합니다.)



병맛 코미디극이나 드라마를 보긴 했지만, 아무리 유명한 웹툰 작품에 최애 배우가 나와도 사실 끝까지 시청하기 어려워 중간에 그만둔 작품도 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극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도 아닌데 기가 차서 2회를 틀고, 그래서 왜! 3회차를 틀며 결국 정주행을 하게 된다. 내가 왜 보고 있는지... 난 누구? 여긴 어디? 의 질문을 해도 어색하지 않다.


정신 차려 생각해 보면 한 회가 30분, 시트콤 길이의 짧은 영상으로 금세 10편을 정주행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고작해야 다섯 시간 남짓한 길이로 드라마 전체가 영화 두 편 정도의 길이다.  그래서 초반 불편함에도 정주행이 가능했다.


그중 한 부분이 내 개인적인 유머 취향을 건드렸다

사실 류승룡 배우와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 영화 같은 빵빵 터지는 코미디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황당함으로 둔갑해 버렸다.


그렇게 새로운 장르? 의 드라마를 불편하게 보던 중 빵 터진 부분이 있었다.

형의 한약을 몰래 받아먹고 잘못된 유태만의 등장장면.

(가족사진을 떠올리며) 중년 미소를 짓던 삼촌이 왜 거기, 그 책상 앞에…? (3초간의 정적).........!!!

한순간 빵 터져버렸다. (보신 분들은 어느 장면인지 아실 겁니다.)


한약 잘못 먹어 망한 설정이 개인적으로 너무 우스웠다. 그러면서 그 드라마에 대한 견제가 사라졌다.

어떤 종류의 드라마인지 모른 채 불편, 불안, 긴장하며 시청하던 중 마음을 오픈하게 된 것이다.

그 장면 전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코믹을 선보였지만, 그 부분에서 아마도 내 개인적인 유머 취향을 건드렸나 보다. 그 후 드라마를 받아들이고 불편한 거리감 없이 즐겁게 시청했던 거 같다.  


닭강정은 호불호가 갈린다.

어쩌면 드라마퀸처럼 극 중 한 부분이라도 본인과 유대감이 있는 파트를 만나게 된다면 그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를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신기하게도 그 세계에 발을 디디면 더 이상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게 되고, 큭큭 웃는 순간들도 생기며 나름 여러 가지 궁금증도 가지게 된다. 논리적 합리적인 이유와 결과도 따지지 않게 된다. 이미 그 4차원에 익숙해진 거다.


백정 닭강정 4인방 캐릭터도 비밀스럽고 묘하다.

얼마 전 마이데몬에서 사악한 재벌 아들역을 했던 김태훈 배우가 앞머리를 흩트리고 수수한 모습으로 닭강정을 만들고 있었다. 멍한 눈빛이 언제쯤 바뀌어 그 사악함이 드러나나 기대했는데.. 여기서도 반전이었다.

사실 김태훈 배우의 변신에 살짝 충격을 받았다.  

4인방 중 한 명인 주모(황미영배우) 캐릭터의 진지한 농담 같은 대사도 재미있었다.

개그우먼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독특하다.

그렇게 묘하고 독특한 그들에게도 숨겨진 비밀이 있다.     


유인원 박사는 어떤가. 그의 지난 2년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 양반닭강정 사장 김배달(양현민 배우)의 외로운 인생 이야기를 보게되고, 인간미, 동정심그리고 우애심도 느낄 수 있는 과학자가 되었다. 외모도 심상치 않다.

이 배우분도 연기 내공있으신데도 불구 B급을 왔다갔다 하셨다.


민아를 닭강정으로 만든 의문의 기계를 만든 외계인은 극 후반부에

"인간은 배려를 바탕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무기도 전쟁도 모두 사라질 것"이라며 "그 진화의 정점에서 모두가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긴다.

과연 그럴까? 그런 일이 일어나길 나도 바라나 그 부분은 작가의 긍정적 미래에 대한 이상이 아닐런지.

나도 평화주의자이긴 하나.. 욕심 많고 이기적인 절대 군주적인 인간은 어느 시대건 등장하였다. 그들은 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고 배려와 예의를 갖춘 많은 점잖은 인간들을 통속하려 했다는 현실적이고 비극적인 인간의 역사에 떨구어진 작고 이쁜 꽃잎 같은 문장이고, 작가의 바람으로 여겨진다.


참 묘한 드라마다.

무게감 있는 명품배우들의 진지한 연기에 씁쓸한 현시대 청년들의 이야기. 그런데 강도 높은 병맛이다.

말장난하는 듯한 말투에 웃음이 자주 나온다. 또 과거 조선시대 이야기를 보며 인간 본성의 이중성에 놀라기도 한다.

뒤로 갈수록 웃음 중간중간에 웃지 못할 철학적인 대사를 던져, 보는 이로 하여금 고민을 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인생은 그냥 소풍 같은 거야. 장기 자랑 좀 하다가 가는 거지..'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현시대 트렌디를 첨가한 부분도 흥미롭다.

극 중 민아 (김유정 배우)가 고백중 (안재홍 배우)의 손목을 잡고 뛰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했던 모습이 한동안 쇼츠에서 유행했던 여자친구의 뒷모습이다. 시점은 여자 친구의 뒤를 따르는 남자의 시선으로, 머리를 흩날리며 뛰어가다가 살짝살짝 뒤를 돌아보는 이쁜 여친 모습이다. 화면 밑에는 두 사람이 잡은 손이 보인다. 그런 유행 장면들도 곁들이는 등 현시대의 모습을 투영해 놓았다.  


많은 매력을 지닌 드라마라 생각된다.

  



작품 개요  

사랑하는 딸 민아가 어느 날 이름 모를 기계 때문에 닭강정으로 변했다. 간절히 그녀가 돌아오길 바라는 아빠 최선만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이 모습을 변하게 한 기묘한 기계를 찾아 그녀를 되돌리고자 하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


캐릭터/ 배우 이야기

전체적으로 캐릭터가 강한 작품이다.

평범한 이가 한 명도 없다.

선입견이 가득한 시청자를 놀리듯 각 캐릭터들에게 뜩밖의 개성을 집어 넣었다.

 특히 마님 앞에서 혼나던 당황한 하녀 입에서 튀어나온 욕은 뜻밖의 빵터짐을 만들었다. 항상 착하게 순종만 하는 ‘하인’이라는 존재의 이미지에 개성을 넣었고, 시청자는 그런 이미지가 깨면서 웃음이 터져버렸다


최선만 / 류승룡 배우

'모든 전자' 사장이자 최민아의 아빠.

딸이 닭강정 되어 그녀를 되돌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는 아빠. 홀로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온 딸이라 구구절절하다.


고백중 / 안재홍 배우

싱어송 라이터가 꿈이면서 '모든 전자' 인턴을 한다. 맛집 파워 블로거 홍차의 전 남자 친구.

민아를 짝사랑하기에 그녀를 되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썬더와의 싸움이 그의 명시도 최고 패션 스타일만큼 기억에 남는다.   


그 외 홀아버지밑에서 사랑 듬뿍 받고 자란 속 깊은 최민아 (김유정배우), 꾸준한 땡땡이로 인정을 받아 사업체를 이어받고 나중에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김환동직원 (김남희 배우), 많은 닭강정속에서 민아를 찾아내는 홍차 (정호연 배우), 정이 많은 유인원 박사 (유승목 배우), 반전남 유태만 (정승길 배우), 기묘한 매력을 가진 백정 닭강정 4인방, 김배달등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고백중이 회사 인터뷰 중 만난 면접관과 과거 김 씨 부인의 짧은 등장에서 그들의 말장난도 깨알 같은 웃음을 지어내며 감초 역할을 한다.  


드라마퀸 평가:  

<웹툰 닭강정>보다 더 앞서나간 병맛으로 제작된 <드라마 닭강정>이다. 무수한 소재들이 짬뽕처럼 어우러져 있지만, 눈에 보이는 시각적 효과로 인해 간단 심플해 보인다. 이병헌 감독의 말장난으로 구성된 그만의 코미디 매력도 있다. 여러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만약 새로운 4차원적인 장르를 원한다면 시청을 권한다.  


별점: 3.5   


* 사진 사용에 문제가 될 경우 삭제하겠습니다.

*리뷰글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과 생각이 들어가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