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재 업고 튀어>, 찬조출연 <너의 시간 속으로>
* 아직 시청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줄거리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출/감독: 윤종호, 김태엽
극본: 이시은
스트리밍 플랫폼 : 티빙, 비키
웹소설 원작: 김빵 <내일의 으뜸>
출연: 변우석, 김혜윤, 송건희, 이승협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2024 현재)
장르 : 타임슬립, 로맨틱 코미디, 판타지, 청춘드라마
연출/감독: 김진원
극본: 최효비
스트리밍 플랫폼 : 넷플릭스
원작: 대만 드라마 <상견니>
장르: 로맨스, 미스터리, 타임루프
출연: 안효섭, 전여빈, 강훈 등
총평부터 하자면 <선재 업고 튀어>는 감독이 작정을 했는지 여성 시청자와 순정만화 단골 요소들을 모두 가져다 놨다. 이성적으로 감독의 의도를 알면서도 결국 작품을 보다가 휘리릭 마음이 넘어가, 설레고 아프다.
40년 인생 드라마퀸이 아니고 십 대 소녀였다면 목놓아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해피엔딩이다.
드라마 시청을 마치고 나면,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흔들고 후려치다가 제자리 데려다 놓은 기분이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꺅꺅 거리며 롤러코스터를 두어 바퀴 돌고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은 채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랄까.
음악을 제작할 때 사람들의 귀를 잡아끄는 리듬과 템포가 있다. 그래서 그런 음을 알고 잘 사용했던 몇몇 작곡가들은 90년대에 대성했다.
이 드라마 감독들도 여성들이 좋아하는 요소와 소재들을 종합선물세트 마냥 한번에 쏟아 넣었다. 즉, 로맨스물의 대표 소재들은 모두 출동하였다.
벚꽃, 반딧불, 바닷가, 잠수씬, 비와 우산, 취중진담, 10대부터 30대까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공감할 만한 추억요소들(가령 MT와 썸) 등등.
로맨틱 드라마, 순정만화 포함 모든 로맨틱 장르에서 여성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소재들이 총출동해 '저 감독들은 T들이거나, 혹은 드라마 대박에 목숨을 걸었나?'라 생각하며 피식 웃음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이 맥시멀리즘 한 환경 속에서 심장을 툭 건드리는 면이 있다.
<선재 업고 튀어>는 김빵작가가 연재했던 웹소설 '내일의 으뜸'이 원본이다.
30대의 주인공이 고등시절 첫사랑을 찾아가고, 30대 그녀가 십대인 그녀 몸에 들어가 실제와 다른 매력을 뿜으며 남주의 시선을 잡는다는 맥락에서는 <너의 시간 속으로>와 비슷한 구조를 이룬다.
<선재 업고 튀어>의 중요한 포인트는 시점의 반전에 있다.
앞서 무심코 봤던 내용이, 극이 전개됨에 따라 상당히 가슴시린 반전의 시점이 드러나면서 시청자의 마음을 울린다.
<선재 업고 튀어>는 더 나아가, 각 다른 과거 시간대로 몇 번의 방문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30대, 20대, 10대를 넘나들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배우들은 다른 매력들을 뽐낼 수 있는 무대가 되었다.
남주는 여주를 살리다 죽고, 여주는 남주를 보호하기 위에 최선을 다하는 애틋한 모습을 두 주인공 배우가 잘 표현한 덕인지 마음이 아련이 아팠다.
평범해 보이는 듯 이쁜 여주인공의 로맨스물.
드라마를 보는 여성 시청자들이 본인을 대입시켜 생각할 수 있도록 평범한 듯 귀엽고 이쁜, 여주의 기본 성격인 청순, 발랄, 귀여움, 착함, 긴 생머리등의 고유한 캐릭터가 출현했다.
반면 남주인공은 요즘 대세에 맞게 아이돌로 시작하여, 여주보다 머리하나가 훌쩍 더 큰 약 190센티의 큰 키에 운동을 잘하고, 멋진 몸매에, 흐트러진 앞머리,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남인데 결국 여주(나)만 보는 순정파. 여기에 노래까지 잘한다. 현대판 왕자가 아닐까 싶다. 거기에 댕댕이 같은 면이 있어 모성애도 자극한다.
남주와 여주 주변의 이클립스 멤버들은 <꽃보다 남자>의 F4처럼 다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로 맞춤된 친구들이다.
물론 주인공들에게 위협을 주는 빌런도 등장한다. 일단 드라마 전개상 위기가 필요한건 알지만 상당히 짜증났다..
풋풋했던 첫사랑, 짜릿한 썸과 행복한 연애.
청춘물은 사실 좋아하면서도 시간낭비 같아지는 나이가 되어 간다. 그래도 유명한 청춘물은 가끔 본다. 내 굳은 심장을 마사지라도 해 보고 싶은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지루해서 도저히 볼 수가 없다.
요즘 10,20대에게는 어린 시절 나처럼 새로운 로맨스 스토리겠지만, 30-40년 드라마를 봐 온 중년에게는 모두가 클리셰 연속이다.
저쯤에서 기억 돌아오겠지, 저쯤에서 키스한다, 저쯤에서 위기 발생, 저 친구가 돕겠군, 저 사람이 이 드라마의 빌런 역이군. 가끔은 대사까지 맞춘다. 끄응.
어지간하면 드라마퀸이 심쿵하는 순간이나, 그 눈에서 눈물을 뽑아내는 드라마나 영화를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어쩌면 아줌마가 강해 보이거나 눈물도 없는 무덤덤한 존재로 보이는 걸까.
이렇듯 몇 십 년 드라마를 봐 온 중년 드라마퀸에게는 뻔한 캐릭터와 소재들, 클리셰의 연속인데도 불구, 나도 모르게 가슴이 콩당콩당 거렸다.
나의 마음을 잠시나마 찌릿하게 만든 건 변우석이란 배우와 김혜원 배우의 노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정말 사귀는 듯한 그들의 눈빛과 케미가 아마도 첫사랑에 대한 아련했던 기억을 툭 쳤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비슷한 드라마가 작년에도 있었다.
앞서 잠시 언급했었던 <너의 시간 속으로>. 원작은 한국이 아닌 대만에서 인기 있었던 작품으로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아마 11살 내 딸이 이 두 드라마를 봤다면 펑펑 울었을게 뻔하다. 첫사랑 경험도 없는 아이가 우는 이유는 감수성이 풍부해서다. 내가 경험하지 않아도 그 속에 들어가 캐릭터의 상태와 마음에 공감을 하고 함께 안타까워한다. 나 또한 그랬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딸은 <히어로는 아니지만>을 보고 울었단다. 이 가슴에 굳은살 베긴 중년이자 이성적인 T 엄마는 되묻는다. '어느 부분에서? 왜 울었어? 올~ 괜찮아? 에이 드라마야~ '
이 정도로 감정이 메말라가는 단계에서 <선재 업고 튀어>나 <너의 시간 속으로>의 이야기는 가뭄난 땅처럼 쩍쩍 갈라져 있는 내 감정의 표면에 미스트를 뿌려주었다.
실제로 내 첫사랑은 그게 사랑인지 몰랐다. 풋사랑이자 첫사랑.
드라마를 보며 그때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공감'..
공감할 부분이 있었기에 감정이 바위만큼 단단해진 아줌마 드라마퀸의 마음을 움직였나 보다.
요즘 MZ 세대는 냉철하고 삶에 대해 진지해 보이고, 정서적으로 우리 세대에 비해 차가운 이미지다. 그런 와중에도 저런 로맨틱 스토리가 인기 있다는 것은, 어쩌면 이 세상 누구나가 사랑이란 감정에 혼돈하고 힘들어하는 시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한 번쯤은 그 당시로 돌아가고픈 상상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는 드라마에서 과거로 돌아간 장면을 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어설픈 연애감정이 싹트는 시기.
호르몬이 아이들을 지배하는 사춘기 시기에 만나는 첫 감정.
그 감정이 잘 발전되어 결혼으로 골인한 커플보다, 첫사랑을 모르고 떠나보낸 후에야 깨닫는 이들이 주변에 더 많았다.
결국, 이들 스토리는 세상 누구나가 가지고 있을 만한 첫 감정을 다룸으로써 공감력을 끌어내는 게 아닌가 싶다.
특별한 성향이 있지 않는 한, 대부분의 남자들은 로맨틱 이야기를 읽거나 보지 않는다.
순정만화, 로맨틱 소설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첫사랑을 평생 가슴에 지니고 있다고 한다. (나의 친오빠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첫사랑을 가슴속에 담고 있는 남성분들이 그 드라마를 본다면, 어쩌면 내 딸보다 더 펑펑 울 수도 있다. 물론 훤칠하고 잘생긴 남주를 보며 재수 없어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여성분들은 보세요~ 하트 뿅뿅
별점 : 두 작품 모두 다섯개 (좀 후하죠? ^^ )
PS: 이글을 쓰다가 제 첫사랑 이야기를 줄줄 써내려갔었네요. 추억 소환시키는 드라마군요. (물론 제 이야기는 지웠습니다. ㅋ)
* 사진 사용에 문제가 될 경우 삭제하겠습니다.
*리뷰글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과 생각이 들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