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1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 그 시절 한 가정집에서 친구들과 그룹과외를 수강한 적이 있다. 그때의 과외선생님이 월드시리즈를 보았냐며, 자기는 야구에 관심이 없는데 우연히 티비로 2001 월드시리즈를 보게되었고, 야구가 이렇게 드라마틱하고 재미있는건지 처음 알았다며 흥분하신 모습이 기억난다. 난 김병현이 애리조나에서 뛰고 있는 건 알았는데 그 때는 경기를 보진 못했다.
그러다가 김병현에 관심이 생겨 2001월드시리즈 하이라이트를 보게 되었고, 정말 영화같은 경기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흥구단과 100년전통의 명문구단과의 결승전.. 거기에는 있는 한국에서 온 20대 초반의 패기있는 마무리투수 김병현이 있었다.
2승 1패로 유리한 상황에서 월드시리즈 4차전에 첫 등판을 한 김병현.
삼진 퍼레이드를 하며 첫 세이브와 함께 승리를 이끄나 했는데.. 9회말 2아웃 2점차 상황에서 2점 홈런을 맞게 된다. 그것도 당시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던 타자에게.. 결국 그 날 경기는 패배.
5차전에서 다시 등판한 김병현. 또다시 9회말 2아웃 2점차 리드상황... 하지만 이번에도 정말 극적으로 2점홈런을 맞게된다.
이틀 연속 9회말 2아웃에 2점 앞서있던 상황에서, 당시 정상급 기량을 뽐내던 마무리투수가 이틀 연속이나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것도 월드시리즈에서..
김병현 때문에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하지만 7차전 접전 끝에 2001 월드시리즈는 애리조나의 우승으로 돌아갔다.
정말 그 때의 압박감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다 된 밥에 자신으로 인해 재가 되고 그것두 두번이나.. 우승을 했기에 다행이지 못했으면 누가봐도 김병현의 실수가 가장 큰 경기들이었다. 하지만!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결과는 애리조나의 우승이고, 약간 합리화 보태자면, 김병현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명승부의 월드시리즈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9회말 2아웃에서 경기가 뒤집힌 것이 두 번 이상이나 되는 것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김병현!
지옥과 천국을 순식간에 오가는 것, 그리고 지옥을 맛보더라도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김병현의 월드시리즈를 보면 알 수 있다.
2.
김병현을 보면 늘 꼬리처럼 따라다니는 말.
'선발 고집만 안 내세우면 메이져리그에서 최고의 마무리가 되었을 텐데..'
내가봐도 만약 보스턴으로 이적하고 나서도 선발 안하고 마무리로 꾸준히 했다면 정말 메이져리그에 한 획을 그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는 모두의 우려와 걱정을 스킵하고 자신의 길을 주장하게 된다. 선발투수.
나는 야구를 잘 모르지만, 내가 볼 때 선발투수가 마무리투수보다 멋있고 우세한 보직은 아니라고 본다. 투수든 타자든 선발이든 마무리든 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팀 스포츠에서 잘 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치만 김병현이 선발을 고집했다고 해서 그가 마무리의 중요성과 의의를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그는 선발을 고집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다. 여기서 배우는 것은, 비록 결과는 좋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주장을 끝내 이어갔다는 부분이다.
모든 야구전문가, 관중, 선수들이 마무리를 원했지만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도전하고 실패를 맛본 김병현. 그의 고집을 난 존중한다. 누가 그에게 미련한 선택을 했다고 돌을 던지는 것인가? 그 돌을 던지는 사람은 김병현처럼 자기의 소신을 묵묵히 이어간 적이 얼마나 많길래? 그가 선발을 하든 마무리를 하든 타자를 하든 포수를 하든 선택은 야구선수로서 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