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참 잘 키우셨어요.
* Part 1_언제 이렇게 간 거지...
나이를 의식하며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느껴진다. 세월이 갈수록 빠르다는 느낌에 나이가 절로 체감된다.
어느덧 마흔의 중반.
올해는 유독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졌다.
분명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많이 노력한 것 같은데, 그래서 지금 내게 남아있는 게 뭘까.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을 붙들며 잠든 밤들도 많았다.
그래도 돌아보니 정말 성실히 살았네.
주어진 삶을 대충 넘기지 않았고, 내 삶의 주인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매일 애썼고, 아주 작은 즐거움과 행복을 발견하고, 그것들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았다.
많은 걸 경험했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했고,
때로는 혹은 자주 반성하며 여기까지 왔네.
2025년의 나... 참 수고했다.
1. 치앙마이 한 달 살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아 있는 건, 결국 치앙마이에서의 삶이다.
좋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좋았고, 아쉬울 거라 짐작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아쉬웠던 시간들.
잠시 머문 곳이었지만, 그곳에서의 나는 분명 ‘살고’ 있었다.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알아보고, 직접 선택하고 실행해 가는 과정이 꽤나 즐거웠고,
낯선 공간에서 루틴과 함께 새로운 리듬으로 하루를 채워가는 일이 이렇게 다시 생기를 줄 수 있다는 걸 오랜만에 느꼈다.
또한 낯선 사람들과의 스몰토크가 주는 매력이 있었다.
어디에 있든 결국 사람이라는, 인생의 진리를 또 한 번 체감한 치앙마이에서의 여름... 행복했다.
사진을 보면 그때의 내가 어땠지만 표정이 알려준다...
고마웠어, 치앙마이.
2. 일 관련
영어 토론, 영어 통역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나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에게도 뭐든 시작해 보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뿌듯했다. 내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렇지 않은 경험들이 무수히 쌓여야 한다. 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있다.
3. 영어 교재 & 원고 집필 준비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가 출간이었는데 아쉽게도 여전히 ing 중이다. 영어 교재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책 쓰기 수업을 듣고 나서 원고가 흐지부지 되고 있는 듯하여 매우 안타깝다. 일단 무조건 쓰는 것이 길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데 그게 참 어려웠다.
4.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중
역시나 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소중한 관계 속에서 충만함을 느낀다. 내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 정말 감사한 삶이다.
그럼에도 내 마음 같지 않게 흘러가는 인연들로 마음이 아팠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내 감정이 가는 대로, 내 마음이 흐르는 대로 일단 두었다. 시간은 결국 해결해 줄 테니까.
5.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엄마
감사하게도, 우리 아이들은 다정하고 예의 바르고 순하다. 지금까지 만난 학교 선생님들, 학원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들을 스쳐 간 여러 어른들까지 한결같이 같은 말을 해주신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안도와 함께 조용한 책임감이 따라온다.
아이들이 가진 이 귀한 성향들이 잘 성장해 나갈 수 있게 엄마로서 해줘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꿈 앞에서 앞서 나가거나 대신 결정하지 않으려 한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면 함께 알아보고, 망설이면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고 싶다.(잘 안 되지만...)
세상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길보다 아이들 각자가 마음으로 선택한 방향을 도전하고 끝까지 걸어볼 수 있기를 바란다.(이것도 잘 안 되지만 노력 중이다.)
엄마의 역할은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응원해 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일이라는 걸,
아이들을 키우며 점점 더 배워가고 있다.
완벽한 엄마는 아니지만 아이들의 편이 되어주는 엄마,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는 내 편일 거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으로 아이들 곁에 있고 싶다.
6. 나를 사랑하는 삶
관리 중의 관리는 기분 관리다.
어른은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면 본인 기분을 잘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나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전에는 푹 자고 일어나면 그냥 기분이 참, 아주 많이 좋았다. 나이가 들고 책임이 하나둘씩 늘어나며 좋은 기분은 그냥 얻어지게 아님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단 운동을 했다. 진짜 너무 가기 싫어도 갔다. 땀 흘린 후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치면 두 배는 더 개운했고 세 배는 더 뿌듯했고, 다섯 배 넘게 밥이 맛있어졌다. 365일 중 300일 이상 운동을 했고 이제는 밥을 먹듯 당연해졌다. 드라마틱하게 건강해진 것 모르겠지만, 일단 체력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는다. 근성도 독립심도 용기도 생긴 것 같다.
* Part 2_아카이브 in 12월
(1)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
- 너무 잘~~ 먹은 한 달: 약속과 모임이 정말 많았다. 2025년의 마지막 달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고 있는 요즘이라 더욱 그렇기도 했다.
- 가족 여행: 엄마, 아빠와 강릉으로 짧게 여행을 다녀왔다. 이렇게라도 시간을 내서 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엄마, 아빠와 추억 하나 더 쌓은 것 같아 행복하다. 살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또한 잘 해결될 것이다.
(2) 12월의 고마운 마음들
(3) 이 달의 책
- 작은 빛을 따라서
- 모순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빛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원 페이지 인문학
- 달리기의 기쁨
- 식탐 해방
* Part 3_"어머니, 참 잘 키우셨어요."
서현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왜인지 눈물이 흘렀다.
아마도, 그 말이 너무 오랜만에 나에게 건네진 위로였기 때문일 것이다.
선생님도 내가 울고 있다는 걸 눈치 채신 것 같았다.
"아이에게 적절한 관심과 사랑을 주면서,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부모님, 흔치 않아요. 그래서 서현이가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 거예요."
아이들한테 참 미안한 요즘이었는데, 충분하지 못한 엄마인 것 같았고, 늘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말 한마디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잘하고 싶은 나의 마음과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봐 주는 말이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린다
나는 여러 번 경험해 왔다.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되고,
그래서 더 다정해지고 싶어진다.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2025년을 나처럼 애쓰며 하루를 견뎌온 누군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참 잘 버텼고,
많이 애썼고,
정말 고생했어요.
지금의 당신은
당신으로서 충분해요. 진심으로 충분해요. (물론 쉽지 않겠지만 진짜 그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