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랑 좀 해도 될까요?

I'm over the moon

by 아름다움

생일이 다가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들떴던 시절이 있었다. 당연히 축하와 선물을 잔뜩 받아서 좋았고,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하는 왁자지껄하고 소란스러운 분위기의 축하 파티도 좋았다. 이따금 누군가 “나이 들면 생일 챙기는 것도 귀찮아져”라는 말을 들을 때면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음… 나이 들어도 나는 아닐 것 같은데..?' 설렘이 무뎌진다는 말에는 도무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어느새 마흔 중반이 되었다.

올해는 생일이 다가와도 예전만큼 마음이 설레지가 않았다. 특별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랬다. 언니들이 말하던 ‘그 기분’이 이런 거였구나,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내 생일 아침.

오전 9시에 책모임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독서모임이라 웬만하면 빠지지 않으려고 하는데, 거기에다 이번 달 선정 도서는 너무나도 좋았던 『모순』이라 꼭 가고 싶었다. 책친구들과 한참 열띤 토론 중, 둘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아아—”
“응, 아가.”
“언제 와?”
“지금 책 모임 중이야. 곧 갈게.”
“나 체리 먹었는데 몇 개가 썼어.”
“상한 거야? 쓴 건 뱉었지?”
“아니, 그냥 먹었어.”
“왜?”
“모르겠어. 살짝 배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쓴 건 먹지 마. 엄마 곧 갈게.”


마침 토론도 거의 끝나가서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고 있는 와중에도 배가 고픈 거 같다며 언제 오냐는 전화가 왔다. 걱정되는 마음에 바삐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뭔가 이상했다. 신발장이 눈에 띄게 정리돼 있었다.

중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신나는 팝송이 흘러나온다. 거실 바닥에는 하트 모양 조명이 깔려 있었고, 서현이와 수현이는 책상 아래에 엎드린 채 분주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뭐지...?

아이들의 써. 프. 라. 이. 즈...!!


왜 이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
서현이는 늦은 밤까지 들키지 않으려고 숨죽여 만들었을 초콜릿 케이크를 들고 나왔고, 수현이는 어디서 구했는지 돈다발(?)을 마구 쏘기 시작했다. 이어서 생일 축하 노래를, 음원도 없이 생목으로 열창했다.


와...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한 거야.

수현이는 천 원짜리 30장을 모아 무려 삼만 원을 선물로 주었다. 서현이의 케이크는 시트부터 정성 가득이었고, 스니커즈가 통째로 들어간 진하고 달콤한, 파는 것처럼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였다. 최근에 먹어 본 케이크 중 가장 맛있었다.


아이들이 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서로 일정을 맞추고, 동선을 확인하며 준비했을 시간을 떠올리니 감동이었다. 마음이 괜히 먹먹해진다. 더 바랄 게 없는 상태가 있다면, 아마 이런 순간일 것이다.

너무 고맙고, 기특하고, 감사한 하루.
자식 자랑은 돈 내고 해야 한다지만 오늘은 생일이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이 벅찬 마음을 기록해두고 싶다.




서현이, 수현이 정말 고맙고 사랑해.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줘서,
다시 한번 고마워.





그래서...!

생일이 더 이상 예전만큼 설레지 않는다는 말은 다시 취소해야겠다.

올 생일은 최고로 행복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어 표현 중 하나인 over the moon & sheer bliss.

사랑스럽고 기특하고 선한 아이들 덕분에 더없이 행복한 생일이다.





Looking at my girls' smile is sheer bl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