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삶은 계속되기에, 3월

by 아름다움

3월은 늘 분주하다. 몸도 마음도.

이번 3월은 서현이의 중학교 입학이라는 변화가 있어 더 그랬다.

공개수업과 학부모 총회, 모임을 비롯한 많은 만남들이 있었고, 대화들이 오갔다. 무수히 드나드는 생각, 다가오는 말들이 있었다. 어떤 것들은 흘러갔고 어떤 것들은 머물렀다. 떠나지 않고 가슴이 남아 있는 생각과 말들을 들여다보았다.



Part 1_혼란

혼자만의 시간은 더욱 간절해졌고, 그만큼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도 소중해졌다. 혼자 있는 시간과 함께하는 시간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다.


다망한 중에도 운동은 했다.

이 정도면 뭔가 달라졌겠지, 내심 기대를 했었다. 건강검진 결과는 놀라울 만큼 변한 게 없었다. 운동하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들. 드라마틱한 변화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이건 좀 실망스러웠다. 문득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지 싶었다. 운동을 했으니 그나마 이 정도였을까.


책도 골라 읽었다.

좋은 책을 발견하는 건 언제나 기쁨이었다. 필요할 때마다 딱 그만큼의 위로와 혜안을 주는 건 책이었으니까. 그런데 요즘은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으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자꾸 파고든다. 독서 그 자체를 충분히 즐기고 있다 생각했는데, 책을 통해 내 삶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게 된다. 현재에 감사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책이 채워주기를 바란다.


글쓰기야말로 할 말이 많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과 감정의 조각들이 내 안에 흩어져 있다. 이것들이 목까지 차오르는 느낌이 들 때면 쓰고 싶어진다. 그리고 쓰기 위해서는 다시 그것들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럴수록 마음은 오히려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졌다. 나만의 언어를 고르고, 적절하게 조합하고 정돈하여 문장으로 엮어내는 일. 그건 가장 중요하면서도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 작업이니까.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니까. 그래서 써 내려가지만 자꾸 흐트러진다.

당장 쓰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왜 나는 이토록 쓰고 싶은 걸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내 안에 가득한 이야기를 모으고 걸러내어 어떠한 완성의 모양으로 이뤄내고 싶어서.






Part 2_아카이브 in 3월

1. 서현이의 중학교 입학: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유독 힘들어했던 서현이였는데 부회장에 당선되었다. 당선 됐다는 이야기를 전하던 날의 아이의 표정이 또렷이 기억난다. 스스로의 두려움을 마주하고 한 걸음 내디딘 아이의 모습, 기특하고 대견했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아이를 향한 믿음이 아이를 그 방향으로 자라게 한다는 말, 정말인 것 같다.

담임 선생님도 좋으시고 새로운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


2. 너그러워지기: 스스로에게, 아이들에게 더욱 다정하고 너그러워지는 연습 중이다. 잘 안 되는 날에는 잠을 더 자거나 쉬었다. 무얼 해야겠다거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이 과도해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3. 만남과 대화: 소중한 사람들,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 오가며 나누는 인사들을 통해 많은 걸 느끼고 배운다. 명랑하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어른으로 살기 위해 좋은 단어, 좋은 기운,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으려 한다. 나이 들수록 내 옆에 누가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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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월의 맛: 몇 년 만에 먹은 라면, 순두부까지 넣어 칼칼하니 맛있었다. 국물은 거의 안 먹는데 유독 국물이 당기는 날이었다. 곱도리탕과 게살 파스타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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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0년 만에: 전 직장 후배 결혼식에서 전무님을 뵈었다. 팀워크 좋다고 자축했던 Casualty Team, 10년 만에 완전체(?)로 모였다. 이사님이랑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좋았다. 매우 밝고 긍정적이었던 내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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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고마운 마음들

- 집 앞 카페 사장님의 가벼운 안부

- 헬스장, 사우나, 길에서 인사를 하고 나누는 스몰토크

- 드디어 봄날이라며 마실 가자는 연락들

- 고사리 보다 더 앙증맞고 귀여운 손으로 어깨 주물러주는 둘째의 따뜻한 마음

- 하교하고 두런두런 학교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들려주는 첫째의 애정 표현

- 대화 나누니 마음이 조금은 정리된 것 같다며 매번 고맙다는 카톡


적다 보니, 혼란스럽고 조금은 힘들었던 3월도 작은 기쁨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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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면 평온하고 현명하게 문제들을 해결하고 어떤 일에도 의연하게 대응하는 삶을 사는 줄 알았지.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만 또 내심 기대를 했었다.

마흔 중반이 되면 더 안정적이고 평온하고 아름다운 어른의 일상을 살고 있을 거라고.

혼란과 공허함, 풍요 속의 빈곤감을 온몸으로 맞으며 마흔 중반에도 여전히 삶은 흔들린다는 걸 깨닫는다. 이걸 알고도 또 기대를 하겠지만, 오십에는 꽤 괜찮은 모습일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낙관적인 게 좋으니까.

그래야 오늘을 살아낼 힘을 얻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