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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ND DEVELOPMENT Sep 25. 2021

ODA ⊂ 국제개발

국내 국제개발계에서의 사민사회조직(CSO)

지난 9월 9일, KOICA와 외교부의 주관으로 제14회 서울ODA 국제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지식공유를 통한 보다 나은 회복: 복원력있고 환경 친화적이며 포용적인 개발'이라는 주제로 '보건 체계의 복원력 강화', '기후 변화와 녹색 회복', '포용적인 디지털 전환' 3개의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주제로 진행된 회의였기 때문에 잠시 참석해 보기도 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쉬운 감정이 마음 한켠에 찾아왔습니다. 회의 내용이나 연사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 아니였습니다. 단순히, 이 국제회의의 'ODA'라는 타이틀 때문이었습니다. KOICA이사장님, 외교부 2차관님, WHO사무총장님, UNICEF총재님 등을 비롯해 대학기관, UN 등 국제기구, 각국 정부부처에서 여러 훌륭하신 분들께서 참석하셨고 회의의 주제 역시 국제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이슈들을 다루는 국제적 규모의 회의였으나, 회의의 타이틀은 'ODA'라고 명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란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를 의미하며, 개발도상국 정부 및 지역, 또는 국제기구에 제공되는 자금이나 기술협력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ODA의 정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가 1961년 출범한 이후 통일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ODA KOREA)


위의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ODA는 OECD DAC에서 사용되는 용어이고, 국제개발 분야 중에서도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주체가 되는 원조입니다. 즉, 어느 국가의 정부가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활동들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주목해 볼 점은 정부와 공공기관은 국제개발의 주체 중 일부라는 점입니다. 국제개발을 위한 기금의 원천을 보더라도, 정부의 예산을 통해 지원이 되는 ODA 이 외에도 시만사회조직(CSO)/비정부기구(NGO)나 기업 등을 통해 조성되는 기금들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니, '서울 ODA 국제회의'는 타이틀에서부터 다른 국제개발의 주체들 (특히 기금을 조성하는)을 배제한 회의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국제개발NGO에 몸을 담고 있는 입장이기에 이러한 부분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수년 간 일을 하며 느껴왔던 정부가 주도하는 국내 국제개발계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의 여러 국제개발 주체 중, 정부와 공공기관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무총리 소속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제3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1-2025)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540백만불(약 3조) 규모의 ODA 예산을 지출하였습니다. GNI대비 ODA비율은 0.15%로 DAC회원국 평균 0.3%의 절반에 그치고 DAC회원국들의 목표치인 0.7%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이지만, 3조원이라는 규모는 국내 국제개발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기금 원천인 것은 분명합니다. 기금 규모 뿐만 아니라 KOICA를 비롯한 여러 공공기관에서 ODA사업의 내실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며, 국내 국제개발계에 매우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국제개발 주체들은 어떨까요. 앞서 여러 배경 설명을 드린 이유는 정부의 ODA사업 외에도 다양한 국제개발사업들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그 규모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함이었습니다. 특히 본 글에서는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조직(CSO)에 대해, 정부 ODA와의 쉬운 비교를 위해 그 예산규모를 비교해 보려 합니다.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에서 140개 국내 국제개발CSO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9 CSO 국제개발협력 편람에 따르면, 140개 CSO의 총 예산 규모는 약 1.7조원입니다. 이 중 정부재원은 약 14%에 불과했고, 55% 이상인 약 9,559억원은 개인 및 단체 기부자들을 통해 모금된 기금입니다. 지출을 기준으로 살펴 보면 전체 지출은 약 1.6조원이였고, 이중 39%인 6,554억원은 해외사업에, 36%인 5,900억원은 국내복지사업에 지출되었습니다.

출처: 2019 한국 국제개발협력 CSO 편람 (KCOC)


즉, 140개 CSO들의 전체 예산 규모(1.7조)는 정부 ODA예산(3조)의 절반 가량되는 규모입니다. 정부 ODA예산이 KOICA 뿐만 아니라 42개에 달하는 각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모든 ODA예산을 합친 총액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CSO의 예산 규모도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한국의 대외 무상협력 사업을 담당하는 KOICA의 경우 2019년 기준 총 수입/지출 규모는 약 8,500억원이였습니다. 이 중 7,559억원이 ODA 사업비로 지출되었습니다 (https://stat.koica.go.kr/i). 이 자료를 토대로 KOICA와 CSO가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지출하는 사업비를 비교해 보면, CSO는 KOICA 대비 86%의 규모로 국제개발사업을 진행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국내 국제개발계에서의 체감할 수 있는 영향력을 보았을 때, 특히, 국제개발CSO들의 것이 KOCA의 영향력에 비해 비교적 미미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규모 비교는 다소 의외라고 느끼시는 분들이 꽤 계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예산규모로 비교해 보더라도, 국내의 국제개발CSO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꽤나 큰 규모로 국제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CSO들이 아동결연 등 자선 성격의 사업만 진행하는 곳들이 아닙니다. CSO편람에 따르면, 교육/보건/식수위생/인프라/농업/환경 등 다양한 섹터에서의 프로젝트들을 다수 진행하고 있습니다.


출처: 2019 한국 국제개발협력 CSO 편람 (KCOC)



이처럼, 국제개발 분야는 정부의 ODA사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에 못지 않은 규모로 다양한 CSO가 세계 곳곳에서 국제개발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의 국제개발 분야에서는 ODA만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제3차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에서도 주요 전략 중 하나로 시민사회, 대학기관, 기업 등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만, 정부 ODA 중심의 국제개발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는 것은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국내 국제개발계에서 CSO의 영향력은 미미하고 유독 ODA가 강조되는 분위기가 조성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분위기를 CSO들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수천억 규모의 기금을 모금하고 집행하고 있지만 국제개발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수행기관으로서의 이미지보다는 가난하고 아픈 아이들을 돕는 자선단체의 이미지가 강한 지금으로써는, 국제개발계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CSO가 국내 국제개발 생태계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선 CSO를 향한 정부와 대중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고, 이에 앞서 이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CSO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 중 하나로, CSO는 본인들이 진행하고 있는 전문적인 프로젝트들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알릴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프로젝트의 효과성/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연구/분석하는 활동들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들의 프로젝트 실행 경험과 연구의 결과물들을 토대로 정부 및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어드보커시 활동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메이저 기관들이라 불리우는 NGO들의 연예산이 2,000억원을 넘어선 지금, 이러한 활동들을 못하거나 혹은 소극적으로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기금의 덩치나 다양화된 사업의 범위와 내용에 비해서 전략기획, 연구분석, 어드보커시 활동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책무성을 위해서라도 보다 깊이있는 연구/분석 활동, 그리고 어드보커시와 홍보 활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M&E라는 용어 대신 MEAL(Monitoring, Evaluation, Accountability and Learning)이라는 용어가 더 널리 쓰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M&E와 함께 accountability와 learning 역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ODA 역시도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규모적 차원에서 더욱 많은 예산이 ODA로 배정되어야 하며, ODA사업의 전문화/고도화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CSO와의 균형잡힌 국제개발 생태계 구축도 필요합니다. 같은 국제개발 사업이지만 기금 원천과 수행 주체에 따라서 그 성격이 많이 다르고, 또 그 장단점이 뚜렷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CSO의 사업보다는 정부의 ODA기금사업이 필요한 곳이 있을 수 있고, CSO의 자체 사업들이 ODA사업보다 효과적으로 대상국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습니다.


각 섹터별 개발프로젝트의 전략 방향 및 방법들을 기획/실행하고, 프로젝트의 결과를 분석/연구하여 이를 다른 국제개발 주체들과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여는 것. 머지않아 국내 국제개발CSO들이 이러한 역할을 감당하고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정부, 기업 등 다양한 국제개발 주체들과의 하모니를 만들어 가며, 보다 건강하고 균형있는 국내의 국제개발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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