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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리학자 J May 17. 2017

꿈꾸기 위한 38만 4400 km

'이곳 너머'와 그곳을 향하는 여행에 대한 연재를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저는 포스트닥터 연구교수 2년 차의 젊은 물리학자입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보통 공적인 자리에서 저를 소개하는 인사말이 됩니다. 이곳은 브런치니까 공적인 인사말 대신, 조금 더 사적인 자기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낮에는 물리를 연구하고 밤에는 예술을 즐기는 30살 젊은이입니다. 흔히 생각하기를, 모든 분야를 이과와 문과로 둘로 나누고, 그중에서도 순수과학은 이과의 한 쪽 끝에 위치하고, 예술은 문과의 다른 쪽 끝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과학과 예술은 어떤 분야보다도 멀리 떨어져 있는 두 분야처럼 생각이 되는 것이죠. 제가 예술을 좋아한다고 하면 의외라는 반응을 듣는 일이 잦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학과 예술은 모두 ‘지금 여기’가 아닌 ‘이곳 너머’를 그리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이곳 너머’를 그리는 일은 곧, 꿈꾸는 일과 같습니다. 제가 아마 과학과 예술 모두에 끌리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제가 꿈꾸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꿈꾸는 일이 사치가 된 오늘날, '이곳 너머'를 그리는 일은 무척이나 소중한 일입니다. 그것은 예술일 수도, 과학일 수도, 사랑일 수도, 정치일 수도, 종교일 수도 있습니다. 꿈꾸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이곳 너머'를 꿈꾸는 방법이 어떤 것이라도, 그것은 우리의 삶을 더 깊게 만들어 '지금 여기'를 더 좋은 모습으로 바꾸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거창한 이유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곳 너머'를 그리는 일은 즐거운 일이기에 끌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브런치라는 미디어를 통해, '이곳 너머'와 그곳을 향하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행은 즐거울 때도 있고,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이곳 너머'에 매료되어 그것 이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순간에 여행은 즐거울 것이고, '지금 여기'에 매몰되어 꿈을 꾸기에 어려워지는 순간에 여행은 괴로울 것입니다. 저는 그 즐거움과 괴로움 모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기 한 가지 좋은 비유가 있습니다.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아시나요? 그 거리는 평균적으로 38만 4400 km라고 합니다. 굉장히 먼 거리지요. 영국 작가 서머싯 몸은 소설 <달과 6펜스>에서 달을 예술에, 땅에 떨어진 6펜스를 세속적 삶에 비유했습니다. 그의 비유를 빌리자면,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인 38만 4400 km는 우리가 꿈꾸기 위해 걸어야만 하는 거리일 것입니다. 때로 38만 4400 km라는 거리가 불가능에 가깝도록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그리고 과학은 그 거리를 한 걸음에 건너뛸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말은 거창하게 꺼냈지만, 궁극적으로 제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예술을 좋아하는 과학자가 왜 예술에 매료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문학, 미술, 영화를 중심으로 예술 전반에 대해 사적인 이야기들을 편하게 털어놓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비전문가 수준에서 흥미로울 수 있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누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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