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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nd SEPlay Jan 08. 2018

aRound H vol.1 - Concept?

Concept이란 당신에게 무슨 의미?

Concept? 콘셉트? 그래 요즘같이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디자이너들은 모두 크리에이티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에 "콘셉트" 그 자체는 디자인하는데 심장과 같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얘기...

그럼 도대체 콘셉트는 당신에게 무슨 의미일까요?


며칠 전 팀 내에 디자이너를 채용하려고 한 친구를 인터뷰하다가 문득 질문을 했습니다. 그들에게 콘셉트는 주변 콘텍스트에서 가져올 수 있는 시각적 요소(visual element)를 말하는 것이더군요. 아마도 저는 이미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정답으로 규정지어 놓고 있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저의 다음 질문은 "그럼, 이 콘셉트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뭔가요?" 멈칫하며 살짝 미소를 머금고 그리고서야 "아.... " 하며 동조의 리액션을 저에게 보내더군요. "아... 그래요, 제가 외국에서 디자인 회의할 때 항상 듣던 말이었는데, 왜 그걸 생각을 못했을까요?"  소위 요즘은 스토리 텔링 Story Telling이라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저 조차도 이러한 스토리 텔링과 콘셉트의 연관성에 대해서 그다지 많은 비중을 두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곧 그 스토리 텔링이 제 디자인의 콘셉트 자체임을 얼마 가지 않아 알게 됩니다. 이 스토리 텔링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두되었던 화두입니다. 하지만, 도대체 스토리 텔링과 콘셉트는 무슨 차이란 말일까요? 그리고,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스토리 호텔ㅣ photo by storyhotels.com


불과 7-8년 전까지만 해도 제 디자인에 있어 콘셉트이란 "클래식" "모던" "컨템퍼러리" 이런 정도의 단어들과 이미지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것들은 단지 유행하는 스타일 Style에 불과함을 깨달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키워드 자체가 콘셉트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본연의 단계에서 그 스타일에 대한 문제 외에도 담아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Wadorf Astoria Shanghai - Classicㅣphoto by HBA
Crowne Plaza Chongqing - Modernㅣphoto by HBA
Public Hotel NY - Contemporary ㅣphoto by publichotels.com


가끔은 프로젝트를 위해 클라이언트의 선호도를 보기 위해 디자인 스토리 이전에 스타일을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단지 차후에 시각적으로 보일 결과물에 대한 스타일 이뿐 이를 콘셉트이라고 부르기에는 많은 모순이 있습니다. 소위 잘 나가는 디자인 회사인 우리 팀에도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적 재능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기에 제각각의 다른 재능들이 있겠지요. 주어진 프로젝트의 시작에 앞서 관련 정보 및 리서치, 모아진 정보 및 트렌트 변화에 대한 분석,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매니지먼트, 리서치 된 정보 및 트렌드를 통한 스토리보드의 전개, 시각적 이미지 작업, 실제 공간에 디자인 적용 등 각각의 분야에 다른 재능들을 가지고 디자인 작업을 합니다. 이 모든 분야들이 각각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하겠지만, 이 전체적인 디자인 틀을 만들기 위한 스토리 라인이 없이는 그 전후의 진행이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장 원론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과물을 보기에 급급하며, 그 시각적 결과물에 대한 근원을 무시한 채 소위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한때는 그랬으니까요. 


리서치 & 스토리 메이킹ㅣgoogle image


디자이너들은 왜 이리 스토리 텔링이 있는 콘셉트에 강해야만 할까요? 디자인은 더 이상 보이는 것에 의존하지 않는 듯합니다. 사람들은 공간 속에서 경험하고 오감을 느끼면서 그곳에서 이 기억을 간직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을 한꺼번에 생각하다 보면, 공간을 다녀가는 이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또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스토리 텔링이 거창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이미 우리는 디자인 속에 스토리 텔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말 그대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거니까요. 어려운 듯 쉬운 듯 주변에 있는 디자인 이야기들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2-3년 전 중국의 난창 지역에 새로이 선보인 화룩스(Hualuxe) 브랜드를 스탠더드가 완벽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도 거치면서, 어반 리조트 (Urban Resort)라는 큰 그림을 운영사로부터 받게 됩니다. 중국적인 정서를 담으면서 또한 리조트를 가진 것이 무엇일까를 보다 디자인 팀은 베이징의 이화원(Summer Palace)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화원은 중국 청나라때 황실의 여름 별궁으로 쓰이면서 내부에 여러 의미 있는 공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공 호수의 자연 풍광과 정자, 긴 복도의 누각들, 궁전, 사원 교각들, 정교한 디자인들의 황후의 공간들을 호텔 내에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디자인 하기 시작합니다.

들어서는 대문 앞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리셉션 뒤로, 저 멀리 보이는 수목들의 잔상이 직∙간접적으로 고객들에게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화원을 들어서는 대문 너머로 보이는 수목의 잔상ㅣphoto by HBA


인공 호수를 만들기 위해 땅을 파고 남은 흙으로 자연스레 맞들어진 언덕은 인공 산과도 같고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듯합니다. 수조우 운하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수조우 정원과 운하 주변의 문화는 전일 식당에서 또 다르게 표현됩니다. 불규칙적이며 랜덤 한 형태의 입체형 벽면은 인공 호수로부터 만들어진 산의 형상을, 레스토랑 내의 유선형의 조명 디자인들은 운하를 떠다니면서 생필품을 집집마다 조달했던 배와 두레박을 컨템퍼러리 하게 디자인으로 풀어내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전일 식당 All Day Dining Restaurantㅣ수조우 정원 ㅣphoto by HBA


이러한 스토리를 초기부터 탄탄하게 잡아 나간다면, 사실 디자인 그 자체도 술술 풀릴 수 있기도 합니다. 다만, 아직은 이러한 스토리나 콘셉트에 대한 부분이 강하지 않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이쁘게만 해주세요... 하는 디자인들은 사실 디자이너로써도 디자인의 한계를 많이 느끼게 마련이며, 끝까지 탄탄한 디자인을 할 수 없게 하긴 합니다. 기회 될 때마다 한 두 꼭지씩 이런저런 얘기를 올리긴 할 예정입니다만, 잘 된 디자인은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그대로 전달하지 않을까 싶네요.


조만간 다시 찾아올게요!

by Beyond SEPlay

beyonod.sepla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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